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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한 Nov 16. 2023

30대 사춘기


요새같이 스스로가 어떤 사람인지 알기 어려웠던 순간이 없었던 것 같다.



지금보다 조금 어렸을 때는 선명하게 자기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이야기하기가 쉬웠다. 좋아하는 것에 자신이 있었고 내가 어떤 사람인지 분명하게 안다고 믿었다. 하지만 이런저런 일도 겪고 스스로가 성숙해지면서 '아 그럴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많이 든다.


지금 나는 어릴 때의 나는 전혀 생각한 적 없는 나다. 겉모습으로는 살이 무척이나 많이 쪘지만 속 역시 내가 생각해 본 적 없는 나다. 이렇게 술과 시가에 찌든 어른이 될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고 어릴 때 그렇게 크게 취미 붙이지 않았던 게임을 밤새 하는 불량한 어른이 되었다. 아마 고등학교 때의 내가 나를 보면 '저 사람이랑은 절대 친해지고 싶지 않다.'라고 생각할 것이다.


몇 번이고 지금의 나를 정의하려고 노력하고, 스스로에 대해서 깊게 파고들지만 취향은 알기 쉬운데 정작 스스로라는 사람에 대한 정의는 점점 어려워진다. 아마 나에 대해서 어떤 사람인지 말해주는 사람이 없어서 그런 것 같기도 하고... 또 반대로 나에 대해서 깊게 알만한 타인이 없기도 하다. 나이가 먹으면 다른 사람에 대해서 재단하고 판단하는 것이 부질없다는 것은 잘 알게 된다. 왜냐면 내가 아주 빠르게 변하는 것을 스스로 체감했기에 남들 역시 언제나 변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사실상 다른 사람의 평가는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


스스로에 대해서 정의 내리는 것만큼 쓸모없는 짓은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 스스로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걸 좋아하고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지금의 내가 어떤 생각들을 하고 어떤 고민들을 하는지. 그런 것들이 손에 잡힐 듯 깔끔하게 정리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글을 쓰기 시작했는데 글을 써도 스스로에 대해서 더 알 수 없기만 하니. 30대에 맞는 사춘기라고 해도 좋을까? 이 시기를 어떻게 넘겨야 현명한 어른이 되는지 잘 모르겠다.


내가 사람들과의 관계가 아주 적고- 사회적으로도 아주 필요한 관계만 갖고 살기 때문에 그럴 수도 있겠다. 결국 스스로를 발견하기 위해서는 타자와 빗대어 어떤 특성을 가지고 있는지 아는 과정 역시 무척이나 중요한데 지금의 나에게는 그런 경험이 아예 전무하기 때문이다. 아, 이 조차 누군가는 내가 다른 사람에게 큰 기대를 갖고 있고 사람들에게 기대고 싶어 하기 때문이라고 말할까?


있는 그대로의 스스로의 변화를 받아들이고 있지만 이 길 끝에 어떤 사람이 될지 불투명해서 그런 것 같기도 하다.

예전에 비해서 무엇이 변했는지 - 조그마한 변화들은 쉽게 느낄 수 있다. 어릴 때의 나에 비해서 난 다른 사람에 대한 사랑과 관심을 갈구하지 않는다. 누군가에게 관심을 받으려고 하는 일 역시 관뒀다. 사람보다 책과 이야기하는 시간이 더 많다. 아마 지금의 나는 다 합쳐서 하루에 한 시간도 맗하지 않고 살 것이다. 나쁘지 않지만... 갑자기 대외관계가 늘어난 지금 같은 순간에는 조금 불안해진다. 나는 어떤 사람으로 사회에서 열굴을 들이밀게 될까.



결국 사람은 자신의 얼굴에 대해서 책임지게 돼있다고 - 지금 내 얼굴을 찬찬히 뜯어보면, 지금 내 얼굴이 지금까지 내가 쌓아 올린 나일 것이고. 어떤 사람인지 발견하게 될지도 모른다. 자아라는 것이 신기루에 가깝다는 것 역시 잘 안다. 이 거대한 우주에서 나는 하나의 점에 불과하고 내 생각처럼 다른 사람들은 나에게 관심이 많지 않다.


지난 몇 년 동안은 원래 내가 살던 세계가 아닌 완전히 다른 세계에서 살아왔다.

보통 내 나이또래의 사람들과는 엄청나게 다른 길을 걸어왔다. 그 길을 걸은 것에 대해서 조금의 후회도 없다. 다만 사회에서 요구하는 역할에서 너무나 많이 벗어났기 때문에 잘 융화될 수 있을지 스스로에게 자신이 좀 없다. 예전의 나는 사회가 원하는 나 스스로의 역할을 무척이나 잘 해내는 똑똑한 사람이었기에 더. 이제 그때로는 돌아갈 수 없다. 정말로 있는 그대로의 나로 승부를 해야 한다.



에라이 하다보면 뭐라도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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