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스럽게 빨간 사과를 자르는 순간 알았다. 아! 맛이 없겠구나.
사과를 자라는 동안 칼에 힘이 없고, 느슨하다.
맛이 있는 사과는 힘이 경쾌하게 잘린다.
자른 사과를 한입 먹고 역시나 예상이 맞았다.
이 집 사과는 단언컨대 언제나 너무 맛있어라며 외쳤다는
한봉지씩 사던 나는 그날따라 가을도 왔다싶어 큰맘을 먹고
사과 한박스를 샀다.
요즘은 물 흐르는대로 살아고 있는 느낌이다.
스트레스도 없고, 크고 작은 기쁨과 슬픔이 없다.
좋은건가?
나쁜건가?
더군다나 흐린 날씨 덕에 이 마음이 확고하고 깊게 들어온다.
온전한 삶이 무엇이며 단순한 열정이 무엇일까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이게 모두 사과가 맛이 없어 드는 감정에서 피어나는 것들인가
저 사과를 모두 어떻게 치워 해칠울까에서 오는 생각일까
스트레스는 아니다.
고민이 생긴거다.
스트레스와 고민은 같은 맥락에 있는 건 같은데 스트레스는 해결이 되지 않을 것만 같은 느낌이 들며 해결이 안된다는 부정에 사로잡혀 있을 때 쓰는 단어인거 같고, 고민은 내가 해결을 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하는 생각하는 과정의 단어인거 같다.
나는 지금 맛없는 사과때문에 지금 고민이다.
*잼은 설탕과 시간 비용이 많이 들어가고 이 많은 잼을 나눠줘도 내가 먹어야할 양이 더 많을 것 같다.
*샐러드로 해도 과연 맛있을까? 채소의 맛까지 해칠까 싶다.
*사과발효주를 만들까? 실험의 연장이다.
*나눠줄까? 엄마의 말이 생각난다. 음식은 꼭 맛있을 때 나눠먹어라.
*당근을 사고, 양배추를 사야겠다.
주스를 만들어 먹자.
냉장고 채소칸에 있는 사과 어서 방빼.
오늘도 이 글을 읽어주신 모든 분들 좋은 하루 보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