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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파고 Dec 11. 2024

208. 한남동에서 금풍생이를 만날 줄이야

전국 유명 먹거리를 한 자리에서 맛볼 수 있는 애주가들의 애주옥

나~ 원~ 참!

서울 한복판에 이런 식당이 있을 줄이야.

지인께서 예약까지 해주셨다 하여 한남동 순청향병원 뒤쪽 식당가 골목으로 들어갔는데...

애주옥이라...

상호 네이밍부터 애주가의 감성을 살살 간지럽히는 게 심상치 않다 싶었는데...



골목에서 입구 찾는 것부터 쉽지 않았다.

눈치가 없어서 그랬던 걸까 싶기도 하고...

아무튼 간판을 봤다고 입구를 찾은 건 아니었다.

건물 뒤 전봇대 있는 골목을 끼고 돌아가면 입간판이 보이는데 바로 거기로 들어가면 된다.



실내 분위기는 대략 이렇다.

깔끔한 편인데 약간은 거친 듯한 인테리어.

미리 검색하지 않고 온 식당이라 어떤 메뉴가 있는지조차 모르는 상황이었다.



메뉴판을 보면서 실감이 가질 않았다.

약속시간보다 조금 늦게 도착한다며 멸치회를 주문해 놓으라 해서 메뉴판을 보는데 이게 현실인가 싶었다.

뭐라고?

전국구 유명 안주들이 한 페이지에 열거되어 있었다.

그중 딱 눈에 띄는 메뉴. 금풍생이구이.

여수에나 가야 먹던 거 아니었나?



요즘 호래기도 제철인데...

이 그림 하나로 여기 메뉴들의 설명이 끝났다고 할 수 있다.



기본찬이 가지런하다.

애기게튀김도 있다.

주메뉴가 나오지 않아도 이것만 가지고 소주 한 병은 너끈히 해치울 수 있을 것 같았다.

무려 20분이나 늦게 오신다 하여 나 먼저 혼술을 시작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바로 이 멸치회 때문이었다.

오늘 또 가라고 해도 갈 수 있을 것 같은데...



이 사진들을 면밀히 봐야 하는 이유가 있다.

곰보미역과 돌김 때문이다.

정말 환장하는 식감을 가진 녀석들인데 멸치회도 멸치회지만 정말 입 속에 연회가 터졌다.

이 사진을 보면서 입에 침침 마구 고이는 상황이다.



이렇게 쌈을 싸서 먹는데 손을 쉴 수가 없다.

20분 동안 소맥 세 잔에 소주 세 잔을 호로록 흡입하고 말았다.

손을 쉴 수가 없었다.

계속 사진도 촬영해야 했고...

너무 바쁜 20분이었다.



그리고 드디어 금풍생이구이가 나왔다.

지인은 아직 아니 오셨고...

따뜻할 때 먹어야 하는데 빨리 안 먹으면 안 되는데...

이 영롱한 자태를 보라!

감동적이었다.

서울 한복판에서 그것도 한남동에서 이 녀석을 만날 줄이야.

여수에나 가야 먹을 수 있을 녀석을 말이다.



고민하던 나는 에라 모르겠다는 생각으로 한 마리 뜯고 말았다.

맛집에서 무슨 의리를? ㅋㅋ

늦은 사람이 문제지...



메뉴 두 개 놓고 촬영한 사진이다.

이 한 상이면 둘이 죽어나가도 모를 거다.



한국인은 결국 한식으로 돌아온다!

멋진 표현입니다. ^^


바닥 싹 비우고 돌아왔고 벌써 그립다는...

가까운 데 산다면 방앗간 될 건데 아쉽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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