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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를 찾은 게으른 여행자여! 새벽 수산시장에 가라!

제주도를 관광지라고만 아는 사람들에게

by 루파고

시사/교양 섹션으로 분류되어 있는 '6시 내 고향' 같은 초장수 프로그램은 은근히 인기가 높다.

난 TV를 거의 보지 않는 편이지만 6시쯤이면 엄마는 항상 그 방송을 보시는데 거실을 오가다 방송 내용을 스치듯 접해서 어떤 소재들을 다루는지는 알고 있다.



제주도에는 대형 어시장이 몇 군데 있는데 난 성산항에서 새벽 어시장의 활기찬 모습을 만날 수 있었다.

해가 뜨기 전에 미리 가지 않으면 볼 수 없기 때문에 게으른 관광객에게는 보여줄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



멀리서 어선이 한 척, 한 척 입항하기 시작했다.



어선 입항과 동시에 대형 호스가 연결되고 순식간에 능수능란한 작업이 진행된다.



배에서는 멸치가 쏟아져 나온다.



배에서 내린 멸치 양이 장난 아니다.



이거 멸치 맞지?

무식해서 원~



갈치가 제일 대접을 받는 모양인지 크기 별로 담긴 갈치들이 자리를 잡는다.

이 녀석들이 관광객들이 다니는 맛집 등으로 배달되는 거다.

보기만 해도 침이 고인다.



배에서 내린 해산물들은 분류된 후 알아들을 수 없는 용어들이 오가는 경매가 시작된다.

그 풍경도 하나의 볼거리이긴 한데 일반인들은 가까이 오지 못하게 해서 먼발치에서 거래를 구경했다.



경매가 종류된 후 낙찰받은 갈치는 거의 그 자리에서 도매상에게 인계된다.

그들이 가져가고 남은 물량이 있으면 현장에서 소비자 거래가 일어나기도 한다.

우리도 갈치를 사려고 했는데 항구에서 판매하는 가격도 만만치 않았다.

호주머니 가벼운 서민에겐 역시 부담스러운 가격이다.

제주에서는 어선 부리는 이웃에게 얻어먹는 게 최고다. ㅎㅎ



갈치 말고도 달고기 등 다양한 생선들도 판매하고 있다.

아무렴 잡아서 먹는 맛이 있긴 하지만 이럴 때 보면 내가 낚시를 왜 다니는지 모르겠다.

낚시를 레저 정도로 인식해야 하는데 난 잡아먹기 위해 낚시를 하는 생활낚시꾼이라 그런가 보다.



결국 이런 녀석들 사다가 소금에 절여 냉장고에 직행.

이제 며칠이고 지겹도록 생선구이를 먹어야 할 상황이다.

요만큼에 3만 원 줬으니 이 정도면 횡재한 거 아닌가?

새벽에 나온 보람이 있다는 사실을 새벽 어시장에 안 가본 사람은 모른다.

제주도에 갔다면 미친 척 부지런 좀 떨어서라도 한번 다녀올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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