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리즈코누 Oct 17. 2023

팀원이 그만두겠다고 했다.

사람들은 본인 평가에 관대하다.

늘 웃음기없이 조용히 출근했다가 조용히 퇴근하는 친구 A가 있었다.

언젠가 둘이 함께 외근을 가던 중, 어색한 침묵이 싫어 그 친구에게 질문을 한 적이 있었다.


나 : 요즘 어떤 일이 제일 재미있으세요?

A  : 헐! 회사를 재미로 다니는 사람이 있나요?

나 : 아... 내가 질문을 잘못했네.. 미안해요. 요즘 젊은 친구들은 어떤 일에 관심이 있는지 묻고 싶었어요.

A  : 전 여행 좋아합니다.

나 : 아... 여행 좋아하시는구나..


내가 꼰대가 맞긴 한가보다.. 단지 내가 기대한 대답은 그냥 ON컨텐츠 기획인지, 영상컨텐츠 기획인지, 쇼핑몰 관리인지 그런게 궁금했을 뿐인데... 예전 회사 친구들에게는 편하게 주고받던 이야기들이었는데...

이 회사의 젊은이와의 대화는 어렵군 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이상한건가 싶었다.

 

코로나가 심했을 무렵 A친구는 재택을 매우 선호하는 친구였기에 다른 팀원들보다 조금 더 많이 재택을 신청했다. 일하는데 지장이 없으면 재택도 괜찮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냥 두었다.

그러던 어느날 B팀원이 나를 찾아왔다.


B : 팀장님 A팀원은 메신저가 자꾸 꺼져있어요. 그러면 안되거든요? 제가 몇번씩 대화를 시도하려고 해도 연락이 안되요. 전화도 안된다구요. 일하는거 맞나요? 확인해보셔야할것 같습니다. 

제가 이분 메신저가 언제 언제 꺼지는지 다 확인했거든요? 너무 자주 꺼집니다. (우리 회사 메신저는 컴퓨터 ON인지 자리비움인지가 표시된다)

나 : 아.. 제가 팀에 업무중 메신저 절대 종료시키지 말라고 공지하겠습니다.

B : 팀장님 그리고 A는 자주 아프다고 병원에 가는데요. 그건도 업무 외 시간으로 처리해야하는거 아닌가요?

     저는 병원 다녀올때는 반차 쓰거든요?

나 : ... 확인해볼께요.


나는 정말 놀라웠다. 설령 그 팀원이 메신저가 꺼졌다고해도 그걸 실시간으로 보면서 꺼진 시간을 적어두었다는 것이 조금 무서울 정도였다. 그렇게까지 저 팀원이 미웠던걸까.

그런데.. 그걸 체크하고 있었다면.. 그날 그 직원은 일을 안한걸까...


사실 A는 팀원들이 하기 싫어하는 일을 도맡아하고 있었다. 물론 내가 70% 이상 진행해준다는 조건 하에 하는 거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묵묵히 다른 팀원들이 싫어하는 일을 해주는 A가 고마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B의 말도 틀린말은 아니었기에.. 팀공지를 하게 되었다.

A는... 눈치가 빠른 친구였다.


코로나가 사라지면서 회사마다 재택 종료를 선언했고, 우리 회사도 전원 출근으로 변경이 되었다.

재택을 사랑했던 A는 재택이 많은 회사로 이직을 했다.


A는 그만두는 날까지 나를 걱정하다 퇴사했다.

자기 그만두면 팀장님 혼자 힘들어서 어떻게 하시냐고.


모두가 싫어했던 그 일은 B와 C가 나눠서 하는것으로 업무 변경이 되었다.

B는 만족할까?



작가의 이전글 워킹맘의 착각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