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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니앤 Jan 06. 2024

빨강머리 앤  속의 빅토리안 시대 캐나다 모습(1)

1장. 코튼 워프와 바르나도 소년들

19세기 말 캐나다를 배경으로 한 빨강머리 앤(Anne of Green Gables)에는 빅토리안 시대 캐나다의 모습을 볼 수 있는 다양한 내용이 등장합니다.


첫 1장 부터도 빅토리안 시대 캐나다의 모습을 엿볼 수 있는 특별한 이야기들이 등장합니다.


 Yet with all this Mrs. Rachel found abundant time to sit for hours at her kitchen window, knitting "cotton warp" quilts — she had knitted sixteen of them, as Avonlea housekeepers were wont to tell in awed voices — and keeping a sharp eye on the main road that crossed the hollow and wound up the steep red hill beyond.(Anne of Green Gables, CH. 1)



코튼 워프로 만든 아름다운 이불 덮개나 테이블보, 각종 장식물을 만들어내는 레이철 린드 부인이 뜨개질 하며 이웃을 창 넘어로 구경하는 모습으로부터 시작하는 빨강머리 앤의 첫 시작은 전형적인 당대 부녀자들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코튼 워프(Cotton Warp Quilt)는 오늘날에는 다소 생소하지만 당시에는 집집마다 집안을 장식하거나 실용적으로 이불 덮개 등으로 사용했던 당시의 필수품이었습니다. 그랬기에 당시에는 여성들이 집안에서 또는 학교에서 뜨개질 기술을 배워 집에서 면사를 가지고 이렇게 집에 필요한 테이블보나 이불, 담요 등을 짜내는 것이 매우 흔한 일이었습니다.



코튼 워프를 만드는 장면은 이후 뜨개질 하는 모습(knitting)으로 종종 등장합니다. 1장에서 레이첼 린드 부인과 마릴라의 대화에서도 마릴라가 계속해서 뜨개질을 하고 있다고 나오는데 아마도 같은 코튼 와프를 만드는 중이었던 것으로 추정됩니나.


비록 코튼 워프라는 단어가 쓰인 곳은 1장에서만 등장하지만 이후 등장하는 뜨개질 장면들이 주로 이불이나 블랭킷, 테이블보나 장식을 다루는 것을 볼 때, 코튼 워프를 만드는 장면으로 볼 수 있습니다.


코튼 워프는 특히 공산품을 사기 힘든 시골 지역에서 더욱 흔한 흔적이었는데, 그래서 요즘도 미국과 캐나다의 시골 지역에는 종종 집안에 남아있는 코튼 워프나 골동품 상점에 등장하는 형태로 만날 수 있곤 합니다. 산업 혁명과 도시화의 혜택이 늦게 전해진 지역일 수록 코튼 워프를 직접 집에서 만드는 시기가 더욱 오래 지속되었기 때문입니다.


바르나도 소년(Barnardo Boy;British Home boy로 표기되기도 합니다)에 대한 이야기 또한 당시에 매우 특별한 역사를 담고 있습니다.



At first Matthew suggested getting a barnardo boy(Home boy). But I said ‘no’ flat to that. ‘They may be all right—I’m not saying they’re not—but no London street Arabs for me,’ I said. ‘Give me a native born at least. There’ll be a risk, no matter who we get. But I’ll feel easier in my mind and sleep sounder at nights if we get a born Canadian.’


본문을 보면 처음에 매튜는 농사 일을 도울 수 있는 바르나도 소년(영국계 가정 아이)을 데려올 것을 제안한 것으로 나옵니다. 바르나도 소년이란 19세기말 당시 영국에서 사회복지사업으로 1866년 사회사업가 Thomas John Barnardo가 영국에 세운 고아원과 학교 및 노동자 양성소 및 캐나다와 호주 등지로 14세 이하의 어린이들을 농부, 광부, 가정부 등으로 수출하던 사업을 통해 캐나다에도 진출했던 농장 노동자 소년들을 뜻합니다.


특히 이 아이들은 당시에 영국계 캐나다 이민자 사회에서 널리 고용하던 프랑스계 농장 노동자들에 비해서 훨씬 양질의 노동력을 제공하며 믿을 수 있다는 평이 있어 많은 영국계 주민들이 선호했다고 합니다.


캐나다에는 1888년부터 1930년대에 이르기까지 수십만명의 영국 소년, 소녀들이 농장과 가정부 일 등을 돕기 위해 보내졌는데요. 이 중에는 백인들도 있지만 당시 영국에 있던 무수히 많은 다인종(중동계, 흑인 등)도 섞여  있었다고 합니다. 아이들은 신대륙 일손 부족을 도우면서 아이들 또한 자립하도록 돕는다는 명목으로 보내졌지만 굉장히 열악한 처우에 많은 고생을 하고 목숨을 잃기도 하는 등 후대에 많은 비판을 받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지금으로 생각하면 아동 인권 유린이라고 평가되기도 합니다. 실제로 바르나도 소년들을 검색하면 영국과 캐나다, 호주에서 이 기관에 대한 비판과 문제제기, 인권 문제로 인해 최근 많은 소송 및 가족 찾기, 피해 보상 등에 대한 논의로도 이어졌음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당시에는 콜레라 및 결핵, 빈곤 등으로 버려진 아이들을 보호하고 자립하도록 돕는 기관이자, 영국의 식민지라 할 수 있던 캐나다와 호주의 개척을 돕는 노동자 양성이라는 굉장히 놀라운 사회 사업의 혁신으로 평가 받았다고 합니다.


아무튼 이렇게 영국에서 수출된 고아 농장 노동자 아이를 바르나도 소년이라 불렀고, 당시 캐나다 전역에 흔하게 파견되던 일꾼이었던지라 이런 소년을 매튜도 농장 일꾼으로 고용하려고 했던 것이지요.


마릴라는 이에 대해 백인 영국계 아이가 아닐수도 있다며 반대했던 것으로 나옵니다. 이는 당시 바르나도 소년들에 대한 캐나다 안에서의 인식 또한 좋지만은 않았음을 보여줍니다.


빨강머리앤 소설은 이렇듯 당대의 굉장히 특별한 역사적 사실을 품으며 시작하고 있습니다.


어린이에 대한 인권이 잘 고려되지 않고, 고아의 문제가 영국과 캐나다 모두에 굉장히 심각했던 시기를 다루며 펼쳐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런 고아들이라도 굉장히 일손이 부족하고 물자가 부족하던 캐나다 농촌 이민자들의 삶을 돕기를 기대하며 당시의 바쁜 일상이 함께 그려지며 시작하는 장면을 이해한다면 앤 이야기가 갖는 특별한 깊이를 더욱 잘 느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참고 문헌

https://www.jstor.org/stable/2120750

https://en.m.wikipedia.org/wiki/Barnardo%27s

https://canadianbritishhomechildren.weebly.com/immigration-parties.html

https://canadianbritishhomechildren.weebly.com/


https://www.cbc.ca/amp/1.4314384


https://www.winnipegfreepress.com/local/2012/04/28/the-barnardo-boys#:~:text=In%20Manitoba%2C%20at%20the%20Barnardo,labourers%2C%20especially%20at%20harvest%20ti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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