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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남식 May 03. 2024

SNS를 안하는데 하고 있습니다.

충주시 B급 홍보 비긴즈

 2015년 막바지였다. 연말이면 으레 그렇듯 2016년 새해 목표를 세웠다. 새해에는 다이어트를 하고 영어공부를 하고 책을 더 부지런히 읽기로 했다. 내 목표가 당신의 오랜 숙원처럼 익숙한 것은 기분 탓이다. 그런데 이번엔 조금 다른 것이 있었다. 바로 SNS를 하기로 한 것. 

 당시 SNS가 유행했다. 그때 나는 이십대 후반, 직장생활 4년차였다. 나는 어릴 때 온라인게임을 많이 해서 그런걸까, SNS는 유행 같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보니 ‘내가 사무실에서는 거정 젊은 세대인데 SNS를 해야하지 않을까?’ 불안했고 ‘SNS를 안해서 도태되진 않을까?’ 걱정이 됐다. 처음 SNS는 내게 취미보다는 경쟁력, 사회생활을 위해 익혀야 할 상식 내지 교양 정도로 다가왔다.  

  

 괜히 SNS가 중요하다 생각한 것은 아니었다. SNS 관련 기사가 눈에 띄게 늘었기 때문이다.굳이 내가 검색하지 않아도 페이스북 주가가 얼마라느니 국민 1인당 SNS 이용 시간이 얼마라느니 하는 기사들이 자주 보였다. 더 어른들은 SNS가 한철 지나가는 애들 장난정도로 생각하고 온라인과 오프라인은 별개의 것으로 생각한 듯 하지만 이미 SNS는 사회적으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었다. 서로 일면식없던 수백명이 한자리 모여 플래시 몹을 한다거나, 인터넷 댓글 하나가 사회문제로 불거지거나 인터넷에서 웃긴 게시물을 공유하며 낄낄대는 것만으로 어떤 제품의 매출이 폭증하는 것 같은 일 말이다. 그뿐만 아니었다. 맛집을 가려고 인터넷을 검색하다보면 식당홈페이지 같은 공식페이지를 확인하기 보다는 백이면 백 블로그를 보고 있었다. 누군가 직접 다녀와 찍은 사진, 생생한 후기는 무엇보다 실감났고 믿음을 줬다.     

 맛집뿐만 아니었다. 인터넷에는 누군가 적어놓은 자동차 점검요령이나 빨래 얼룩제거 꿀팁 같은 생활상식부터 책, 음악, 역사상식, 운동, 심지어 육아까지. 인터넷에는 사람이 상상할 수 있는 모든 분야에 대한 이야기들이며 정보들이 넘쳐났다. 대부분 블로그였다. 그런 블로그를 볼때면 나도 블로그가 하고 싶었다. 책을 읽으면 나중에 내용을 잃어버리는게 태반인데 독후감을 적어두면 어떨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 나중에 내가 다시 찾아본다거나 관리하기도 쉬울 것 같았다. 누군가 내 글을 읽고 책을 고르는데 도움을 받을 수도 있겠거니  나랑 의견을 나눌 수도 있지 않을까? 

 당시에 나는 곧 태어날 아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아기의 성장을 정리하면 나중에 가족들과 함께 앨범처럼 활용할 수 있지 않을까? 운동을 하는데 매일 그것을 기록한다면, 매일 일상을 기록한다면 성장을 단계적으로 확인할 수 있겠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보니 SNS는 그 가능성이 무궁무진하고 재미있었다. 이미 마음은 파워블로거였다.      


 우리나라 국민 대다수가 사용한다는 검색포털, 그 포털에서 융통되는 정보라고 해야하나 콘텐츠라 해야하나, 그것들 대부분은 나 같은 이용자들이 만들어내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그것들을 수시로 활용하고 있었다. 이렇게 보면 나는 블로그를 직접 운영하지 않을 뿐이지 다른 사람의 블로그를 보며 그 정보를 활용하고 있었다. 나는 트위터나 페이스북을 하지 않았지만 그러한 SNS에서 파생된 인터넷 유행은 출처도 모르고 따르고 있었다. 이미 나는 SNS를 하고 있었다다만 내가 SNS를 하는 줄도 모를 만큼 매우 수동적이고 제한적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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