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유의 <쓰기의 말들>은 내게 선물 보따리였다.
"도라지 백 뿌리를 심는다고 산삼 한뿌리가 나올 수 없다"같은 참조할 만한 문장을 메모했다. 반복적으로 쓰기만 한다고 필력이 길러지는 게 아니란 걸 받아들였다. 내 마음 나도 모르겠고 원고를 어서 끝내고만 싶고 그래서 애매한 표현 뒤로 숨으려 할 때는 "솔직할 것, 정확할 것, 숨김없이 투명하게 보여 줄 것, 모호하게 흐려선 안된다"같은 타협 없는 문장을 떠올리며 한 번 더 글과 씨름했다
글쓰기는 나만의 속도로 하고 싶은 말을 하는 안전한 수단이고, 욕하거나 탓하지 않고 한 사람을 이해하는 괜찮은 방법이었다.
"노트북을 켠다. 하늘은 관대하나 화면은 단호하다. 이제 여기다 무엇 쓸 거냐고 노려보는 것 같다. "
"자기가 쓴 이상한 글을 봐야 하는 형벌을 면하려면 계속 다음 문장을 쓰는 수밖에 없다."
"빼곡한 글자를 만지는 일은 콩나물 한 시루 머리 땋는 일처럼 따분하다"
"글 쓰는 에너지를 회복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글 쓰는 것, 몸의 감각이 쓰기 모드로 활성화되고 도움닫기를 할 수 있는 밑 원고가 다져진다"
"사람을 움직이는 힘은 꽤나 물질적이고 구조적이다. 어떤 당위도 돌아오는 끼니 앞에 무색하다"
"좋은 글은 열 길 물속보다 복잡한 인간의 내면 풍경의 섬세한 결을 가르고 분할해 보여준다"
"견고한 단문의 성채는 행간의 힘이 좌우하는 것이었다. 이제부터 덧붙여야 할까 보다 단문을 쓰세요. 행간을 살리세요"
"읽고 쓰며 묻는다. 몸으로 실감한 진실한 표현인지, 설익은 개념으로 세상만사 재단하고 있지는 않는지, 남의 삶을 도구처럼 동원하고 있지는 않는지, 앎으로 삶에 덤비지 안 도로 그 글이 삶을 초과하지 않도록 조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