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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같이 자는 곳

잠실역 3번 출구 

by bobae Mar 26. 2025

잠실역. 2호선과 8호선이 만난다. 

잠실역을 구글링 하면, "8호선 환승 방향과 반대쪽 끝이면 320m를 걸어야 한다"라는 문장이 나온다. 출구는 총 12개이며, 출구가 아니어도 롯데월드와 롯데월드타워 그리고 버스환승센터로 빠지는 통로들이 있다. 롯데가 만든 거대한 도시를 관통하기 위한 이 지하세계에는 밤 11시까지 문을 여는 약국과 병원이 있다.

번스환승센터로 빠져나가기 직전, 3번 출구에서 고작 10m 내외의 거리라는 안내를 보면서 기둥 사이를 오고 가다 보면 약국을 한 바퀴 더 돌고, 서서 떡볶이와 오징어를 먹고 있는 좌판도 다시 두 번 정도 지나게 된다. 그러다, 문득 놓친 것이 있는 듯, 다급하게 버스환승센터로 나가려고 작정하고 약국을 등지면 발견할 수 있다. 거기 병원이 있다. 밤 7시에 가도, 9시에 가도 진료가 되는 곳.

경기도와 서울 인근에서 쏟아져 들어온 사람들이 썰물처럼 흘러 나갈 때, 결국 같이 흘러나가지 못한 사람들이 거기 걸려 좁은 통로를 마주 보고 누워서 링거를 맡는다.

몸살 때문에 병원을 찾은 사람도, 예방주사를 맞으려고 찾아왔던 사람도, 감기에 때문에 찾아온 사람도, 콧물이 차올라 병원을 찾은 나도 모두 진료는 1분 50초다. 혹은 1분 30초? 이제 모두 침대에 누워 한 시간 동안 가벽 넘어 잠드는 사람들의 소리를 듣는다. "조금 더 빨리는 안 되나요?" "너무 빨리 들어오는 거 아닐까요 뻑뻑한데" "이거보다 늦게 넣으면 절대 다 못 맞으세요"

우리는 모두 가느다란 한 줄이 되어 코를 곤다.

한 발만 나서면 지하철역, 다른 방향으로 한 발을 나서면 거대한 시외버스가 나다니는 곳. 

하지만 그 모든 곳을 나서기 전에 촘촘히 선 철판 위에 떡볶이가, 튀김이, 김밥이, 피자가, 한 끼가 실려나가는 냄새가 문을 타고 들어온다. 냄새를 따라 비적비적 병원을 나설 때 "내 커피는 안 사 왔어?"라는 소리를 들은 시간이 밤 8시 30분. 약사님이 "이 약은 먹고 나면 졸려요"라고 이야기 한 시간이 8시 45분. 

동료의 모친상을 다녀와 씻고 시계를 본다. 병원은 이제 문을 닫았으려나. 간호조무사 구함이라는 종이는 좀 오래되어 보이는데, 사람을 계속 구하고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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