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로 배우는 제주도 문화와 부동산
배 회장이 떠난 자리에는 서류 한 뭉치만 덩그러니 남았다. 회의를 주관하던 사람은 도의회 의장이었다. 그는 흰색 모조지로 된 서류봉투를 펼쳐 내용물을 꺼내 들었다. 두툼한 종이뭉치가 책처럼 제본되어 있다. 회의실의 모든 눈동자는 그의 손에 집중했다. 지구의 운명이 담긴 역사적 서류도 아닌데 다들 긴장했음이 분명하다. 페이지를 넘기는 의장의 표정이 가관이다. 열 페이지도 채 넘기지 못한 서류를 덮어버린 의장은 좌중을 돌아보며 입을 열었다.
“여러분. 배 회장님은 우리가 생각지도 못한 제안을 하셨습니다. 두 가지 제안 모두 받아들였으면 합니다.
저로서도 정말 부끄럽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배 회장님을 통해 자연을 지키고자 파타고니아 일대의 사천 제곱킬로미터에 이르는 방대한 토지를 국립공원으로 칠레 정부에 기부한 이본 취나드 회장의 선행을 본 것 같습니다. 골프장 개발 등으로 이미 훼손된 한라산이지만 지금이라도 더 이상의 훼손을 막을 수 있게 되어 감회가 새롭습니다. 우리의 곶자왈은 물론 한 라산 원시림 그리고 생태계를 보전할 수 있는 계기라고 봅니다. 배 회장님의 선행이 여럿에게 전파되어 하나의 문화가 형성되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한 가지 제안은 아까 들었던 것처럼 제주도의 건축문화에 이바지하시겠다는 것입니다. 배회장님의 의지를 받들고자 합니다. 우리 제주에 건축과 관련한 새로운 협회를 조직해 달라 하십니다. 잇권에 의해 움직이는 협회를 말하는 게 아닙니다. 제주색이 묻어나는 건축물에 대해서는 배 회장님의 적극적인 후원과 지원을 약속하셨습니다. 그에 대한 첫 번째 지원으로 구좌읍 송당리에 있는 백만 평에 달하는 토지를 기부하시는 겁니다. 제주도 건축문화 발전에 써 달라는 조건입니다. 자세히 보지는 못했습니다만 그 토지에 장기저리 임대주택을 보급하면 어떻겠나 하는 질의가 있습니다. 제주민속촌이나 성읍민속마을 같은 게 아닙니다. 넉넉한 평형으로 빽빽하지 않은 조성하고 제주색을 입힌 주택을 지어 제주 에서의 삶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저리에 임대하자는 겁니다. 현실성에 관한 부분은 전문가들에게 맡긴다 하십니다. 의장의 말에 회의실의 모두가 감동에 젖어버렸다."
제주도민을 비롯하여 외지인들 대부분이 제주의 토지를 투기나 투자의 용도로만 보았지 사재를 털어 제주를 위해 공익적인 행위를 하겠다는 사람들은 전무하다시피 했었다. 의장의 비유처럼 배 회장은 이본 취나드 회장과 다르지 않았다.
2017년 제주도청은 해발 300미터 이상을 중산간지역으로 확정 지정했다. 중산간 이상의 지역에는 오수관이 없으면 건축이 불가하다는 건축법이 시행됐다. 그만큼 중산간의 중요도가 인식되었다는 것이다. 웃지 못할 일이 있다면 제주도의 골프장은 대부분 중산간에 위치하고 있다는 점이다. 요즘은 친환경 농약을 사용한다고는 하지만 골프장에서 그린 등 필드의 대부분인 잔디를 어떤 식으로 관리하고 있을지 의문이다. 이미 망가뜨린 중산간지역이지만 그 지역이 가장 주목받는 이유는 생태계와 지하수 문제다. 골프장이 있던 자리가 원래는 곶자왈이었으니 말이다. 어쨌든 제주도에서 가장 중점적으로 관리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골프장 시설에 오수관은 연결이 되어 있을지도 궁금하다. 오래전 허가된 부분이기 때문에 오수합병정화조를 설치했을 것 같은데 지금까지 후속조치가 되고 있는지는 알 턱이 없다. 거듭 강조하는 부분이지만 정화조 침출수가 그대로 지하수에 흘러간다면 웃지 못할 일인 게다.
