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바시 조교글 EP.19
오늘은 뇌과학자 장동선 연사님의 강연을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한국은 20년째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를 차지하고 있는 국가입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안타까운 선택을 하고 있지만, 이런 사회적 문제가 개선되기는커녕, 고통이 턱끝까지 차 있어도 도와달라는 소리조차 내기 어려운 게 현실인데요. 어쩌면 이런 고통을 당연하게 받아들여, 문제라고 생각조차 하지 못하는 상황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각자 다른 이유로 우울과 힘듦을 겪으면서도, 고의적 자해를 하는 사람과 하지 않는 사람들이 나뉩니다.
그렇다면 고의적 자해를 하는 사람들은 어떤 특징이 있을까요?
첫 번째, 실패와 낙인에 대한 두려움이 크다.
패배자가 될까봐, 실패할까봐, 사람들에게 비난받을까봐 등 다른 사람들보다 엄청난 두려움을 겪고, 실제로 두려움에 대한 민감도도 높다고 합니다. 이런 분들은 개인의 공포와 부정적인 감정들을 좌우하는 뇌 영역 편도체가 훨씬 민감해져 있어서, 누군가는 대수롭지 않게 넘길 수 있는 한마디가, 이분들에게는 굉장히 큰 상처가 되어서 스스로 죽고 싶다는 마음을 들게 할 수도 있다는 말입니다.
두 번째, 빠져나올 수 없는 덫에 걸린 듯한 무기력과 좌절감을 느낀다.
Trapped.라고도 하죠. 함정에 빠진 듯, 도저히 빠져나올 수 없는 듯한 덫에 갇혀 깊은 절망감과 무력감을 느끼게 되는 상태. 뇌의 전두엽 자체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상태인데요, 어떤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찾지도, 도움을 요청하지도 못하는 상태인 겁니다.
주변에서 응원을 해주어도, 곁을 지켜주어도, 모든 빛이 차단된 블랙홀에 빠진 것처럼, 혼자만 있는 것 같은 무력감을 느낀다고 해요. 삶을 살아가면서 항상 희망적이고 좋은 일만 있을 수는 없지만, 이런 상태가 오래 지속될 때 고의적 자해를 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세 번째, 어린 시절 겪었던 큰 상처, 트라우마가 있다.
삶을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의식하지 못하는 아주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 이미 지난 일이라며 넘겼거나, 기억조차 하지 못하는 이 일들이 많은 사람들을 덫에 빠지게 만듭니다.
장동선 연사님은, 특히 이 세 번째 이유에 큰 공감을 보여주셨습니다.
깊은 곳에 묻어둔 그 기억. 어린 시절에 겪었던 지독한 트라우마를 독이든 캡슐이 우리를 갉아먹는 것처럼, 평생 우리에게 영향을 미친다고 표현하셨는데요. 이 독이, 언제 어느 순간에 내 생활에 영향을 줄지 모르는 상황에서, 치료나 발견하는 것조차 어렵다면 우리는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요?
성공한 교수, 성공한 유튜버, 성공한 강연자로 보이지만, 실은 장동선 연사님도 고의적 자해를 할 만큼 어둡고 힘든 시기가 있었다고 해요. 다행히 모두 실패하여, 지금 우리에게 이런 좋은 이야기를 나누고 계시지만요.
또, 장동선 연사님은, 가장 가깝게 지내시던 분이 언제라도 고의적 자해를 해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의 우울증을 겪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가장 가까이에서, 그분이 보내는 구조 신호를 눈치채지 못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를 잊지 못하신다고 해요. 누군가가 보내는 구조 신호를 읽는 게, 힘든 마음을 알아주는 게 굉장히 어려우면서도 중요한 일이란 걸 깨달으셨다고 합니다.
이 세 가지를 모두 보이고 있는 분들에게, 또 우리 스스로에게 어떤 방법을 가르쳐줄 수 있을까요? 장동선 연사님은, 극심한 우울을 겪었던 시절, 어차피 문득 죽을 마음이 생길 수도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였을 때, 그 에너지로 새로운 시작을 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하나의 문이 닫힐 때, 또 하나의 문이 열린다.”
시각장애인이자 청각장애인이었음에도, 사회운동가로서 수많은 업적을 남긴 헬렌켈러의 말입니다.
희망의 길로 이어졌다고 생각했던 문이 닫혔을 때, 고통을 벗어날 수 있는 새로운 문이 열린다는 말. 극복하지 못할 것 같은 고통에 사로잡혀 있을 때야말로, 행복으로 가득 찬 문을 찾을 수 있는 순간이라는 뜻이에요.
다르게 말하면, 오히려 내가 깊은 절망에 빠져있을 때,
내 손을 내밀어 누군가의 손을 잡아주는 그 경험이, 나 자신에게도 큰 위로가 될 수 있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오늘 글의 제목, 무슨 뜻인지 이해하신 분들이 계실까요?
구조 요청 SOS를 의미하는, 모스부호입니다.
삶이라는 항해 과정에서, 우리 배가 난파되었을 때, 서로에게 구조 신호를 보낼 수 있는 능력.
이를 알아채고 구조 신호를 읽을 수 있는 능력.
그리고 누군가가 고통에 무감각해지기 전에 손을 내밀어 줄 수 있는 능력.
이것이 혹시 도움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르는 우리 구성원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