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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울 May 02. 2022

졸업하면 당연히 회사 취직 준비하잖아?

대학교를 졸업할쯤이 되면 당연하게 따라붙는 취직이라는 낱말. 

난 아직 사회에 나갈 준비가 전혀 되지 않았는데, 단지 대학교에서 4년을 채웠다는 이유로 사회에 내던져지는 기분이 들었었다. 그러나 나는 불평불만을 문제해결로 이어나가기보단 환경에 순응하는 쪽을 선택했고, 졸업과 맞물려 취직하는데 성공을 했다.


아니, 사실 성공을 했다고 보기는 조금 어렵다. 정직원으로 채용된 회사에서 수습기간만 하고 전환이 되지 못했으니까. 처음 회사를 들어갔을 때 우리팀은 나까지 총 4명의 인원이었다. 가지고 있는 브랜드에 비해 굉장히 부족해보였지만 신입이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뭐가 달라질까. 사실 실제로 일하고 계시던 분들이 이미 체감하고 계셨겠지. 


그렇게 적은 인원의 팀이었기에 나는 최대한 민페를 끼치고 싶지 않았고, 별로 중요하지 않아보이는 일도 자진해서 야근을 하며 채워나갔다. 손이 느리다는 말을 듣고 주말에도 미리 해갈 수 있는 부분을 했고 어떻게든 따라가려고 애를 쓰던 와중, 신입이 하기에는 다소 무거운 일이 내려왔다. 입사 3일차에 혼자 프로모션 관련 제품 생산을 위해 외근을 나간 일이나 입사 약 두 달차에 신제품 관련 미팅을 위해 혼자 공장에 간다거나 하는 일와 비교할 수 없는. 게다가 전에 이미 체력적으로 너무나도 힘든 상황이었고, 일을 함께 도와줄 팀원없이 나 혼자서 해야하는 상황이었다. 정말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고 정신적 스트레스가 극에 달했을 시기쯤, 팀장님에게서 수습전환이 힘들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억울했다. 계약직이나 인턴으로 들어온 것도 아니고, 단지 관례상 수습기간을 하는 것이라고 입사 때도 얘기를 한 부분이었는데 도대체 왜? 이유는 내가 회사가 이끌어나가고자 하는 방향과 맞지 않다는 것이었다. 회사는 앞으로 현재의 구조를 바꿔 개개인의 역할이 좀 더 중요해지게끔 만들고 싶었는데, 신입이기 때문에 일을 맡기 어려울 것 같다는 의견이었다.


회사의 의견이 틀린 말도 아니었지만, 애초에 그랬다면 3개월 전에 나를 뽑지 말았어야 했다. 어떻게 보면 회사 전체를 갈아엎으려는 시도인데, 이걸 신입으로 날 뽑아놓고 생각을 하는게 맞나 싶더라. 물론 나는 전후로 회사 경험이 없기 때문에 이러한 상황에 대해 다른 의견을 내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언젠가 내 친구는 자신은 오히려 잡일만 해서 나처럼 큰 일을 맡는게 나을 것 같다고 얘기를 하는 걸 보면.


어쨌거나 나는 그렇게 일을 할 수 없다고 인사팀과 이야기를 했고, 더이상 회사에 있을 수 없다는 의견 일치를 내놓을 수밖에 없었다. 회사가 좋았으면 어떻게든 버텨봤겠지만 이미 내 몸과 마음은 너덜너덜해졌기 때문에 더는 이 공간에 있고 싶지 않았다. 


이 일련의 과정을 겪고 나서 집에서 통으로 2개월을 쉬었다. 회사라는 존재가 심적으로 날 우울하게 만들었을 뿐더러 신체적으로 아토피가 꽤 심하게 올라와서 앉아있기 힘들 정도였다. 20살이 되자마자 계속 알바를 했고, 외국에 있던 때 외에는 계속해서 일을 했었기 때문에 사실 조금 기분이 이상했다. 후련하기도 하면서 내가 낙오자가 된 듯한 기분도 들면서 여러 감정이 복합적으로 들었다. 그 때 쉬면서 문득 든 생각이 졸업하고 바로 취직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참 강박적이지 않았나였다.


사실 24살이든 27살이든 일을 구하는 건 똑같은데, 졸업한지 오래됐다고 해서 마치 마트에서 마감세일하는 상품처럼 내 능력이 깎여 평가될까 전전긍긍했던 것 같다. 그리고 세상에는 회사에서 돈을 버는 방법만 있는 것도 아닌데 나에 대한 생각을 충분히 하지 않은 상황에서 무작정 덤볐던 것도 취업 실패의 원인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퇴사 후 다른 회사를 알아볼지, 아예 다른 길을 찾아볼지 천천히 고민했다. 누군가는 이렇게 말할 수도 있다. 그러면 대학교 다니면서 고민해볼 수 있지 않아요? 라고. 대부분의 대학생들은 용돈을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고, 학교를 다니며 과제도 하기 바빠서 미래를 꾸리는 게 생각보다는 어렵다는 게 내 의견이다. (핑계일 수도 있지만.) 고등학생들에게 꿈이 뭐냐고 물어보면 없다라고 대답하는 맥락과 약간은 비슷한 맥락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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