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수수 이벤트가 히트를 쳤다. 몇명이나 봤을까? 페이스북에 올린 '충주시 옥수수 포스터'는 여기저기 스크랩되면서 누적 조회수가 백만명을 넘었다. 담당자가 되고 이제 두 달이나 지났을까 하던 때였다. 좋기도 했지만 사실 좀 당황했다. 이렇게 쉽게 성공한다고? 이렇게 하면 통하는구나 방향성을 찾을 수 있었지만 반대로 투입한 노력 대비 너무 갑자기 너무 많이 떠버렸다. 배부른 소리라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한 수준에서 결과가 나와야 하는데 그 반응속도나 호응정도가 예상을 아득히 넘었기 때문에 이것을 감당할 수 있느냐, 이 폼을 앞으로 유지할 수 있느냐가 문제였다. 내 힘으로 날아 올랐다면 비행이지만 남이 하늘에 던졌다 대책없이 떨어지면 그것은 추락이다. 물 들어왔을 때 노 젓는다는 말이 있는데 이 물을 어떻게하면 계속 유지할 수 있을까 급하게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옥수수 이벤트는 유독 그 파급이 컸다. 나중에 보니 이런 경품이벤트, 공모전 등을 한꺼번에 모아서 보여주는 사이트들이 있는데 거기에 충주시 옥수수 이벤트가 올라간 듯 했다. 거기서 평소 남들이 안주는 색다른 품목(옥수수 생물)인데다가 수량도 상당해서 눈에 띄었는데 심지어 생김새까지 파격적인 포스터를 보고 사람들이 두 눈을 씻고 "진짠가? 야 이거봐봐" 하고 확인에 검증에 공유를 하면서 그 효과를 톡톡히 보게 된 듯했다. 다만 이런 이벤트를 매번 할 수는 없었다. 매번 한다고 반응이 매번 좋을까? 자칫 사람들이 충주에는 관심이 없고 경품에만 관심이 몰리는, 돈으로 관심을 사는 죽은 채널이 되는게 아닐까 걱정이 들었다. 이벤트를 이어가려면 너무 바로 해서도, 너무 늦게 해서도 안된다 생각했다. 그렇다면 언제가 좋을까? 열기가 살짝 식을 즈음에 다시 하는게 좋다고 생각했다. 나름 밀당이라면 밀당이라 해야할까. 나에게는 그게 고구마였다. 옥수수는 8월경이 나오는데 고구마는 10월경 나왔다.
충주시 산척면에서는 매년 가을마다 고구마 축제를 하고 있었다. 지역축제 홍보 겸 고구마를 홍보하기로 했다. 하지만 단순히 지역축제가 있어서, 농특산물이 있어서 그것을 홍보하려 했다면 이만큼 흥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당시 나는 첫째 아이가 태어나고 얼마 안됐을 때였다. 이유식을 해 먹인다고 나름 좋은 재료만 골라서 먹이는데 잘 안먹는거다. 어떻게 하면 아기가 잘 먹고 잘 쌀 수 있을까 고민하다 보다 부드럽고 달콤하게 먹이려다보니 산척 고구마를 쪄서 이유식에 으깨 먹였는데 애가 잘 먹었다. 똥도 잘 쌌다. (아기들 먹고 싸는 일이 보통 일이 아니다.) 다른 여느 고구마보다 조금 비싼감이 있었지만 품질은 확실히 좋았다. 애도 다른 고구마로 한 이유식은 안 먹을 때가 있어도 산척 고구마로 한 건 잘 먹더라. 그렇다. 단순히 지역공무원의 어설픈 애햠심이나 사명감 같은 것이 아니라 철저히 소비자로서 납득이 되는 지역농특산물을 홍보하려했고다. 이 정도면 나눠줬을 때 욕 안먹겠다, 과연 맛있다 할 거란 확신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 다음이 이웃으로서 좋은 물건을 나누고 싶은 마음이라던지 혹은 지역민으로서 우리 지역을 자랑하고 싶은 마음이었다. 그나마도 뭐 대단한 지역부심이라기에는 좀 그렇고 "야 그래도 우리 동네에 이런 거 좀 괜찮은듯" 정도의 수줍은 애향심이랄까. 이번에도 노나먹기 이벤트를 했다. 경품은 고구마 한 박스였다. 대신 고구마는 알알이 나눠먹기 좋았기 때문에 이웃과 나눠먹으라며 적극 권장했다.
