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간 뒤꿈치를 들고 콩콩 뛰어야 하는 시간은 너무 괴롭다. 전력질주를 한 것도 아닌데 숨은 점점 차오르고 종아리는 당긴다. 파이팅 포즈를 취한 양 팔은 물에 젖은 솜처럼 축 늘어지려 한다. 애써 버티다가 한계다 싶어 포기하려 할 때쯤, 라운드 종료를 알리는 공소리가 타이밍 좋게 울린다.
"이제 잽 가르쳐드릴게요."
스텝 다음으로 배운 복싱 기술은 잽(JAB)이었다.
앞손을 상대에게 툭툭 날리는 기술.
복싱의 시작과 끝이라는 잽!
3라운드 동안 제자리에서 잽을 날리며 자세 교정을 받았다. 세게 내지르기보다는 가볍게 하라는 관장님의 말에 덜 힘들 줄 알았는 데 착각이었다. 반복되는 잽으로 인해 왼쪽 어깨와 팔은 모래주머니를 찬 듯 무거웠다.
이어서 전진 스텝을 밟으며 잽을 날렸다. 관장님께서는 스텝과 잽의 자연스러운 연계가 주먹에 힘을 실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제자리에서 하는 것도 힘든데 온 몸을 왔다 갔다 하며 주먹을 뻗으니 죽을 맛이었다.
가드 하는 손이 내려가며 자세는 무너지고, 주먹을 뻗는 속도는 점점 느려졌다. 억지로 스텝을 밟으며 공소리가 울리기를 기다렸다. 무아지경으로 손을 뻗다 보니 내가 하는 게 펀치인지, 허우적거리는 건지 구분하기 힘들었다.
'땡' 공소리가 울렸다.
3분 3라운드, 총 9분 동안 주먹을 뻗고는 힘들어하는 나에게 관장님이 말했다.
"이제 덤벨 들고 3세트 진행할게요."
복싱은 상대에게 타격을 입혀 우위를 선점하는 것이 목표다.
하지만 잽은 스트레이트, 훅, 어퍼 같은 다른 복싱 기술보다 위력이 떨어지는 기술이다
그럼에도 복싱에서는 그 어떤 기술보다 잽을 중요하게 여긴다. 선수의 잽에는 거리 측정, 타이밍 뺏기, 페이크 등 경기 운영을 위한 다양한 수가 들어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복싱의 가장 기본인 스텝과 잽은 백번 천 번 연습해도 백해무익하다는 것이 복싱 고수들의 지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