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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지수 Apr 20. 2024

커넥팅 더 닷이 내 인생에도 있었다



어쩌다가 프리랜서가 되었습니다_마지막 편






내가 1년 동안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


'나는 운이 좋게도 프리랜서 세계에 빠르게 자리 잡았다.'


이번 시리즈 내내 위와 같이 말했던 것 같다. 일단, 나는 운이 좋았다. 실력만 좋다고 모두가 프리랜서로 성공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이건 마치 창업과 비슷한 게 아닐까. 아무리 아이템이 좋아도 좋은 시기와 기회를 타고나지 않으면 창업에 실패하는 분들이 많다. 창업에 적당한 운이 필요하듯 프리랜서 세계에서도 그렇다. 나는 모든 운을 이곳에 몰빵한 건지 남들은 각 잡고 시작하는 프리랜서를 얼떨결에 시작해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


두 번째로, 나는 프리랜서 세계에 빠르게 자리 잡았다. 사실 여기에는 원동력이 하나 있었다. 바로 회사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는 마음. 단순히 매일 하는 출퇴근이나 회사에서의 복잡한 인간관계 등이 싫어서가 아니었다. 내가 몸 담고 있던 교육 업계에 대한 회의가 컸고, 더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었기에 하나의 대안으로 프리랜서를 선택하게 되었다.


하지만 잘 다니던 직장과 커리어를 포기하고 갑자기 새로운 분야로 프리랜서를 시작하는 것은 분명 모험이었다. 그래서 나는 증명해야만 했다. 프리랜서로 잘할 수 있다고. 그렇게 나는 나 자신에게 1년이라는 시간을 주었고, 이 1년이 나에게 프리랜서로서의 첫 시작이자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매 순간을 임했다.


외주를 많이 받고 큰 매출을 내기 위해 인스타그램 계정을 시작했고, 중간에 '클래스를 열어볼까' 등의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지체 없이 바로 도전했다. 도전을 고민할 여유는 없었다. 나에게는 1년밖에 없었기 때문에. 후회 없이 이 시간을 보내고 싶어서 일하는 시간 외에도 나를 더 성장시킬 방법을 끊임없이 고민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알고 있었다. 노력하는 만큼 반드시 성공하는 건 아니라는 걸. 어느 정도 운이 따라줘야 한다는 걸. 실패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언제 또 프리랜서로 내가 하고 싶은 걸 다해보겠어' 하며 그저 이 시간을 가치 있게 보내는 데에만 집중했다. 그런데 그 원동력 덕분이었는지 뜻밖에 운이 따라주었고, 그렇게 1년 만에 운 좋게 프리랜서로 자리 잡게 된 것이다.






회사로 돌아가기는 싫었지만

회사의 경험이 도움이 되다


내 원동력은 회사로 돌아가고 싶지 않은 마음이었으나, 아이러니하게도 프리랜서로 자리 잡을 수 있었던 이유는 그동안 회사에서 쌓은 경험 덕분이었다. 비록 4년이라는 길지 않은 시간 동안 회사에 있었지만, 그 안에서 나는 굉장히 많은 것을 배웠다. 특히 나는 줄곧 스타트업에 있었기 때문에 특유의 스타트업 정신이 뼛속까지 박혀있는 편이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회사를 다닌 사람들과도 조금 다른 면이 있었다.


우선 스타트업 제1의 덕목. 일이 주어지지 않아도 알아서 잘 찾아서 한다. 흔히 프리랜서들은 일감이 없을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헤매는 경우가 많은데, 나는 외주 외 다른 부가적인 일을 스스로 찾았다. 스터디와 클래스도 그렇게 탄생한 결과물이다. 오히려 일이 없는 시간은 나에게 새로운 기회와 창의력을 부여해 주었다.


그리고 스타트업 제2의 덕목.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모든 것이 다 갖춰진 대기업과는 달리 스타트업에는 없는 게 많다. 그렇다고 포기하면 스타트업이 아니지. 현재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고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다른 루트를 탐색한다. 당장 멋진 홈페이지를 만들기는 힘드니 나에게 익숙한 노션과 우피를 사용해 홈페이지를 만든 것도 이 덕목 덕분이었다.


