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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샴페인 May 12. 2020

삭제되지 않은 이물질이 되지 않기 위해....

<지극히 사소한, 지독히 아득한>을 읽고

몇년전 일본의 베스트셀러인 <편의점 인간>에 매료되어 무라카 사야카 책에 취해 '인간'이 되어가는 과정에 대한 생각을 붙잡고 허우적되던때가 있었다.  

어찌보변 작가의 실제이야기도 한 이 소설은 18동안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써내려간 것이다. 마치 알고리즘에 명령어를 입력하면 인간의 편견과 선입견, 집단무의식이 존무한듯 그 단어 자체의 의미만을 위해 행동을 옮기는 인공지능과 같은 그녀의 행동에 우리는 '비정상'이라는 꼬리표를 달아버린다.  '정상'이어야 하는 삶을 살기위해 편의점을 택하고 편의점인간들의 말과 행동을 학습하며 진정한 '인간'으로 스스로를 적응시키는 그녀의 일상의 서사는 우리에게 '인간'이라는 것에 대한 새로운 성찰을 가져오게 해준다.


"정신을 차려보니, 모두 초등학교 시절의 그때처럼 조금 물러나서 나에게 등을 돌리고, 그래도 어딘가 호기심이 섞인 눈길만은 기분 나쁜 생물을 보듯 내 쪽으로 향하고 있었다.

아, 나는 이물질이 되었구나. 나는 멍하니 생각했다..... 정상세계는 대단히 강제적이라서 이물질은 조용히 삭제된다. 정통을 따르지 않는 인간은 처리된다 "


나의 모든 모순과 허술함에 대한 방어로 이 세상에 자~알 적응하는 나의 모습도 결국은 '인간'이 아닌 내가 이'인간'이 되어가는 하나의 학습이라는 생각은 은근한 카타르시스를 안겨주었다. 거기에는 옳고 그름의 이분이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다. 그냥 나의 이 그 세상이 너의 그 세상을 '한번 살아보마'정도...


여기에 또 한편의 '편의점 인간'이 있다.

임영태의 <지극히 사소한, 지독히 아득한>, 제목으로 봐서는 두 연인의 절절한 사랑얘기 정도, 아니면 '82년 생 김지영' 스러운 한 여자의 처절한 생존기 정도로 여겨볼 만도 한데 그 부제는 " 살아가는 한 끝나는 일이란 없다"에 그 안의 삶의 또 다른 이분법이 존재하는지가 궁금해졌다.


이 또한 40대 중반의 아내와 도시를 떠나 시골에 국도변 편의점에 야간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꾸려가는 작가의 일상이 투영된 소설이다.

쪼들려살면서도 돈 버는데는 열심이었던 적이 없는 주인공은 '휴대용 낙하산'이라는 발명품을 붙잡고 그것이 자신에게 비범한 운명을 가져다 줄것이라고 믿고 살았다. 먹고 사는 것에 매여 있는 시시한 삶은 결코 살지 않으리라 다짐하였지만, 그의 인생은 평범근처에도 못가는 인생을 살고 있었다. 그러나 그 과정에 돌을 던질수 없는 것은 그가 바라고 찾던 인생이 우리가슴 저 끝에 꿈틀거려 언제가라도 불쑥 튀어오를 기세를 하고 있는 우리 자신의 인생이기도 한 것이기 때문이다.


잘 알고 지내던 형의 죽음으로 주인공은 비로서 자신의 삶을 돌아본다. " 나는 누구인가?"라는 물음으로 시작된 성찰은 영화감독의 외침에 따라 움직이는 엑스트라들처럼 지나치게 자연스럽고 지나치게 활기 넘치는 사람들속에 투명인간처럼 지나가는 자신을 느끼며 누군가가 'NG'를 외치면 다시 시작되기를 바랐을 것이다.  하지만 주인공은 알고 있다. 도망가지않고 스스로를 정면으로 바라볼때 또 다른 삶이 시작된다는 것을

"이토록이나 끈질기게 살아남아 자기 인생의 몰락을 고독하게 대면하고 있는 사람들을 보며 나느 경탄한다. 이들에겐 기쁨이나 희망은 없지만, 슬픔도 절망도 없다. 신의 섭리를 받아내는 무구한 견딤이 있을 뿐이다. 그리하여 사람들은 언뜻, 천진하게 조차 보인다."

기승전결 지극히 사소한 일상속에서, 정말로 지독히도 아늑한 노 부부의 일상은 정말 이들이 생활고에 시달려 자살을 결심한 기사에 몸서리 칠만한 인생을 살고는 있기는 한건지 의심이 들 정도이다. 처절하기도 한 생에 이처럼 아늑함이 묻어져 그 처절함이 미안해 고개조차 내밀지 못할것만 같은 그들의 일상은 아름다움을 넘은 저 너머 그 무엇이다.


주인공에게 편의점은 '우주선'이다.

"오래전에 읽은 SF소설이 있다. 주인공이 타임머신을 타고 십만년 후의 세상으로 갔는데. 그 세상에는 애 낳는 고통과 시간 낭비를 없애고 효율적으로 종족을 번식하기 위하여 모든 인간의 생식 기능이 제거돼 있고, 여왕벌 같은 거대한 인간 혼자서만 하루 종일 인간을 생산해내고 있었다. 사랑과 출산이라는 과정이 사라진 종족 번식이란 얼마나 단조롭고 끔찍한가, 삶의 의미는 디데일에 있다. 디테일이 없으면 우주는 단지 무한한 공허이다. "

편의점이란 공간은 그 디테일에 반영이다. 시재가 맞지않으면 없는 살림에 돈을 물어내야하고, 다양한 물건의 정렬과 배치가 일사불란하게 매일 이루어 지는 곳,  그 모든것은 먹고 사는 것에 대한 우리의 노동 또한 단순함이라는 하찮음속에 결속시켜서는 안되는 것이며,  삼겹살을 먹으면서도 삶을 버틸수 있는 우리의 철학인 것이다.

"나는 오케스트라의 지휘자다. <스타트렉> 엔터프라이즈호의 커크 함장이다. 수십여 명이 연주하는 모든 음표를 귀에 담고, 함 내의 몯근 레이더 좌표를 눈에 담는다.
나는 황홀하게 바쁘다. 그러면서 동시에 순간과 순간 사이에 떠 있는 고요함을 만끽한다. 행복하다


노동절을 이틀앞두고 무구한 견딤을 고독하게 대면하고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이들이 가진자들의 안일함에 허망하게 생을 다하는 소식을 접한다. 그들에게도 비범한 인생에 대한 가슴속 불씨하나는 가지고 있었을 것이고,  스스로의 삶의 공간이, 그 노동이 자신만의 지휘로 황홀하게 바쁜 순간을 성실하게 이루어지는 삶을 살고 있었을 것이다. 그 삶에 1분의 사과가 웬말인가? 그에게도 한마디 던지고 싶은 말이다 "살아있는 한 끝나는 일은 없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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