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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무지개 Apr 12. 2022

바로 그게 시야!

미카 아처 <다니엘이 시를 만난 날>

  엄마, 아빠만 겨우 하던 아이가 두 단어를 이어 말하더니 문장으로 말하고 심지어 말대꾸까지 하게 된다. 쉼 없이 재잘거리는 아이를 보면 언제 말도 못 한 아기였나 싶다. 아이는 엉뚱한 말을 하기도 하고 깜짝 놀랄 말을 한다. 그럴 때면 나는 아이가 시인처럼 보인다. 아이들은 이미 창의성을 가지고 태어난다고 한다. 부모가 창의성을 길러주는 것이 아니라 가지고 있는 창의성이 사라지지 않도록 도와주어야 한다고 한다.


  이제 글도 잘 읽고 제법 글도 쓰는 첫째 아이는 엄마 따라 그림책을 만든다며 이야기를 만들고 그림을 그리곤 한다. 이야기 흐름이 급작스럽게 전개되기도 하고 생뚱맞은 장면이 나오기도 하지만 아이가 만든 이야기는 어른들은 생각해 낼 수 없는 아이만의 생각이 담겨있어 제법 재밌기도 하다.


  이야기를 좋아하는 아이에게 나는 '시'도 소개해 주고 싶었다. 아이가 문득 던지는 문장이 시처럼 들릴 때가 많아 다 적어놓고 싶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아직 정형화되지 않은 아이의 순수하고 자유로운 사고가 말로 툭 튀어나오면 그냥 잊어버리기 아깝다. 그래서 아이가 좀 더 글을 쓸 수 있게 되면 자신이 느끼는 감정과 생각을 시로 표현하면 좋을 것 같았다.


   내가 말로 시에 대해서 설명하기보다는 직관적으로 느낄 수 있게 해주고 싶어서 <다니엘이 시를 만난 날>이라는 그림책을 같이 읽었다.


  다니엘은 우연히 공원 입구에 시를 만나러 오라는 안내문을 보고 궁금증을 품게 된다.


'시, 시가 뭘까?


  다니엘은 일주일 동안 여러 동물들에게 시가 무엇인지 물어본다. '너의 시는 무엇이니?' 거미는 '아침 이슬이 반짝이는 거야.'라고 대답하고 청설모는 '바삭바삭 나뭇잎이 바스락거리는 거야.'라고 대답한다. 그리고 다니엘은 일요일 아침 자신이 일주일 동안  발견한 시를 사람들과 나눈다.

다니엘이 시를 처음 알게되고 일주일 뒤                                              자신이 알게된 시를 사람들에게 말하는 장면

 그림책을 다 읽고 나는 아이에게 물었다.

'너의 시는 뭐야?'


나는 아이의 독창적인 대답을 기대했었는데 아이는 골똘히 생각할 뿐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아직 너무 추상적인 내용인가? 나는 좀 더 지난 후에 다시 읽어보기로 하고 책을 덮었다.


  봄꽃이 만개한 지난 주말, 우리 가족은 할머니 집으로 가기 위해 차를 타고 고속도로를 쉼 없이 달리고 있었다. 창밖의 풍경을 바라보던 아이가 갑자기


산할아버가 꽃 허리띠를 했네?


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나는 무슨 소리 인가 하고 아이가 바라본 곳을 보니 초록나무로 덮여있는 나지막한 산등선이의 가운데 벚꽃나무가 길게 심어져 있어 분홍색 띠가 생겨있었다. 아이는 그 모습을 보고 산이 꽃 허리띠를 했다고 말한 것이었다. 나는 아이의 표현에 깜짝 놀랐다. 그리고 나는 아이에게


'그게 바로 시야!'라고 말해주었다.


아이는 나를 보고는 씩 웃었다. 그 웃음은 '아, 이게 시구나'라는 웃음이었다. 나도 아이를 보며 함께 웃었다. 그렇게 아이는 한 편의 시같은 봄이 찾아온 주말 그림책 속 다니엘처럼 시를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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