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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남식 May 06. 2024

내가 생각한 블로그랑 좀 다른듯?


 2016년 새해에는 SNS를 하기로 했다. 랄라~. 카페나 블로그를 만드는 것 자체는 어렵지 않았다. 매뉴얼을 찾아볼 것도 없이 포털 메인화면에서 블로그 만들기 버튼만 누르고 몇가지 질문에 ‘예’를 눌렀더니 블로그가 생겼다. 와, 나 블로그 생겼다.


 내가 생각한 블로그는 당연히 이런 게 아니었다. 내가 생각한 블로그는 아기자기하니 카페 같고 알차기가 도서관은 못 되어도 분위기 있는 서재 정도는 되는 느낌적인 느낌의 것이었다. 그런데 만들어진 블로그를 보면 이건 그냥 공실이었다. 그것도 전선정리니 도배니 하나도 안되어있고 시멘트 골조가 그대로 드러나 있는 공실. 가령 새 집으로 이사를 가면 모든 세팅이 되어 있다. 헌집으로 이사를 가면 도배, 전등 정도를 새로하는 것은 흔하다. 목돈을 들여 아예 전체를 리모델링 하는 경우도 흔하다. 이런 경우 도배는 도배전문가, 전기는 전기전문가처럼 각 분야에 전문가가 와서 작업을 한다. 그것과 비교할 때  블로그를 새로 만들어서 꾸미는 것은 텅 빈 공실을 분양받아 다른 사람 도움없이 혼자 전선을 따고 도배하고 인테리어를 하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현실적으로 혼자서 공실을 멋진 카페로 꾸밀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워낙 손재주가 좋거나 꾸미길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모를까. 또 좋아한다한들 그럴만한 시간은 얼마나 될까? 내가 블로그를 처음 만들고 느낀 감정이 딱 이랬다. 황량함과 막막함에 엄두가 나질 않았다. 의욕이 뚝 떨어졌다. 마렵던 글이 쏙 들어갔다.


 사실 블로그뿐 아니라 모든 SNS가 이렇다. 모든 SNS는 시간이 흘러 자료가 축적되고 사람이 오가는 소통이 있어야 모양새를 갖춘다. 그러려면 차곡차곡 콘텐츠를 채워나가야 하는데 내가 딱히 전문분야가 있거나 폭 빠져있는 분야도 없어서 차곡차곡 쌓을 주제도 없었다. 혹 육아블로그처럼 아기사진이라도 올릴라치면 내가 쓴 글 자체가 너무 성의 없어 보였고 혹 나나 가족들 사진을 인터넷에 함부로 올려도 되나 고민하다 보면 어느새 시기가 지나가버렸다. 머리로는 콘텐츠를 채우면 뭐든 되리라 생각했지만 막상 하려면 쉽지 않았다. 텅빈 공실을 두고 인테리어를 먼저하려니 엄두가 안나고 글부터 쓰려니 텅빈 공실에 가구부터 들이는 것 같아 어울리지 않는 느낌이었다. 결국 블로그는 계속 우선순위가 밀리면서 만들어 두고는 글을 한편도 쓰지 않게됐다.           

 그러다 2015년 3월 경, 충주시 홍보실에서 공무원 블로그 기자단을 모집했다. 당시 기업이나 공공기관이 리뷰체험단, 블로그기자단 등을 운용하는 것은 흔한 일이었다. 충주시는 시민 블로그 기자단과 시청직원을 대상으로 하는 공무원 블로그 기자단을 운영하고 있었다. 이거다 싶었다. 등 떠밀어 주는 사람이 있어 꾸준히 블로그 글을 쓰다보면 블로그라는 게 좀 익숙해지겠지 라는 생각이었다. 그게 몸에 좀 익으면 내 블로그도 그 모양대로 하면 되겠다 싶어 연습할 겸 바로 지원서를 냈고 블로그 기자단이 됐다. 뽑히려고 있는 것 없는 것 죄다 끌어다 한껏 나를 부풀려서 지원했다. 그런데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자원한 사람은 나뿐인 듯 했다. 누군가에게 추천을 받거나 권유를 받았지 나처럼 덜렁 혼자 문을 두드린 경우는 없는 것 같았다.

  곧 발대식을 겸해 모여서 식사를 하게 됐다. 식사가 끝날 무렵 그 자리에서 가장 높은 분이 가장 낮은 사람을 찾았다. 누가 가장 어리냐는 말에 사람들이 나를 가리켰다. 순간 무슨 각오 한마디 같은 것 시키려나 긴장했지만 그런 것은 없었다. 그저 ‘SNS 이런 건 젊은 사람들이 잘하니까 눈치보지 말고 기발하게 열심히 잘 해보라’ 덕담을 해주셨다. 나는 앞으로 기발하게열심히잘 하리라 마음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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