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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oniwoogi May 17. 2024

환자인 듯 아닌 듯 한 방사선 치료

삼중음성 유방암 표준치료 끝!

수술 결과가 좋아서 방사치료만 끝나면 표준 치료는 끝이라는 생각에 가벼웠던 마음에 다시 걱정이 몰려왔다. 방사 치료 역시 처음이다 보니 치료 후 어떤 부작용이 나타날지, 부작용을 줄이려면 어떤 노력을 해야  할지에 대한 걱정이 몰려왔다. 걱정스러운 마음에 유방암 환우 카페도 들어가 보고, 유방암 관련된 블로그 글을 찾아서 읽어보기도 했다. 


방사선 치료에 대한 부작용으로는 피로감, 피부 변색, 피부 트러블 등이 주요 증상이 있었다. 방사 치료 후 피부 트러블을 겪고 있는 환자의 실제 사진을 보면 가슴 부위에 진물이 나거나 살갗이 벗겨지는 등 결코 가볍게 넘길 수 없는 증상들이었다. 이런 사진과 글을 보고 있자니 방사선에 대한 부담이 생겼다.     



숨 쉬는 연습이 힘들었던 첫 번째 모의 치료


모의 치료는 본격적인 방사선 치료가 시작되기 전과 집중 방사 치료 전에 두 번 시행했다. 2023년 1월 20일에 했던 첫 번째 모의 치료검사는 호흡 연습을 하느라 한 시간 가까이 진행되었다. 사람마다 호흡하는 시간과 깊이에 따라 치료 위치가 변하기 때문에 모의 치료를 통해 호흡 연습을 시행한다고 했다. 특히 왼쪽 가슴을 수술한 유방암 환자의 경우는 왼쪽 가슴과 심장이 가까이 있어서 호흡으로 공기를 불어넣은 후 방사선을 쪼여야 한다고 했다. 그래야 심장에 무리가 덜 갈 수 있으므로 호흡 연습을 충분히 해 보는 것이 좋다고 했다. 

    

그런데 호흡 연습이 꽤 힘들었다. 일정한 양의 숨을 들이켜고 난 후, 숨을 참아내야 하는 것이다. 자신의 호흡을 조절하는 것은 당연히 쉬운 일이라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았다. '일정하게' 숨을 들이쉬고 일정하게 호흡을 뱉어내는 것은 어려웠다. 그 ‘일정하게’라는 것이 기계처럼 정확하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신경을 곤두세워서 호흡에 신경을 썼지만 계속 ‘다시’ 해야 했다. 몇 번은 일정하게 유지되고, 몇 번은 호흡의 양이 달라져서 위치가 변한다고 했다. 나중에는 시키는 사람도 호흡하는 나도 너무 지쳤고, 일정하게 호흡량을 맞춰내기가 힘들었다. 결국은 호흡 연습을 도와주던 간호사는 담당의와 상의하더니 호흡 연습 없이 일반적인 방법으로 하겠다고 말했다. 한 시간 가까이 연습했던 것이 아쉬웠지만, 호흡을 일정하게 한다는 것이 나에게는 더 어려운 것이라서 오히려 마음이 편해졌다.      


집중방사 치료를 위한 두 번째 모의 치료


모의 치료는 방사 치료 중에도 한 번 더 진행되었다. 방사 치료 16회째 되는 날, 집중 방사 치료를 위하여 모의 치료를 한 번 더 진행했다. 이때는 호흡 연습을 하지 않았으므로 처음 모의 치료할 때만큼 힘든 것은 없었다. 그러나 가슴 부위에 붉은색으로 위치 표시까지 한 후, 잠시 기다리라고 하더니 다시 수정할 부분이 있다면서 처음 그렸던 그림을 지우고 다시 표시했다. 내 가슴 부위가 그림 그리는 도화지가 된 기분이다.  


모의 치료 과정은 실제 방사선 치료와 모든 조건을 똑같게 맞춰 놓은 후 방사선 치료를 설계하는 작업이다.

총 20-30분 정도가 소요되며 필요에 따라서 방사선 치료 시간 동안 안정된 자세를 유지할 수 있도록 치료 보조 용구를 만들기도 한다. 병소의 정확한 위치를 파악하기 위하여 영상 촬영을 실시하고 피부에 치료 중심점 및 치료범위를 표시합니다.  

- 삼성병원 암센터 안내문에서   



방사선 치료과정


방사선 치료는 총 16회, 집중 치료 3회를 했다. 주말을 제외하고 매일 병원에 가서 5분 정도의 짧은 시간 동안 누워 있어야 했다. 특별히 힘들거나 아픈 것은 없었지만 매일 병원을 오가다 보니 피곤함이 심해졌다. 병원에 다녀오면 낮잠을 꼭 자야 할 정도로 몸이 힘들었다. 처음 2주 동안은 피부에 특별한 증상이 나타나지 않았다. 치료 부위의 피부색이 까맣게 변할 수 있다고 했으나 피부색의 변화도 거의 나타나지 않았다. 


3주째 13회 정도 방사선 치료가 진행되었을 즈음부터 피부색이 살짝 붉게 변했다. 그 이후 붉은색이던 피부색이 조금씩 진해지더니 16회 치료를 마치고 마지막 과정인 집중 치료 때는 검붉은 색으로 변했다. 피부가 검붉은 색으로 변한 것과 가끔씩 가려운 것을 제외하고 특별한 부작용은 없었다. 



