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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한용 Feb 07. 2024

잘 깨어 있어야 제대로 운동할 수 있다.

운동보다 중요한 잠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는 깨어있는 시민들의 조직된 힘입니다!” 민주당 지지자들이 좋아하는 말이다. 아마 노무현 전 대통령이 남긴 것으로 기억한다. 나는 민주주의도, 최후의 보루도, 조직된 힘도, 잘 모른다. 그래서 뭐라 멋있는 말을 덧붙이고 싶어도 덧붙이지 못 한다…. 하지만 ‘깨어있는 것’에 대해선 확실히 안다. 그렇기에 여기에 대해선 멋지게 말을 덧붙일 수 있다. 바로 이렇게! “깨어있으려면 잘 자고 일어나야 합니다! 피곤한 상태에선 깨어있을 수 없습니다…!”


운동도 마찬가지다. 잘 깨어있어야 제대로 운동할 수 있다. 그래서 나는 오후 9시 30분이 되면 침실 바깥에 스마트폰을 놓고 침대로 간다. 8시간은 꼭 자야 하니까. 그때 누워서 10시엔 자야, 6시에 일어나 출근 전에 운동을 할 수 있다. 그만큼 안 자면, 제대로 깨어있을 수도 없고, 제대로 운동을 할 수도 없다. 회사 동료들과 지인들은 이 얘길 들으면 놀란다. “유치원생도 그렇게 일찍은 안 자겠다”, “이게 현대 직장인의 라이프 스타일이 맞냐”, “연애는 어떻게 하냐(못 함…)”, 실제로 나는 여섯 살인 조카보다도 일찍 잔다….


이렇게 말하지만, 사실 이 루틴을 칼 같이 지킬 순 없다. 야근을 해야 할 때도 있고, 저녁 약속이 생길 때도 있으니까. 하지만 외부 요인이 없으면 대체로 이 루틴을 지킨다. 꼭 그렇게 아침에 운동을 해야겠으면, 잠을 적게 자면 되지 않느냐고 물을 수 있다. 하지만 앞서 말한 것처럼 ‘잘’ 깨어 있으려면 잘 자야 한다. 잠이 주는 여러 혜택들 때문이다. 잠은 운동을 통해 손상시킨 근육을 회복시켜 준다. 8시간의 충분한 수면이 최상의 컨디션으로 운동을 할 수 있게도 해준다.


수면의 혜택은 신경과학자이자 수면 전문가인 매슈 워커의 책 <우리는 왜 잠을 자야 할까>에서 자세히 확인할 수 있다. 그는 8시간의 충분한 잠이 기억력과 집중력, 직업 환경에서의 능률을 향상시킨다고 주장한다. 스포츠에서의 수면과 부상의 관계가 눈여겨볼만 하다. 6시간을 잔 선수의 부상 확률이 70%가 넘어간다면, 7시간을 잔 선수의 부상확률은 60%, 8시간을 잔 선수는 30%, 9시간을 잔 선수는20% 이하로 떨어진다. 창의성도 잠을 잘 때 비로소 폭발적으로 분출된다고 한다. “잠은 뇌에 저장된 방대한 정보 사이의 연결을 시험하고 구축하는 야간 무대를 제공한다.”, “깨어있을 때 당신의 뇌가 결코 시도하지 않을 방식으로, 잠자는 뇌는 서로 별개의 지식들을 융합하여 인상적인 문제 해결 능력을 빚어낸다.” 흔히 “시간이 모든 상처를 치유한다”고 하는데, 심리적인 상처나 트라우마를 치유하는 건, 시간이 아니라 잠일 거라고도 한다. “노르아드레날린이라는 스트레스와 관련된 주요 화학 물질의 농도가 꿈꾸는 수면 단계에 들어갈 때 뇌에서 완전히 떨어”지기 때문이다.


