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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챠챠 Aug 14. 2023

보이지 않는 것을 느끼는 사람

챠챠



부산에 갔다. 광안리해수욕장이나 해운대해수욕장은 너무 알려진 곳이라 시끌벅적하고 번화가 사이에 바다가 배경처럼 느껴져서 다른 곳을 가고 싶었다.

부산 해수욕장 중 한적하고 파도가 적당히 치는, 수심이 깊지 않은 곳을 찾다가 간 곳이 일광해수욕장이었다.

넓은 모래사장과 적당한 여행객, 군데군데 화장실과 무료 샤워실까지 갖춰져 있었다.

아이는 물놀이하고 나는 돗자리에 앉아서 아이가 노는 모습을 봤다. 시선을 계속 바다에 두고 있는데  두 여자가 눈에 들어왔다. 50대, 60대쯤 되어 보이는 여자였는데 60대로 보이는 여자는 지팡이를 짚고 보라색 막힌 슬리퍼를 신고 있었다. 동네에서 입는 편안한 옷차림으로 걸어왔다. 활동 보조자로 짐작되는 50대 여자가 60대 여자를 챙기며 뭐라고 말을 걸고 있었다.

60대 여자는 바닷물이 오가는 모래 위에 털썩 앉았다. 파도가 꽤 세서 바닷물이 얼굴에 닿는 정도였다. 손으로 더듬더듬 모래를 만지며 가만히 앉아서 바다를 느끼는 것처럼 보였다. 내가 본 사람 중 가장 바다를 많이 느낀다고 생각되는 사람이었다. 파도가 세차게 다가와도 여자는 피할 기미가 안 보였다.

그러다 60대 여자가 신은 신발이 파도에 쓸려 갔다. 50대 여자는 허둥지둥 신발을 줍다가 넘어지고 들고 있던 가방이 모두 젖어버렸다. 신발을 주워 올리고 젖은 가방에서 핸드폰 두 개를 꺼내는 동안에도 60대 여자는 별 다른 움직임 없이 파도를 오롯이 몸으로 받아냈다. 삼사십 분 정도 그대로 자리에서 머물렀다. 한참 뒤 여자가 일어났을 때 엉덩이가 불룩해져 있었다. 눈이 보이지 않는 여자는 더듬더듬 바지를 만졌다. 바지사이로 모래가 덩어리채 나왔다. 50대 여자가 바지 터는 것을 도와주었다. 모래성을 쌓아도 될 만큼 모래가 떨어져 나왔다.

여자는 누구보다 바다를 즐겼을 것이다. 둘이 나누던 대화가 궁금했지만 파도 소리와 바람 소리가 크고 잦아서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바닷물의 끈적함, 부드러운 모래, 자꾸만 와닿는 파도에 대해 이야기했을까. 짐작하기에 그녀는 오늘처음 바다를 경험해 본 것 같아 보였다. 그녀가 막힌 보라색 슬리퍼와 통이 넓은 바지를 입고 왔기 때문은 아니었다.

나는 한 번도 파도를 온몸으로 맞으며 바다를 느꺄본 일이 없다. 바다를 좋아한다면서 바닷물에 발을 닿는 게 꺼려진다. 끈적하게 모래가 달라붙거나, 해조류가 발에 닿는 게 싫다. 바다에 몸을 담갔을 때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있을까 봐 두렵다. 그저 모래에 자리 깔고 앉아 눈으로 담아내기 바쁘다. 사진을 찍거나.

앞이 보이지 않는 여자는 정말 바다를 좋아했다. 한여름이지만 차가운 바닷물에 한참 앉아서 손으로 바닷물의 감촉을 느꼈다. 비슷한 감각을 계속 온몸으로 받아들였다. 다시 바다에 오지 못하는 사람처럼 오래오래 앉아있던 모습이 내 마음을 두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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