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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파고 6시간전

197.속초 현지인들만 안다는 별 거 다 파는 치킨집

갑자기 속초 출장이 잡혔다.

주말 끼고 다녀온 출장인데 왠지 놀러 가는 이상한 느낌이 드는 이유는 무엇 때문이었을까?

아마도 한동안 업무에 지쳐 있었기 때문이지 싶었다.



고향 같은 속초, 설악산을 보니 감회가 새로웠다.

딱 일 년 전 자전거를 타고 넘던 진부령을 지나며 왠지 모를 아련함 같은 게 느껴졌다.

돌아오는 길엔 한계령에 잠시 차를 멈춰 세우고 구름 아래 골짜기를 보며 짧은 한숨을 토해냈다.





불과 6개월 만에 속초 현지인이 되어버렸다는 분을 따라간 곳은 티바치킨.

프랜차이즈 치킨집 아니던가?

그런데 하시는 말씀이 여긴 주방장 맘대로 메뉴가 있다고 하시는데...

식당 내부 분위기 역시 아무리 봐도 치킨집 같진 않았으니...

눈앞에 떡하니 나타난 메뉴판엔 "금일 특별메뉴는 사장과 상의하세요"라는 문구!


잠시 후 나타난 여자 사장님께 메뉴에도 없는 삼겹살을 주문하시는 6개월 차 현지인.

이런저런 협상 끝에 돼지고기 가득한 김치찌개와 프라이드치킨을 주문했다.



그런데 갑자기 이런 게 나왔다.

어제 담근 새우장이라고 하시는데 양이 장난 아니다.

파는 건 아니고 손님용 서비스 메뉴라고...

너무 짜지도 않아 술안주로 딱이다.

간장에 살이 물러지기 전이라 식감도 기가 막히다.

횟집 가서 사 먹기도 어려운 이 새우의 정체는 보리새우란다.

여태 그렇게 맛집 찾아 싸돌아 다녔건만 보리새우장은 처음이었다.



역시 치킨은 바로 튀긴 것만큼 맛있는 건 없다.

난 이미 보리새우장에 꽂혀서 다른 메뉴가 필요 없었지만 그래도 치킨은 소울푸드니까 절대 거를 수 없었다.

바삭바삭하고 육즙 가득한 치킨이 소주를 부른다.

원래 맥주에 맞는 건가?



농담인 줄 알았는데 정말 돼지고기가 한가득이었다.

기본적으로 음식 솜씨가 좋다 싶었는데 속초엔 35년 정도 사셨지만 원래 타지에서 오셨다고 하시는 여사장님.

테니스 마니아라 하시고, 등산을 너무 좋아라 하신다고.

다음에 기회가 되면 같이 설악산에 가자고 농담 아닌 농담을 공유했다.



내겐 보리새우장이 하이라이트였다.

갓 지은 쌀밥 한 그릇을 가져다주셨는데 간장을 비벼서 먹지 않을 방법이 없었다.

이게 또 바로 소주 안주가 됐다는...

난 이 날 서비스메뉴로 나온 보리새우장으로 소주 세 병은 마신 것 같다.

조심스럽게 좀 더 주시면 안 되시겠냐며 여쭸더니 500원 내라 하셨다.

농담이라 하셨지만.. ㅎㅎ


일 년 만에 속초 가서 현지인 식당에서 소주 한잔 아주 즐겁게 마시고 나왔다.

사장님 쵝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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