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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쏘야 Jan 28. 2024

1형 당뇨, 질병을 받아들이는 5 단계

[잘 가, 위마비야!]

위마비가 계속돼서 병원에 입원한 지도

수개월이 지났다.

병원에 오래 머문 만큼 한 칸 남짓의 병상은

여느 여대생 방처럼 아기자기하게

꾸며져 있었다.


침상 위에 붙어있는 친구들이 보내준 롤링페이퍼,

귀여운 고양이가 그려진 이부자리와

옹기종기 모여있는 선물 받은 캐릭터 인형들이

병상 분위기를 더욱 활기차게 만들었다.


"쏘야야, 여기만 들어오면 병원 분위기가 아니라서 좋다!"

"빨리 퇴원해서 예쁜 옷도 입고 화장도 하고 학교 가야지!"

"쏘야가 아파서 축 늘어져 있으니까 언니들이 마음이 아프네...!"


위마비로 속이 계속 울렁거리고 구토를 해서

아주 가끔 컨디션이 좋아지는 날

복도에 나와서 간호사 선생님들과 인사를 할 수 있었다.


"쏘야야, 힘 좀 내봐! 우리 병동 비타민이 아프니까 언니들이 웃지 않."


수선생님, 간호사 선생님들이 오셔서

빨리 회복하기를 진심으로 응원하고 가셨다.


"쏘야야, 꼬르륵 소리는 안 나니?"

"청진기로 위랑 장의 소리 좀 들어보자!"

"청진기가 차가우니 조금만 참아라!"


곰돌이 교수님께서 목에 걸친 차가운 청진기 

머리 부두 손으로 감싸 쥐고 호호 불어

따뜻한 온기를 불어넣었다.


"음... 쏘야야, 아주 미세하지만 장음이 조금

들리는 것 같다."

"장이 조금씩 움직이고 있다는 건 좋은 신호야!"

"다 나으면 제일 먹고 싶은 음식이 있니?"

"교수님, 저는 새콤달콤한 망고가 먹고 싶어요!"


"허허허... 넌 정말..!"

"임신했을 때 한 겨울밤에 수박 사 오라던

내 부인보다 더하는구나..!" 

"그래, 빨리 나아서 망고든 뭐든 먹어보자!"


오랜만에 컨디션이 좋아졌다.

'친구들은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궁금한 마음에 병동 복도에 있는 컴퓨터에

동전을 넣고 도토리월드에 들어갔다.


'오..?! 친구들은 해외여행도 가고 동아리 MT도 가고 자격증 시험도 준비하고 있구나!'

친구들의 근황을 보면서 갑자기 우울해졌다.


'왜.. 나만 저 멀리 뒤처져 있는 것 같을까..?'


우울한 마음에 창가에 걸터앉아서

하늘에 뜬 달을 멍하니 보고 있었다.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멍하니 창밖을 보며 앉아있는데 나도 모르게 갑자기 눈물 방울이 두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아얏! 깜짝이야!"

"이고, 김쏘야! 오랜만에 병실 밖으로 나길래

뭐하는지 궁금해서 와봤더니..."

"이 놈의 지지배 달밤에  청승맞게 울고 있네!"


나이트 근무 중인 미정쌤이 라운딩을 마치고

병동 복도에 있던 나를 찾아왔다.


"쌤, 1형 당뇨도 위마비도 왜 걸렸을까요?"

"왜.. 왜.. 왜 하필 나인데요!"

"이럴 줄 알았으면 술도 마음껏 마셔보고 일탈도 마음껏 해볼걸 그랬어요..."

"쏘야야, 잠깐만 진정해 봐..!"


"언니가 학교 다닐 때 정신간호학 시간에 질병을 받아들이는 감정의 단계가 있다고 배웠는데.."

"언니가 보기에는 쏘야는 지금 그 단계를 하나씩

잘 거쳐가는 중인 것 같아!"

"네.. 무슨 단계가 있어요?"


"사람들이 갑자기 어떤 질병을 진단받으면

처음에는 그 병을 믿을 수 없어서 부정하고.."

" 하필 나인가요?라는 분노가 일어나고 

만약, 좀 더 빨리 병원에 왔다면 상황이 달라지지 않았을까? 하면서 타협하고 우울 감정 단계를 거쳐서 결국은 병을 수용하게 된대."

'어..?! 쌤말을 듣고 보니 그런 것 같기도 하고..'

"그런데 사람마다 다르니까 꼭 그 다섯 단계를

다 거치는 건 아니야."


"미정쌤, 그럼 전 언제쯤 1형 당뇨를 받아들일

수 있을까요?"

"그게 언제인지는 모르겠지만.. 우리 쏘야는 분명 1형 당뇨병잘 받아들이고 잘 살 거야!"

"쏘야가 어디에 있든지 언니들이 항상 응원할게!"

"쌤...!"


마음속 깊이 묻어두었던 서럽고 화나고 답답하고

억울 복잡 미묘한 감정이 얽히고설켜서 눈물이 마르지 않았다.

"에이, 이 자식! 언니 어깨에 기대서 마음껏 울어!"

"오늘만 울고 힘내서 빨리 퇴원해야 해!"


"쏘야야, 언니가 우리 쏘야 위마비 다 나아서 퇴원하게 해달라고 매일 밤 기도하고 잔다."

"쏘야야, 퇴원하는 날 언니가 예쁜 펜 사줄게!"


곰돌이 교수님과 주치의 선생님,

10 병동 간호사 선생님들의 응원과 격려 덕분에

겨운 시간이었지만 힘을 낼 수 있었다.


"교수님, 교수님! 뱃속에서 꾸르륵 물 내려가는

소리가 나요!"

"저 이제 집에 가도 되는 거예요..?"


그렇게 모두의 기도와 바람대로

어느 날 갑자기 소리 없이 찾아온 위마비 그 녀석은

나를 몇 개월이나 고통스럽게 괴롭힌 뒤에

찾아온 그날처럼 소리 없이 떠났다.


위마비야, 다시는 날 찾아오지 마!

정말 꼴도 보기 싫으니까..!


*참고자료 및 참고링크


https://www.healthline.com/health/stages-of-grief


https://www.chp.edu/our-services/transplant/intestine/recovery/coping/typ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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