수면의 혜택은 사실 운동이 주는 혜택과 많은 부분 겹친다. 함께 하면 배가된다는 뜻이겠다. 매슈 워커는 그 혜택을 누리는 방법을 12가지로 정리해 놓았다. 여기에 옮겨본다.


1. 수면시간표를 지켜라

매일 같은 시간에 잠자리에 들고 일어나라고 한다. 우리는 보통 일어나려는 시간에는 알람을 맞춘다. 반면 자러 갈 시간의 알람을 맞추는 경우는 거의 없다. 수면 시간표를 지키기 위해, 잠자러 갈 시간에도 알람을 설정하라는 게 매슈 워커의 조언이다.


2. 운동은 좋지만 너무 늦게 하지는 말라

운동을 하면 좋지만, 신경이 깨어나기 때문에 잠자기 두세 시간 전에는 끝내야 한다고 한다. 그러니 아침에 일어나서 하는 게 제일 좋은 것 같다.


3. 카페인과 니코틴을 피하라

커피, 콜라, 초콜릿, 담배는 뇌에 자극을 주어서 수면을 방해한다고 한다. 흡연자의 경우, 니코틴 금단 증상 때문에 아침에 너무 일찍 깬다고도 하고.


4. 잠자러 가기 전에는 알코올 함유 음료를 피하라

밤에 술을 너무 많이 마시면 렘수면이 사라질 수 있다고 한다.


5. 밤에는 음식을 많이 먹지 말라

소화 불량은 잠을 방해한다고 한다. 너무 당연한 얘기 같다.


6. 가능하다면 잠을 못 이루게 하거나 설치게 하는 약을 피하라

“심장약, 혈압약, 천식 약뿐 아니라, 기침, 감기, 알레르기에 쓰이는 비처방 약과 허브도 수면 패턴을 교란할 수 있다” 고 한다. 이런 경우엔, 의사나 약사에게 자신이 먹는 약 중에 불면증을 일으킬 만한 것이 있는지 물어보라고 한다.


7. 오후 3시 이후에는 낮잠을 자지 말라

너무 늦은 낮잠은 밤에 잠드는 걸 방해할 수 있다고 한다.


8. 잠자리에 들기 전에 긴장을 풀어라

잠들기 전엔, 독서를 하거나 음악을 감상하는 식으로 휴식을 취해 긴장을 풀어주라고 한다.


9. 잠자러 가기 전에 따뜻한 물로 목욕을 하라

욕조에서 나온 직후엔 체온이 살짝 떨어져서 더 잘 잠들 수 있다고 한다.


10. 침실을 어둡게 하고, 차갑게 하고, 침실에서 전자기기를 치워라

온도가 약간 서늘해야 잘 잘 수 있다고 한다. 너무 추워도 안 되겠지만… 어쨌건 따뜻한 것보단 서늘한 게 좋단다. 침실에 텔레비전, 컴퓨터, 휴대전화를 치워놓는 것도 너무 중요하다. 화면에서 나오는 블루라이트가 밤인지 낮인지 모르게, 교란을 시킨다고 하니까.


11. 적절히 햇빛을 쬐어라

햇빛은 하루 수면 패턴을 조절하는 데 대단히 중요하다고 한다.


12. 말똥말똥하다면 잠자리에 누워있지 말라

누웠는데 20분 이상 잠이 안 오면, 졸릴 때까지 긴장을 푸는 활동을 하라고 한다.


사람들에게 잠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하면, “시간이 아깝다”거나, “더 오래 깨어 있어야 더 많은 걸 할 수 있지 않느냐”는 식으로 답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깨어있는 시간이 피곤하다면, 제대로 깨어 있는 게 아니다. 제대로 깨어 있으려면 잘 자야 한다. 우리는 피곤한 상태에선 깨어있을 수 없다. 뭐 깨어있는 시민들의 조직된 힘까진 모르겠지만. 어쨌건 잘 자야 깨어있기라도 하지 않겠는가. 잘 깨어있어야 제대로 운동할 수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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