친절한 대만인들
서울과 타이중.
이 두 도시의 가장 큰 차이점은?
음... 서울은 대한민국의 수도, 타이중은 대만의 제2의 지방도시.라고 말하고 싶다.
그렇게 해서라도 서울사람들을 변호하고 싶기 때문이다.
이번 대만여행은 치밀한 일정을 짜지 않고 현지의 사정에 따라 이동하는 걸로 정했다. 혼자가 아니라 여행을 즐기는 친구와 함께라 편안한 마음으로 겨울추위를 뒤로 하고 따뜻한 곳으로 12일 피한 여행을 간 것이다.
대만 중남부 지역을 다니면서 내내 머리에서 떠나지 않던 사소한 일이 떠오르고 우리가 여행 중 받았던 친절에 대해 감사하는 마음은 덤이었다.
출국 당일 도심공항터미널에서 출발하는 공항버스를 타면서 겪은 일이다.
출발 30분 전 티켓 판매기에서 표를 사고 시간이 넉넉해 대만 여행에 대해 이것저것 검색을 하며 시간을 보냈다. 대기하는 승객은 두서너 명 정도?
개찰구 근처에서 어떤 여자 목소리로 " 조금 늦었어요" 하는 소리에 고개를 드니 버스출발 1분 전이었다.
깜짝 놀라
" 차를 놓칠 뻔했어요" 하며 바로 티켓을 보여주었는데
" 아니 한 번 말했는데 안 듣고 뭐 했어요?" 하며 퉁명하게 질책을 하는 말투로 나에게 쏘아붙였다.
'오잉? 그냥 빨리 타세요 시간 충분해요...라고 말해도 되는데'
라는 생각이 들면서 기분이 살짝 상했다. 대기의자에 앉은 사람들은 공항버스를 타기 위해 기다리는 승객이라 나처럼 핸드폰에 열중하고 있는 사람이 있으면 다시 한번 더 "11시 30분 공항버스 출발합니다."라고 알려줄 수도 있는데 말이다. 내가 과한 친절을 기대하고 있었나???
다음은 타이중 버스기사분 이야기
타이중 공항에 내려 바로 패밀리마트에 있는 ATM로 가 트레블월렛 카드로 대만달러를 인출한다. ATM기기는 한국말로 진행할 수 있어 어려움이 없다. 단 100달러를 원한다는 버튼을 누르면 5000달러를 인출할 때 100달러 10장, 1000달러 4장을 준다. 물론 처음 인출할 때 잘 몰라 100달러를 인출하지 않았다.
천 달러는 우리나라 돈으로 4만 5천 원이니 고액권이다. 일단 현금을 확보했으니 숙소로 가는 방법을 구글맵으로 검색하니 버스가 1대 있다. 버스 간격은 한 20분 간격으로 80분 정도 소용된다.
작은 공항이라 버스정류장은 찾기 쉽게 바로 문밖에 있다. 우리나라 시내버스 정류장 같지만 처음이라 좀 두리번거리긴 했지만 금방 우리가 타야 할 버스가 들어왔다.
기사님에게 카드로 결제해도 되는지 물어본다. 근데 안된다고 했다.
그럼 현금결제를 할 수 있냐고 하면서 천 달러 지폐를 보여주었다. 그랬더니
고개를 살랑살랑거리면서 현금이 없고 버스비는 50달러가 잔돈이 없어 천 달러는 받을 수 없다 했다.
그래서 공항 안으로 잔돈 바꾸러 가는데 이 버스는 공항이 종점인지 기사님과 같이 걸어가게 되었는데 그 중년의 기사분이 나를 보고 어디까지 가느냐고 물어 나는 구글맵으로 우리 숙소를 보여주니 이 기사분이 무언극으로 뭔가를 표현하셨다.
<손가락을 입에 대고 그냥 타라는 것>
그래서 나는 이렇게 해석했다. 일단 타고난 다음 내릴 때쯤 현금이 확보되면 잔돈을 주겠다는 뜻으로.
타이중의 시내버스는 모두 시립으로 즉 개인운송회사가 운영하는 것이 아닌 것으로 여겨졌다.
일단 감사한 마음에 좁은 시내버스에 간신히 자리 잡고 1시간 이상 시내 쪽으로 이동하는데 타이중의 버스정류장은 간격이 길지 않아 정말 자주 정차를 한다. 그래도 무사히 우리 숙소 근처 가까이 가는데 도저히 잔돈을 바꿀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 나는 상당히 고민했다.
'어떻게 차비를 드려야 되지? 내려서 가게에서 바꾸어 와야 되나? 그러기 힘든 상황인데....'
그제야 기사분은 그 손으로 말한 무언극이 해석되었다.
"다른 사람들에게 말하지 말고 그냥 무료로 타고 가라"
정류장 가까이 오자 그 기사분이 큰 소리로 또 알려주신다. 내가 보여준 그 지명을 기억하고 계셨던 것이다.
우리 서울버스처럼 운전석 앞쪽에 행선지, 정차지가 한자로 혹은 가끔씩은 영어 알파벳으로 알려주는 데도 불구하고 우리에게만 큰 소리로 말해주신 것이다. 아이고 고마우셔라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중국말로 가까이 가서 두 손을 모아 인사를 전한다
"따거~~ 씨에씨에"
어디 중국영화에서 들은 호칭이 기억난 것이다. 따거. 큰형이라는 존칭?
이 친절 외에도 친구와 나는 대만여행기간 동안 예상하지 못한 많은 친절을 받는다. 그들은 스스럼없이 도움을 준다. 중국어를 못하는 우리들을 위해 웃으면서 어려움에 처할 수 있는 상황에서 잘 벗어날 수 있도록 친절을 보여준다.
대만여행기를 읽어보니 정말 기억에 남는 건 대만인들의 친절과 음식이라고 나와있었다.
그럼 서울 도심공항터미널에서의 그 퉁명한 질책은 어떻게 해석해야 되는가?
높은 인구밀도로 인해 유발되는 삶의 고단함, 고물가, 어지러운 정치, 경쟁적으로 서로를 비난하는 사태...
참 우울하고 살기 힘든 서울살이를 하는 우리 서민들이 참 가엽다.
그래도 우리의 선한 인성을 좀 찾아가면 좋겠다.
세상은 사람들로 인해 유지되고 돌아가고 있지 않은가?
사람을 따뜻하게 대하면 나도 따뜻해지지 않을까?
나부터 좀 더 따뜻한 사람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