중요한 스타트업 제3의 덕목. MVP (Minumum Viable Product). 처음부터 완벽한 서비스를 출시하는 것이 아닌, 최소 기능을 갖춘 서비스를 출시한 후 고객들의 반응을 보며 점진적으로 개발해 나가는 것을 의미한다. 크몽에 서비스를 신청할 때도, 스터디나 클래스, 홈페이지를 만들 때도 모두 이 MVP 정신이 기저에 깔려있었다. 처음부터 완벽함을 추구하다 보면 시작조차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일단 시작하고 그 이후에 보완하는 방향으로 모든 프로젝트를 이끌어갔다.


구체적으로 3개 항목을 말했지만 당연히 이 외에도 많다. 디자인, 마케팅, 기획에 모두 관여하며 업무를 봐왔던 것, 교육생들과 직접 소통하며 CS 스킬을 익혔던 것, 주니어 팀장이 되어 일을 시스템화하기 위해 노력했던 것 등등. 이 모든 것을 회사에서 배웠다. 그야말로 회사가 지금의 날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 종종 이런 생각을 하곤 한다. 나는 스타트업을 다니다가 퇴사했지만, 지금 내가 하는 것도 스타트업과 다를 게 없구나. 사실 내가 1인 스타트업을 하고 있는 거구나.






그때 웃으며 들었던
커넥팅 더 닷이 진짜였어요


정확히 언젠지 기억이 나진 않는다. 스타트업은 주기적으로 타운홀 회의라는 걸 하는데, C레벨 혹은 리더급들이 전사 직원을 대상으로 회사 비전이나 상황에 대해 공유하고 논의하는 자리이다. 그날도 타운홀 회의가 있는 날이었다. 다른 분들은 어떤지 모르나 나는 타운홀 회의를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는 편이었다. 대개 비전이라는 것들은 붕 떠있기 때문에 들으면서 좋다고 생각은 하나 크게 와닿지 않기 때문이다.


그날 대표님이 스티브잡스의 '커넥팅 더 닷(Connecting the Dots)' 개념을 가져와서 설명해 주셨다. 처음 듣는 개념이었는데 대략 아래와 같은 내용이었다.


스티브 잡스가 대학에서 서체 과목을 수강한 것이 추후 다양한 서체의 컴퓨터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되었고, 애플 설립 후 쫓겨났던 그 순간은 매우 괴로웠으나 그 덕분에 NeXT라는 회사를 설립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처럼 그 순간에는 관련성 없는 파편적인 일들이 추후에는 하나의 연장선상에 있는 일들처럼 연결된다는 것이다.

출처 : https://studying-it.tistory.com/19


그 당시에는 들으면서 '오늘도 좋은 이야기 해주시네' 하고 넘겼다. 여느 때처럼 말이다. 그런데 지금 이렇게 프리랜서가 된 나를 돌아보면 그 커넥팅 더 닷이라는 게 정말이구나 싶다. 스타트업에 가고 싶어 대학 졸업 후 혼자 PPT를 뚱땅거리면서 포트폴리오를 만들었고, 스타트업에 들어가서도 PPT 좀 잘한다는 이유로 소개서와 제안서 작업을 도맡아 했다. 거기에 스타트업에서 키운 기획, 운영 능력을 더해 이제는 PPT 디자이너로 독립하게 되었다.


이보다 훨씬 어릴 때 내가 혼자 그림판과 포토샵을 독학하며 단편적으로 디자인에 관심을 가졌다는 수많은 사례까지 다 나열하지는 않겠다. 교육 매니저에서 디자이너로의 전직이 전혀 연관 없어 보일 수 있으나, 사실은 연관이 있었다는 말이 하고 싶었다.


나는 지금이 내 인생의 3막이라고 생각한다. 1막은 내 대학 전공이었던 러시아와 관련된 경험들, 2막은 스타트업과 교육, 그리고 3막은 프리랜서 디자이너로서의 지금. 인생을 이렇게 한 치 앞도 예측할 수 없으니 불완전하지만 또 얼마나 재미있는가. 이제 어디 가서 '이 직업 평생할 거야'라는 말은 하지 않으려고 한다. 나는 생각보다 도전을 즐기는 타입인 것 같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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