오래전 현지인에게서 제주도 건축의 조건 중 지하수로 인한 문제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어떻게 보면 별 것 아니라고 볼 수 있겠지만 지하수를 천공하려면 아랫집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조건이 있었다. 이유는 간단하다. 윗집에서 지하수를 파면 아랫집 지하수가 오염되거나 수량이 줄어든다는 것이다. 그것도 지하수 개발이 허가될 때 이야기인 만큼 지금의 지하수 관리에 있어서 얼마나 더 체계적이고 엄중한 실천이 있지 않았을까 싶다.
골프장 건설로 인해 한라산이 얼마나 멍들었는지 알고 나면 정상적인 목적의 환경단체에서는 가슴이 아려 올 지도 모르겠다. 먼저 설명했듯이 곶자왈은 그냥 원시림이라고 보면 된다. 제주의 보물을 우리는 야금야금 날려 먹고 있었던 것이다.
1. 서문
2. 긴급회의
- 제주의 장묘문화
- 제주신화와 오름
- 진입로를 막아 선 묘적지
- 묘적지, 무연고묘지
- 국가기관 소유의 묘적지 인수
3. 급매물
- 제주도 주택문화의 이해
- 계약서 없을 경우 계약금 반환에 대한 사례
- 문화재와 개발 인허가문제
- 제주도 토지 특성
- 농지 취득 시 알아 두어야 할 정보
4. 건축업자가 되는 길
- 괜당이란
5. 선물
- 제주도 제2공항에 대한 단상
- 김녕 도시계획 등 정보
- 예래지구 문제
6. 고뇌
- 제주도 농업
- 영어교육도시와 제주신화월드
7. 오늘은 잔금 치르는 날
- 제주은행 서울(육지)지점 정보, 주택담보 대출 시 유의해야 할 점
- 지도상 거리, 물리적 거리, 과거와 현재의 교통편
8. 푸념
- 곶자왈이란, 곶자왈 훼손에 관한 의견
9. 배 회장의 서류
- 중산간지역의 훼손, 골프장 건설로 망가진 한라산
10. 올 것이 오다
- 토지거래 시 유의할 점, 세금문제, 다운계약에 관한 지침
11. 제주도민이 되고 싶어요
- 건축물 양성화 신고 관련 내용, 법규
- 제주도 건폐율과 용적률
- 건축법상 진입로 규정
12. 제주색 건축
- 제주도 건축법 개정안
- 보전등급, 상대보전, 절대보전에 관한 법률
- 절대보전/상대보전지역
- 특화경관지구(구. 수변경관지구)
- 오름에 붙은 토지의 규제
- 동굴보호에 묶인 토지
- 당처물동굴과 용천동굴
- LNG기지와 가스관 공사
- 지하수 문제
13. 실행력 없는 비전은 비극이다
14. 귀한 존재라는 걸
- 농지전용/산지전용
15. 돼지 잡는 날
- 진입로 관련법안/일반토지사용승낙서와 영구토지사용승낙서
- 제주도 일자리 문제
- 제주도 커피숍 분포
- 제주도 교육환경
- 제주살이, 한 달 살이 그리고 제주도 인구의 진실
16. 건축업자의 길
- 제주색 묻어나는 건축물들
- 제주도 행정구역 편제
17. 현실성 없는 정책도 비극이다
- 제주도 양돈과 환경오염 문제
18. ROLEX
- 제주도 농가주택과 자폐증의 상관관계
19. 제주살이
20. 올레의 비밀
21. 푸른빛 더러운 제주바다
22. 오수관 있나요?
- 오수관, 상수관 관련 내용
23. 제주도민이 되다
24. 에필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