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2016년부터 2018년까지 햇수로 3년간 충주시 온라인 홍보를 총괄했었습니다. 당시 저는 20대 후반이었고 공무원을 시작한지 3년이 조금 지난 시점이었습니다. 나름 신입인데 홍보라니, 거기에 총괄이라는 단어가 붙으니 뭔가 굉장히 능력있는 젊은 엘리트 느낌이 납디다. 그러나 여러분, 직장다니는 많은 실무자분들은 아시겠지만 총괄이라는 것은 담당자가 1명이라는 뜻입니다. 즉 여기서 홍보를 총괄했다는 말은 콘텐츠 만드는 것도 네가, 콘텐츠를 유통하는 것도 네가, 채널관리도 네가 해라하는, 즉 1명이 모든 것을 전담하는 원맨 체계라는 것이디요. 저는 당시에 SNS를 하지도 않았던 사람이었지만 그렇게 충주시청 온라인 홍보를 총괄하는 사람이 됐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 홍보는 성공했습니다. ’충주시‘라는 도시를 들어보셨나요? 혹시 충주시 홍보는 알고계신가요? ‘옥수수 털어도 돼요?’ ‘고구마, 구우면, 맛있어’ 같이 원색과 기본도형을 이용해 만든 B급 포스터는 당시 업계에 큰 충격을 주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은 이 이야기가 어떻게 시작됐는지를 궁금해했고 덕분에 저는 문체부가 주관하는 40여개 중앙정부 온라인 홍보담당자 워크숍이나 페이스북 코리아가 주최한 전국 지자체 SNS컨퍼런스 등에 나가 이 이야기를 하게 됐습니다. 국내 거의 모든 언론, 공공기관에 나아가 때론 인터뷰로 때론 강의로 이 홍보 이야기를 ‘홍보’하게 됐습니다. 그렇게 충주시 B급 홍보는 하나의 브랜드가 됐고 시간이 지나 이제는 저의 후임자가 유튜브 채널을 새롭게 개설해 충주시 B급 홍보를 이어나가고 있습니다.
즉, 이 이야기는 공무원이 홍보업무를 맡으며 겪은 이야기입니다. 말 그대로 공직사회에 속한 직장인으로서 공무원 이야기이기도 하고 또 홍보업무를 담당하는 실무자 이야기이도 합니다. 어쩌면 흔하디 흔한 이야기에 홍보의 ‘전설’씩이나 되는 거창한 제목을 붙인 것은 이 이야기가 홍보에 대한 이야기이기 때문입니다.
사실 홍보 담당자가 되고 홍보에 대한 책을 참 많이 읽었습니다. 50권도 넘게 읽은 것 같아요. 그 중에는 굉장히 유명하거나 흥미로운 책도 있었지만 어떤 것은 정말 책 홍보가 안되어 처음 들어보는 것, 또 어떤 것은 재미도 없고 감동도 없어서 정말 끝까지 읽기 힘들든 것들도 있었습니다. 이런 책들을 보면서 아무리 중에 자기 머리를 못 깎는다지만 그래도 명색이 홍보에 관한 책이 홍보가 안된다면 좀 모양이 우스운 것 아닌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다고 유명하기만 하고 재미나 인사이트 같은 알맹이가 없다면 그것도 겉만 번드르한 과장광고 내지 허위광고, 즉 그 자체로 잘못된 홍보의 예가 아닌가 싶었습니다. 저는 홍보책이야말로 어느 책보다도 홍보가 돼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다보니 이어질 이야기 제목을 ‘홍보의 전설’이라 정해봤습니다. 이야기의 핵심주제와 나름 인기 키워드로 꾸며해봤습니다. 공무원, 홍보, 누구나 부담없이 흥미를 느끼고 쉽게 찾을 수 있는 키워드 아닐까요? 그런데 사실 다른 직업도 아닌 공무원이 자기가 일한 결과 얘기를 내놓으면서 전설이라는 칭호를 붙인 것은 대단히매우몹시 부담스러운 설정입니다. 평생직장인데 캐릭터 잘못 잡으면 남은 직장생활이 시커매지는거에요. 심지어 저는 지방공무원이라 지역사회에 묶여있습니다. 누구네집 아들내미 건방지다 소리 들리면 괴로워지는거에요.
