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백 년 인생 엄마 vs 사반세기 인생 딸의 275일간의 세상여행
이소작전 무사완료離巢作戰 無事完了
돌아왔다. 세상 밖으로 나갔다가 제주를 거쳐 서울로 돌아왔다. 2018년 2월 6일, 25세의 생일을 이틀 넘긴 딸아이와 세상 여행을 떠났다.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아무런 예측을 할 수 없는 미지未知의 세계로 트렁크 한 개씩, 노트북을 넣은 백팩 한 개씩을 매고 2월의 싸늘한 새벽바람을 스치며 길을 떠났다. 우리는 1993년 2월 4일부터 여행을 떠나기 전까지 9천1백27일을 함께 살았고, 이번 여행 동안에 일, 시간, 분, 초로 따져보면 275일, 6천6백 시간, 39만 6천 분, 2천3백76만 초 동안 붙어 다녔다. 우리는 함께 23개 국, 43개 도시의 길을 걸었다. 얼마나 많은 나라와 도시를 다녔는가 하는 숫자는 중요하지 않다. 둘이 가고픈 곳으로, 발길 닿는 데로 여행을 하며 나아가다 보니 뒤로 그만큼의 숫자가 쌓였다.
알에서 깨어난 새가 어느 정도 자랐다고 판단하면 어미새는 아기새가 홀로 서도록 이소작전離巢作戰을 편다. 아기 새의 배내 털이 다 빠지고 둥지를 떠나야 할 때가 오면 어미 새는 아기 새가 둥지를 박차고 날아가도록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유도하며 기다린다. 이번 365일로 기획한 ‘모녀여행365’는 아이가 홀로서기 직전의, 그리고 홀로서기 위한 이소작전이다. 딸아이와 나는 '엄마 vs 딸' '아날로그 vs 디지털' '베이비붐 vs 밀레니얼' '반백년 vs 사반세기' 'Rising Moon vs Rising Sun' 'Hot vs Cold' '채소 vs 고기' '종이 지도 vs 구글맵' '감感 vs 구글 신神' '1982 vs 2012'... 수많은 'vs 구도' 상태로 떠났다가 각과 합이 더욱 잘 맞는 '팀' '듀오', 애칭 '상둉과 진쫑', 그리고 '오랜 친구'로 돌아왔다. 이제 우리는 새로이 그어진 출발선상에 섰고 서로를 밀어주고 이끌어주는 상호보완적이며 실질적으로 동등한 두 개체가 되었다.
지난 24년 동안 함께 살면서 물고기를 잡아 안겨주기보다 낚싯대 사용법과 낚시질하는 법을 가르쳐주려고 무던히도 애썼다. 남들이 모두 가는 길이 꼭 따라가야 하는 ‘正道’가 아니고, 남들이 다 가는 길과는 다른 샛길을 선택할 수 있으며, 다수가 무의미한 ‘Yes’를 말할 때 의미 있는 ‘No’를 말할 수 있고, 잠시 숨을 고르고 멈추어 서도 기나긴 인생길에 지장을 주는 큰일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길이 끊겼다면 또 다른 길이 열릴 것이니 미리 큰 걱정과 근심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깨닫기 바랐다. 근심으로 에너지를 뺏기고 주저앉기보다는 앞으로 나아갈 방도를 구하는 데 긍정적 에너지를 쏟았으면 했다. 반백 년 살아보니 인생이 그러했다. ‘진혜의 스타일 대로, 진혜의 템포에 맞춰, 진혜의 생각대로’ 살아가며 행복하길 바란다.
지난 6600시간 동안, 에미는 '세상에서 낚시하는 법'의 '완전정복 종합 편'을 다 보여주었고 더 이상 가르칠 것이 없을 만큼 아이는 성장했다. 조금 늦은 감이 없지 않으나 에미의 산에서 아이가 하산下山할 때가 왔다. 이번 모녀 여행의 작전命 '이소작전'은 무리 없이 진행되었다. 이제 둥지를 박차고 넓은 세상으로 날아가도 무방하겠다. 에미도 에미 앞의 생을 향해 방향타를 조정한다.
딸아이와 매일 24시간씩 함께했던 275일간의 조금 긴 여행에서 돌아왔고, 오늘부터 절대 낯설지 않은 서울에서 낯선 삶이 지속될 것이다. 어렸고 젊었던 '상둉'이도 두려움이 가득했으나 살아보니 세상은 그리 두렵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Good Luck.
작가님, 커피 한 잔에 글 쓰기 좋은 아침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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