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초에 블로그를 연습하려고 시작한 것이다. 1주일에 한편 씩 포스팅을 하는 것을 목표로 정했다. 쓰는 내용은 주로 충주시에 있는 관광지, 맛집, 정책 등 주로 충주를 알리는 내용이었다. 어떻게 쓸까 고민은 별로 하지 않았다. SNS는 젊은 사람들이 많이 하니까 기발하게 열심히 잘 하라고 하시지 않았던가? 물론 나는 젊은 사람이라도 SNS를 하진 않았지만 어쨌거나 젊은 사람이 정답이려니하는 마음으로, 내가 곧 정답이려니 하기로 마음먹었다. 내가 인터넷에서 재밌게 봤던 게시물들을 떠올려봤다. 딱 그 정도만 하자고 나름 기준을 잡았다. 드립이나 짤방도 적극적으로 쓰기로 했다. 글투도 쓰기도 편하고 읽기도 좋은 음슴체를 썼다. 혹 누가 뭐라고 할까 걱정은 되지 않았다. 나는 ‘시킨대로 기발하게 열심히’ 한 거니까.
고백할 것이 있다. 나는 충주시 공무원이지만 충주시 블로그에는 충주시 직원 블로그 기자단이 되고 처음 들어가봤다. 충주시청 공무원으로 근무한지 3년이 좀 지난 즈음이었다. 직원으로서 양심에 좀 찔렸지만 어쩌겠는가? 변명을 하자면 공무원이 충주시 블로그에 근무시간에 들어가겠는가? 아니면 퇴근해서 들어가겠는가? 나는 공무원이기 이전에 그냥 평범한 직장인이었다. 심지어 SNS는커녕 인터넷이나 TV도 잘 안보는 굉장히 아날로그한 사람이었다. 10여년간 국내 최고 예능이었던 ‘무한도전’도 따로 본 적 없을 정도니까.(하지만 안봐도 대충 뭔지는 다 안다. 이것이 국민예능 클라쓰)
여하간 정식으로 블로그 기자단이 됐으니 이제 열심히 할 일만 남았다. 2016년 4월 1일 첫 기사룰 올렸다. 전국 대학생 공모전을 개최한다는 내용이었다. 그때 나는 ‘규제개혁’이라는 업무를 담당하고 있었다. 규제개혁은 불합리한 법령을 찾아 바꾸는 업무였다. 나는 대학생들이 본격적으로 사회에 진출하기 전에 규제개혁이란 개념을 알았으면 했다. 악법도 법이라 일단은 지켜야하지만 법이란 것은 더 합리적으로 계속 바꿔나가는 것이라는 걸 알리고 싶었다. 그래서 당시 없는 살림에 상금도 걸고 공모전 밴드, 커뮤니티 같은 곳에도 공모전 홍보글을 전부 올리고 있었다. 그런데 내가 충주시 블로그에 공식적으로 글을 올리는 사람이 됐으니 안 올릴 이유가 없었다. 당시 포스팅에는 ‘잘 고민해서 쓴 A4용지 한 장이면 충주시장 상장과 상금까지. 스펙도 쌓고 용돈도 벌 수 있는 절호의 기회!’ 와 같은 문구가 들어갔다. 가장 모범생이어야 할 공공기관이 공모전을 노골적으로 ‘거래’로 묘사한 것은 꽤 파격적이었다. 하지만 더 파격적인 것은 공모전 포스터였다. 당시 내가 있던 부서 과장님 증명사진을 풀 사이즈로 인쇄해서 ‘응모하라 2016’라는 문구를 배치한 포스터는 작게나마 화제가 됐다.
그런데 SNS상에 화제가 되기도 전에 문제가 발생했다. 오전에 여기저기 전화해서 홍보 좀 잘 신경써달라고, 포스터 좀 잘 붙여달라고 부탁을 하고 여러 사이트에도 직접 올렸다. 뿌듯한 마음으로 점심을 먹고 왔는데 전화가 왔다. 선거관리위원회였다. 각 읍면동에 배포해 부착한 포스터가 어느 후보 선거포스터와 비슷하다는 민원이 들어온 것이었다. 선거시즌이었다. 특정 정당이 많아보인다, 이거 선거법 위반 아닌가 하면서. 억울했다. 당시 우리 포스터는 안경을 쓴 중년남성, 남청색 계열 포스터였는데 안경 쓴 사람이 어디 한둘이던가. 심지어 나도 안경을 쓰고 있다! 게다가 내가 독특한 색이나 특정 디자인을 쓴것도 아닌데 왜 그러나. 억울하고 무서웠다. 그동안 공무원은 선거법 어기면 큰일난다고 귀에 못이박히도록 들었다. 그러니 어쩌겠는가. 아아-공무원에게 선거는 무서운 주제다. 배부됐던 포스터는 전량 회수됐다.(뿌린대로 거두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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