제목에 대해 변명을 하자면 세상에 전설이 얼마나 많습니까? 대단하고 웅장한 전설도 있겠지만 전설의 고향에 나오는 것부터 해서 우리 동네 있는 조금 큰 바위에도, 실개천에도 전설 하나쯤 있지 않습니까? 이어지는 이야기는 어느 지역이나 업계에 가면 입에서 입으로 가늘고 길게 전해 내려오는 옛날 이야기. 혹은 그땐 그랬지 같은 추억팔이 정도로 생각해주시면 속이 편할 듯 합니다. 물론 뒤에 오는 내용들은 있음직한 허구를 다룬 것은 아니고 전부 실제 있던 이야기들만 다뤘습니다. 그러다보니 시간이 지났을 때 그 당시 온라인 생태계 상황이라든지, 공직사회 분위기를 엿보는 사료정도는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본 주제인 홍보 얘기를 해보면 제가 겪은 홍보는 몇 가지 특징이 있습니다. 우선 홍보는 의도가 있습니다. 절대다수는 어떤 의도를 가지고 한 장면, 순간을 표현해냅니다. 그만큼 정교한작업입니다. 포스터를 만들 때는 점 하나 찍는 것, 글자 간에 간격 하나에도 신경을 쓰고 수십 수백번을 다시 봤습니다. 남들이 보면 비슷한데도 색을 이걸로 할까 글자필체를 저걸로 할까, 소리는 어떻게 할까 멘트는 어떻게 할까 고민에 고민을 해서 더하고 그보다 훨씬 더 많은 고민을 하고 덜어내는 작업을 반복합니다.
홍보는 결국 사람들이 내가 의도한 움직이게 하는 장치입니다. 어떤 음식에서 몸에 안좋은 게 나왔다는 소문이 나면 그 음식에 대한 수요는 급감합니다. 또 어떤 것이 몸에 좋다더라는 소문이 나면 갑자기 불티나게 팔리기도 합니다. 누군가 환경보호 캠페인을 벌인다면 다 함께 환경을 보호자는 뜻입니다. 이런 홍보는 작게는 개인부터 크게는 사회적 파장을 일으킬 수도 있습니다.
홍보는 치열합니다. 다들 알리고 싶은 게 많다보니 홍보는 늘 치열합니다. 유튜브에 하루 등록되는 동영상을 연속해서 재생하면 60년동안 재생된다고 합니다. 이렇게 콘텐츠들은 쏟아지다보니 서로 보다 많은 사람들 눈에 띄기 위해 경쟁을 하게 되고 모든 콘텐츠는 등록되는 순간 빠르게 옛날 것이 되어버립니다. 유튜브 전에 페이스북 때도 그랬고 그 전에 검색 포털도, 또 그 전에 TV, 신문, 심지어 광고판도 황금시간대니 좋은 위치니 등등 홍보는 늘 치열했습니다.
그래서 홍보는 재미있습니다. 저렇듯 치열한 콘텐츠의 급류에 휩쓸려 순식간에 떠내려가지 않고 최대한 오래, 최대한 많은 사람들 눈에 띄기 위해서는 한사람이라도 더 흥미를 끌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다보니 주로 파격적이고 재미있습니다. 거기에는 패러디라든지 비교광고 같은 직접적인 방법도 있고 바이럴마케팅, 노이즈마케팅 같이 은근한 방법도 있습니다. 이 외에도 여러 전략과 기법은 넘쳐납니다. 그러다보니 홍보는 늘 기발합니다. 어떻게든 눈에 띄고 기억에 남으라고 작정하고 하는거니까 오죽할까요.
이렇게 통통 튀는 홍보와 흔히들 말하는 심심하고 따분한 공무원이 만났습니다. 이어질 이야기는 그 이상한 조합에서 나오는 기묘한 화학작용에 대한 이야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