피부 보습을 위하여


피부 보습을 위해 병원에서 따로 처방해 준 크림은 없었다. 일반 보습제 어느 것을 사용해도 괜찮으나 치료받기 3시간 전까지만 바르라고 했다. 피부 보습을 위해 방사선 치료를 받은 직후 보습제를 발라 주는 게 좋다고 하여 시도해 봤으나 번거로웠다. 겨울이라서 옷과 머플러 등 챙겨야 할 것이 많고 치료 후 집에 돌아와서 보습제를 발라도 피부의 당김이 없었기 때문에 굳이 병원에서 복잡하게 바르지 않았다. 집에 돌아와서 보습제를 바를 때는 알로에 젤을 먼저 바른 후 보습 성분이 좋은 바디로션을 충분히 덧발라 주었다. 알로에 젤은 열감도 내려주고 보습도 줄 수 있어서 방사선 치료를 받은 환자들이 자주 사용한다. 저녁에 자기 전에 알로에 젤과 바디로션을 전체적으로 한 번 더 발라 주었다. 알로에 젤과 보습제 덕분인지 피부 트러블이나 당김 없이 무난하게 지나갔다.     


피부가 건조하지 않아야 피부 트러블을 줄일 수 있다기에 물을 충분히 마셨다. 병원에 갈 때는 항상 물 한 병을 가지고 다니며 마셨고, 집에 돌아와서도 물을 자주 마셨다. 항암 때나 방사선 치료 때 물을 많이 마시는 것이 중요했다.


위치 표시 지워지지 않기.


방사선 치료를 시작하기 전에 가슴 부위에 검은색, 빨간색으로 위치 표시를 한다. 방사선 치료가 끝날 때까지 표시 위치가 지워지지 않도록 샤워할 때 조심하라고 했다. 그러나 표시 부위 곳곳에 테이프를 붙여놓았기 때문에 샤워나 보습제를 바를 때 전혀 지장이 없었다. 다만, 첫 번째 모의 치료하면서 표시해 놓은 부분이 첫 진료 때까지 지워지지 않도록 꼭 조심해야 한다는 주의를 받았다. 그러나 치료가 시작된 후에는 위치 표시가 지워지면 다시 그릴 수 있다고 너무 염려하지 말고 편하게 지내도 된다고 해서 그 부분도 염려할 필요가 없었다.     

부작용

가장 힘들었던 것은 피로였다. 모든 병원 일정에 항상 남편이 동행해 주었으나 방사선 치료는 매일 가야 했으므로 혼자 다녔다. 지하철을 타고 매일 다녀서 피곤한 건지 아니면 방사선 치료의 부작용인지 모르겠으나 항상 피곤했다. 치료받고 집에 오면 보습제를 바른 후 1시간 정도는 낮잠을 자야 견딜 수 있었다. 횟수가 늘어날수록 피로감을 참을 수 없을 정도였다. 길을 걸어가는 동안에도 잠이 쏟아졌다. 그래도 다행인 건 낮잠을 자고 나면 조금씩 회복이 되고 컨디션이 나아졌다.     


두 번째는 불면증이다. 항암 때처럼 힘들진 않았지만, 밤이면 숙면이 어려웠다. 침대에 누워도 쉽게 잠이 들지 않고 새벽에도 몇 번씩 깨곤 했다. 방사 치료가 끝나면 이 부분도 좋아질 수 있다고 했지만 불면증은 한동안 지속되었다.

     

세 번째는 손가락, 무릎 등의 관절이 아팠다. 말초신경병증의 증상과는 달랐다. 앉았다 일어나면 무릎이 펴지지 않아서 나도 모르게 앓는 소리가 나왔고, 자고 일어나면 손가락이 굽혀지지 않았다. 손가락, 무릎 등 모든 마디가 아팠다. 방사선과 의사에게 물어봤으나, “글쎄요. 방사선 치료 증상은 아닌데, 기다려봐요.”라는 대답만 들었다. 의사가 말하는 “글쎄요”는 환자에겐 절망뿐이었다. 아무 해결 방법도 없이 뼈가 아프다는 느낌은 꽤 오래갔다. 특히 통증이 심했던 손가락은 수시로 감싸 줄 뿐 통증을 줄이는 방법은 없었다.


방사 치료를 마치며


첫날 치료 시간은 밤 11시 50분이었다. 5분, 10분 정도의 치료를 위해 밤 시간에 병원을 가려니 심란했다. 시간 변경을 요청했으나 첫날은 어쩔 수 없다고 했다. 대신 빈자리가 있으면 당일 오후 1시 이후에 병원에서 전화로 연락하기도 하니 기다려보라고 했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기다렸는데, 당일 오후 2시 30분에 전화가 왔다. 오후 5시 40분으로 앞당길 수 있다고 해서 무조건 “오케이” 했다. 2일째부터는 오후 1시 30분에 7번 치료실을 방문했다. 치료실은 한번 정해지면 끝까지 같은 치료실에서 치료를 받는다. 담당했던 두 분이 항상 친절하고 편안하게 해 주셨다. 마지막 날, 내게 “그동안 고생하셨어요”라는 인사말을 해주셨는데 많은 위로가 되었다. 나 또한 감사의 마음으로 커피 한 잔씩 드리며 감사의 인사를 했다. 


마지막 치료를 마치고 병원을 나오는 데 기분이 복잡했다. 시원하다? 기쁘다? 알 수 없는 복잡한 감정이 들었다. 병원 정원에 있는 벤치에 앉아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삼성병원을 수없이 오가는 동안 벤치에 앉을 일도 하늘을 올려다볼 일이 없었다. 마지막 날의 여유로움으로 앉아본 벤치와 올려다본 하늘. 2월 말의 하늘이 높고 맑았다. 

 

그동안 메말랐다고 생각했던 눈물이 흘렀다. 

정말 끝났구나. 나도 새로운 삶을 선물 받았다. 

이젠 새로운 마음으로 잘 살자.

이젠 건강하게 살자.

나를 아끼며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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