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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연 4시간전

동심과 추억에서 위로받고 싶은 지친 어른

귀여운 게 최고다.

어린이(Kid)와 어른(Adult), 두 세대가 공존하는 오묘한 존재 키덜트가 여기 있다. 이들은 어린이 같은 감성과 취향을 지닌 어른으로 어린 시절 즐기던 장난감과 만화, 과자 등에 향수를 느끼고 원하는 사람들이다. 그런데 여전히 그들을 유치하고 세대착오적인 칠칠찮은 어른으로 바라보는 시선들이 있다. 오타쿠니 뭐니 하는 말들로 여전히 그들을 숨어들게 만든다.


아직도 키덜트의 정신세계를 폄하하는 경향이 있다. 그들의 문화를 유치하다고 말하며 그들의 정신이 미성숙해 어른 사회에 적응하지 못한다고 여긴다. 전통적으로 어른과 아이의 경계가 뚜렷한 우리나라에서 어른이 어른스럽지 못한 행동을 하는 건 용납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말 키덜트는 정신적 미숙아라는 평가를 받아야 하는 걸까. 해답을 얻기 위해선 키덜트를 차근차근 해부해 볼 필요가 있다. 기본적으로 키덜트는 어린이들의 동심 어린 취미에 열광한다. 여기에는 두 가지 해석이 따른다. 하나는 복고 소비 행위다. 키덜트는 유년시절의 추억을 회상하며 제품을 구매하고 제품을 통해 정신적 안정과 삶의 에너지를 찾는다. 두 번째로는 보상심리다. 예외는 있겠지만 유년시절 우리는 갖고 싶은 것을 사달라고 부모님께 떼를 써본 적이 있다. 갖고 싶은 장난감, 과자가 있어도 포기해야 하는 상황들이 어린이들을 떼쓰게 만든다. 하지만 키덜트는 2040 어른들 즉, 경제 활동 중심에 있는 사람들이다. 때문에 그들은 두둑한 지갑을 열어 어린 시절 즐기지 못했던 아쉬움을 극복하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키덜트의 정신세계는 미숙한 것이 아니다. 모든 현대인이 갖고 있는 추억을 회상만 하지 않고 직접 만나려는 사람들이다. '그땐 그랬지.'라며 씁쓸하게 술 한 잔 기울이는 것보다 그 시절을 떠올리는 것을 새로운 취미활동으로 승화시켰다. 각박한 현대인의 삶에서 이와 같은 행위는 정신적 안정과 스트레스 해소에 매우 도움이 된다.


키덜트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한 이유는 주 소비자인 키덜트의 특성과 관련 있다. 현대인들은 하루하루 각박해지는 삶에서 위안받기를 원한다. 그들이 힐링의 기회를 찾았을 때 지갑을 여는 것은 당연하다. 말 그대로 지갑이 두둑한 어린이다. 이들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키덜트 시장은 눈부시게 성장 중이다. 키덜트 시장은 다른 시장보다 시장 간의 연결 망이 광범위하다. 주로 캐릭터 산업에 치중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통한 인근 시장들과의 시너지 효과가 뛰어나다. 이를 간단히 해부하면 우선 주목할 것은 캐릭터 제작이다. 캐릭터는 단순히 예쁘고 멋있으면 되는 것이 아니라 스토리가 있어야 한다.


때문에 우선 거대해지는 시장은 영화와 게임, 만화, 애니메이션 산업이다. 트랜스포머나 아이언맨, 슈퍼마리오까지 이들은 단순한 캐릭터를 넘어 하나의 인물로 인정받고 있다. 이렇게 캐릭터가 완성되고 사람들의 호응을 얻으면 주변 시장을 키우는 원동력이 된다. 최근 뷰티업계에서는 다양한 캐릭터와의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귀여운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과거엔 고급스러운 패키지 상품이 주를 이뤘다면 요즘은 동심과 감정을 자극하는 캐릭터 디자인 제품이 인기다. 귀여운 게 최고라는 소리다.


또한 이런 제품의 강점은 수집 욕구를 자극한다. 여러 좋아하는 캐릭터들을 수집하는 재미가 구매를 촉진시키는 것이다. 비단 뷰티업계뿐 아니라 패션과 휴대폰 케이스, 편의점까지 다양하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 


키덜트를 위한 산업이 거대해지고 우리 삶 속에 알게 모르게 자리 잡고 있다. 기본적으로 키덜트 하면 떠오르는 제품은 건담시리즈의 원동력인 프라모델이나 실제처럼 디테일한 피겨나 인형, 레고 등이 떠오른다. 이런 것들을 수집하며 골방에서 현실과 가상 세계를 구별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우리는 오타쿠라 부른다. 한마디로 이들을 비하했다. 하지만 이런 모습들은 정상적인 취미활동으로 바라봐야 한다. 이를 위해 먼저 오타쿠의 의미를 살펴보면 오타쿠는 일본어로 한 분야에 열중하는 사람을 이르는 말이다. 또한 오타쿠는 제 3자의 집을 높여 부르는 '귀댁'이라는 뜻도 갖고 있다. 같은 취미를 가진 사람들이 동호회, 모임 등에서 만나면서 서로의 취미를 존중하고 예의를 지키자는 의미에서 파생된 말이다.


예를 들어 "귀댁(오타쿠)은 어떤 자동차를 모나요?" 식으로 대화를 할 수 있겠다.


그러나 그 의미가 변색되면서 현실세계에 관심이 없고 사교성이 결여된 인물이라는 부정적인 의미로 쓰였다. 말 그대로 정신적 미숙아라는 뜻이다. 그러나 이미 시대는 흘러 오타쿠는 단순한 팬이나 마니아 수준을 넘어선 특정 분야의 전문가라는 의미로 해외에선 인식되고 있다. 한국에서 비슷한 말을 찾으면 골프광, 낚시광 등이다. 오타쿠라는 표현이나 키덜트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은 상대방의 개성과 취미를 인정하지 않는 다원화 사회에 역행하는 반 문화행위다.


이미 키덜트는 현대 산업 마케팅 전략 측면에서 중요성을 인정받고 있다. 창의적이고 신선한 소재인 동시에 기이하거나 낯설지 않은 친근감이 있기 때문이다. 천진난만한 아이가 예쁘고 귀여워 보이듯이 키덜트는 제품을 선택하고 그 안에서 정신적 안정을 취하고 있다. 우리 사회의 새로운 문화 키워드가 된 키덜트, 각박한 현실에서 위로받고 싶어 하는 어른들이 어떻게 이런 욕구를 해소해 나가는지 관찰하는 것도 흥미로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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