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가을, 2023년 봄과 초여름 사이 차 사고가 났다.
첫 번째 난 사고는 좀 큰 사고였다. 일방통행인 좁은 시골길을 빠져나오려고 후진하다가 생긴 사고였다. 약간 커브길인 곳을 후진으로 빠져나오려다가 하천으로 이어진 급경사 길에서 미끄러졌다. 명백한 내 탓이었다. 나는 언덕 아래를 향해 미끄러지듯 떨어져서 하천에 닿기 직전 나무뿌리에 걸려 겨우 멈췄다. 손이 덜덜 떨리고 혼미해져서 차에서 내리지도 못했다. 그러다가 2차 사고로 이어질 것만 같아서 겨우 차에서 빠져나왔다. 차가 기우뚱하게 멈춰서 뒤집어질 것만 같았다. 앞에 낚시하던 아저씨가 멀뚱히 나를 쳐다봤다. 도움을 기대한 건 아니지만 차 사고가 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참 평온하게 낚시를 즐기고 있었다.
사고 직후 외상은 없었는데 마음이 다쳤다. 경사가 심하지 않은 언덕길에서도 나는 정차하지 못할 정도로 트라우마가 있었다. 특히 건물 주차장은 공포 그 자체였다. 주차비 정산 차단기가 언덕 중간에 있는 건물이 제일 난관이었다.
사고 후, 6개월쯤 지나 또 사고가 났다. 강의하러 주 1회 가던 건물인데 하필 담당자가 주차비 처리를 해주지 않아 차단기에 멈추게 된 것이다. 경사가 그리 높지 않은 언덕이었다. 설상가상 내 뒤에 차가 뒤따라 왔다.
나는 주차비를 정산하고 엑셀을 세게 밟았다. 조금이라도 뒤로 밀릴까 봐 무서웠다. 그런데 나는 뒤로 훅 밀렸다. 대체 이게 무슨 일인가. 순간 브레이크를 밟아 멈췄다. 뒤차는 내 차의 이상함을 감지하고 멀찍이 뒤로 물러 섰다. 나는 무슨 정신인지 다시 액셀을 밟았다. 아마 후진 기아가 들어갈 일이 없다고 판단했을 거다. 언더에서 차를 멈추는 데 기어를
바꿀 이유가 전혀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또 뒤로 훅 밀려 내려갔다. 대체 왜 후진으로 떨어지는지.
결국 언덕 아래까지 내려갔다.
얼마 전 또 건물주차장에서 빠져나오다가 언덕길에서 멈추게 되었다. 앞 차가 신호에 걸려 정차한 탓이다.
심장이 튀어나올 것 같다는 말. 지금 어울리는 말이었다.
너무 심장이 두근거려서 정말 밖으로 빠져나오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빠르게 뛰었다. 고개를 숙이자 얇은 셔츠가 들썩거리는 게 눈에 보였다.
상상했다. 차를 그대로 내버려 두고 차에서 내리는 것. p에 놓으면 차가 문제없이 그곳에 머무를 수 있을까. 내 뒤에 줄지어 서 있는 차는 어떻게 되려나. 나는 당장 차에서 빠져나오고 싶었다.
"괜찮아. 별 거 아냐. 차는 밀리지 않을 거야. 괜찮#아."
나는 허공에 소리 내어 말했다. 주문 외우듯 중얼중얼 최면을 걸었다. 심장은 계속 빠르게 뛰었다. 앞 차가 야속했다. 조금만 더 앞으로 가주면 나도 평평한 곳에 올라설 수 있는데.
지금은 아무 소용없다. 차가 앞으로 조금 가줘도 난 엑셀을 콱 밟아 미끄러지지 않도록 올라설 거라 더 위험하다. 양발로 해볼까, 하다가 그것도 아닌 둣 싶다고 판단했다.
신호가 바뀌었다.
나는 이를 악물고 브레이크에서 발을 떼고 액셀을 밟았다. 약간 뒤로 밀렸다가 앞으로 나아갔다.
뒤로 밀리는 잠깐 사이에 나는 공포를 느꼈다.
이러다 건물 주차장을 이용할 수 없을 지도 모른다. 도움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