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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oniwoogi May 24. 2024

항암, 모든 것이 나쁜 건 아니었다.

심중음성 유방암 표준 치료, 끝!

단 한 사람이라도 항암 하는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기록했던 마지막 글이다.

항암을 해보니 병명은 같을지라도 부작용이나 치료 과정이 같은 경우는 드물었다. 같은 병원에서도 동일한 병명에 대해 치료과정이 다른 것을 많이 봤다. 같은 병명, 같은 부작용을 극복해 내는 누군가의 글을 찾아내면 정독했었다. 그래서 내가 겪고 있는 과정이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적어 내려갔다. 


항암을 할 때 시간의 흐름은 중요했다. 며칠 만에 병원에서 결과가 나오는지, 어떤 검사를 하는지, 검사 후 결과를 알 수 있을 때까지 시간의 경과를 아는 것은 치료 과정 중에 의미 있는 일이다.

그래서 진단부터 방사선 치료까지의 시간을 적어보았다.

     

2022년 6월 11일 토요일. 왼쪽 가슴에서 멍울이 만져졌다.

2022년 6월 13일 월요일. 동네 유방외과에서 조직검사

2022년 6월 16일 목요일. 유방암 진단

2022년 6월 20일 월요일. 삼성병원 유방외과 교수님 , 각종 검사

2022년 6월 23일 목요일. 삼성병원 검사

2022년 6월 27일 월요일. 삼성병원 유방외과 교수님. 삼중음성 유방암 진단

2022년 6월 29일 수요일. 혈액종양내과 교수님. 선항암 결정, BRCA 유전자 변이검사,  유방위치표시검사

*항암 1회 

 _ 2022년 7월 4일 월요일. 파클리탁셀+카보플라틴 1차 1회

 _ 2022년 7월 11일 월요일. 파클리탁셀 1차 2회

 _ 2022년 7월 18일 월요일. 파클리탁셀 1차 3회


*항암 2차 

_ 2022년 7월 25일 월요일. 파클리탁셀+카보플라틴 2차 1회

_ 2022년 8월 1일 월요일. 파클리탁셀 2차 2회

_2022년 8월 8일 월요일. 파클리탁셀 2차 3회

*항암 3차  

_ 2022년 8월 16일 화요일. 파클리탁셀+카보플라틴 3차 1회

_ 2022년 8월 22일 월요일. 파클리탁셀 3차 2회

_ 2022년 8월 29일 월요일. 파클리탁셀 3차 3회


*항암 4차 

_ 2022년 9월 5일 화요일. 파클리탁셀+카보플라틴 4차 1회

_ 2022년 9월 13일 화요일. 파클리탁셀 4차 2회

_2022년 9월 19일 월요일. 파클리탁셀 4차 3회, MRI 검사


*항암 5차_  2022년 9월 26일 월요일.  AC 1차(독소루비신, 싸이톡신)

*항암 6차_  2022년 10월 17일 월요일. AC 2차, 혈종과, 유방외과 교수님 진료

*항암 7차_  2022년 11월 7일 월요일.  AC 3차

*항암 8차_  2022년 11월 28일 월요일. AC 4차, 막항     

2022년 12월 16일 금요일. 수술 전 검사

2022년 12월 19일 월요일. 입원

2022년 12월 20일 화요일. 수술

2023년 1월 9일 월요일. 수술 후 첫 진료. 

2023년 1월 10일 화요일. 방사선 종양학과 교수님 진료

2023년 1월 20일 금요일. 방사선 종양학과 모의 치료

2023년 1월 30일 월요일. 방사선 치료 시작

2023년 2월 23일 목요일. 19회 방사선 치료 끝


표준 항암 치료의 일정을 적어놓고 보니 무의미한 시간은 없었다. 

“항암 치료가 끝나는 날이 올까?”, 

“무더위가 없어진 걸 보니 시간이 가긴 하나 봐.” , 

“단풍잎이 이렇게 예쁜지 올해 새삼 알았어.”. 

“벌써 겨울이네. 곧 눈이 오겠어요.” 남편과 걸을 때 자주 했던 말이다. 


하루하루를 버티며 마지막 치료를 생각하며 지내왔던 시간의 끝도 있었다. 여름부터 겨울까지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을 보냈다. 지내고 보니 그때의 통증과 힘들었던 시간들이 무조건 나쁜 것은 아니었다. 


     

항암 치료를 받는 동안 고마운 일들도 가득했다. 

여덟 번의 항암 치료 기간에 호중구 수치가 떨어지지 않아서 예정된 항암 일정이 미뤄지지 않은 것이 감사하다. 코로나로 전 국민이 마스크를 썼던 시기임에도 코로나에 걸리지 않아서 감사했다. 항암 치료를 했던 주변인들은 항암 치료 동안 응급실 갈 일이 있을 것이라고 했지만 나는 한 번도 가지 않아서 감사했다. 사람마다 부작용이 다르게 나타나겠지만, 나는 견딜 수 있을 만큼의 부작용만 있었던 것도 감사했다.      


무엇보다 이런 모든 과정을 함께 이겨내며 기도해 준 가족과 친구들이 있어서 감사했다. 특히 남편에게 감사했다. 항암 진단 때부터 모든 치료받는 과정에서 하루도 빠지지 않고 병원에 동행해 주었다. 집에 혼자 있을 나를 위해 매일 이른 퇴근을 해서, 저녁 식사를 함께 먹었다. 아침저녁 상관없이 나와 함께 산책했다. 항암 부작용이 심한 날은 내 몸하나 지탱하기 힘들어서 걷기 힘든 날이 있었다. 그때는 남편의 어깨에 기대어 끌려가듯 걷곤 했었다. 걷는 동안에도 축 늘어지기만 하여 눕고 싶기만 했던 그런 날, 남편이 함께 걸어주지 않았다면 난 온종일 침대에 누워만 있었을 것이다. 남편에게 가장 감사했다. 


두 아들에게도 감사했다. 퇴근하고 돌아오면 샤워하기 전까진 내 옆에 오지 않았다. 감기나 코로나 바이러스에 조심해야 하는 나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었다. 방사선 치료 때 혼자 병원 가는 것을 알고 일부러 시간을 내어 동행해 주었다. 


친정, 시댁의 가족들과 친구들은 잘 먹고 힘내야 한다며 수시로 먹을 것을 보내왔다. 암 환자가 된 것은 슬픈 일이지만 치료받는 동안 내가 사랑받는 존재임을 알게 되어서 그 또한 감사했다.      


항암은 내 삶의 방향을 전환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동안 소홀했던 ‘나 자신’, ‘건강’, ‘삶의 의미’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다. 모든 표준 치료를 마친 지금. 나는 새로 태어났다. 지금부터의 나는 더 많이 건강하고, 더 많이 행복해질 것이다. 


항암, 모든 것이 나쁜 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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