거듭 말하지만 경품이벤트는 어떻게 하냐에 따라 그 효과가 어마무시했다. 사실 경품이벤트와 바이럴 마케팅 조합은 이미 오래 전에 그 효과가 입증된 우리나라 전통 홍보 방식이다. 내가 아는 한 우리나라 역사 중에는 바이럴마케팅과 경품이벤트 조합으로 대박을 친 사례가 하나 있는데 이 홍보 기획을 성공한 사람은 당대 최고 미녀와 결혼헀고 나중에는 왕도 됐다. 서동요의 주인공 서동이다. 어린이들이 길에서 노래 부르며 다니는 것에 착안하여 어린이를 '타깃'으로 잡고 쉬운 가락으로 노래를 가르켜 부르게 하여 수도 전체에 소문을 냈으며(바이럴) 질겅거리며 먹으라고 마를 나눠줬다. 만약 여기서 부담스럽게 금붙이라도 줬다면 아이들이 겁이나 도망쳤거나 소문이 잘못 나 성에 잡혀가거나 강도를 당하는 등 홍보는 실패했을 것이다. 하지만 '마'라는 적당히 탐나면서도 만만한 경품을 걸어 이 홍보는 성공할 수 있었다.
다만 내가 경품이벤트를 하려니 문제가 하나 있었는데 아무리 좋은 의도로 하는 것일지라도 이 경우는 법적 근거가 있어야 했다. '시장'은 유권자들이 투표로 뽑는 정치인이었기 때문에 별다른 법적 근거없이 충주시 명목으로 유권자인 시민에게 선심성 물건이 제공된다면 이것은 선거법 위반 소지가 있었다. 그래서 나는 나중에 선거법 위반 같은 불안요소를 제거하고 보다 안정적인 행정처리를 위해 선관위와 상의하여 충주시에서는 처음으로 SNS 관리며 이벤트를 할 수 있는 내용을 담은 자치법규를 만들었다.
고구마 포스터는 어떻게 만들까 고민했다. 당시 고구마를 검색하면 가장 많이 나오는 것은 나문희씨가 시트콤에서 연기해 사람들이 많이 언급한 '호박고구마!!'가 밈으로 쓰이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을 따라하려니 난해했다. 심지어 호박고구마라고 품종을 한정해놔서 산척 고구마 홍보에 쓰기엔 조금 애매하다는게 나의 판단.(엄연히 말하면 호박고구마는 하나의 품종이라 밤고구마나 꿀고구마 같은 품종이랑은 달랐다.) 그냥 떠오르는 밈 아무거나 갖다 쓰기로 했다.
그게 쏘우였다. 사실 고구마랑 쏘우랑 무슨 상관이 있나? 그냥 그 유행어가 써보고 싶었다. '너는 평소 고구마를 소중하게 대하지 않았지.' 어쩌면 이것은 평소 사과만 밀어주고 기타농산물을 홀대한 충주에 대한 고구마의 마음의 소리가 아닐까? 여담이지만 나는 쏘우 영화를 본 적이 없다. 단지 인터넷에서 워낙 유명한 멘트다보니 '영화를 안 본 나도 알 정도면 대부분 알지 않을까?'라는 지극히 단순한 생각에서 시작했을 뿐이다. 그 외에 한장만 더 하긴 애매해서 여러가지 생각했던 아이디어들도 같이 포스터로 만들었다. 유행하던 예능 프로그램을 패러디하여 이벤트 발표기간과 맞물린 추석을 겨냥해 명절 때 가져가면 좋다며 우리동네 음악대장을 우리동네 쾌변대장으로 말장난과 밈을 적극 활용했다. 그리고 화제를 모으던 랩배틀 프로그램을 따라하기도 했다. 결과는 대성공. 호수축제, 옥수수, 고구마까지 세번을 연속 성공하면서 충주시 B급 포스터는 초기 콘셉은 자리를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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