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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지수 Apr 13. 2024

프리랜서로 1년을 버티자 생긴 일



어쩌다가 프리랜서가 되었습니다_10편






탈플랫폼화의 시작

늘어난 개인 거래


나는 처음부터 크몽을 염두에 두고, 크몽을 기반으로 시작한 프리랜서이다. 아니, 사실 프리랜서가 될지는 몰랐고 플랫폼의 힘을 빌려 약간의 부수입을 벌어보고자 했다. 하지만 전업으로 프리랜서를 하기로 마음을 먹었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시작은 플랫폼으로 했지만, 플랫폼을 탈출하려는 시도를 해야 한다.


그 이유는 플랫폼의 어마무시한 수수료 때문이다. 비단 크몽뿐만 아니라 프리랜서 플랫폼으로 유명한 서비스들은 대략 거래액의 10~20% 정도를 수수료로 가져간다. 100만 원 작업을 하더라도 내 손에는 80만 원만 쥐어지는 것이다. 만약 사업자가 있는 프리랜서라면 여기서 부가세까지 뜯기니 차 떼고 포 떼면 나는 무엇을 위해 일하나 싶기도 하다.


따라서 초기에는 플랫폼을 통해 일을 받으면서 기반을 마련하고, 어느 정도 안정화가 되었다면 플랫폼 없이도 일을 받을 수 있도록 개인 브랜딩 및 영업을 병행해야 한다. 나는 그 일환으로 인스타그램과 네이버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다. 인스타그램을 운영한 지는 1년 반 정도 되었는데, 현재 4천 명 정도의 팔로워를 보유하고 있다.


물론 다른 분들에 비하면 아주 많은 팔로워라고 말할 수는 없다. 그래서 처음 1년 차에 계정을 운영할 때도 인스타그램을 통한 문의는 많지 않았다. 어쩌다가 한 번씩 메시지가 온달까. 그런데 2년 차가 되면서 개인 거래의 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요즘에는 크몽과 개인 거래 비율이 20:80 정도이다. 덕분에 크몽에서는 더 이상 상위권을 차지하지 못하게 되었지만, 이 얼마나 기쁜 일인가.


만약 내가 크몽에 가만히 있으면서 일이 들어오는 것 자체에 만족했다면 감히 탈플랫폼화를 하지 못했을 것이다. 짧은 시간이지만 1년 동안 SNS 활동도 하고, 개인 홈페이지도 만들고, 클래스도 열어보면서 소처럼 달렸기 때문에 2년 차에 벌써 탈플랫폼화를 실현하고 있는 게 아닐까. 3년 차에는 개인 문의 비율이 얼마나 늘어날지 벌써부터 기대된다.






자리를 너무 잘 잡은걸까

카피와의 싸움이 시작되다


분명 1년 차에는 그런 일이 없었다. 그런데 2년 차가 되면서 나를 카피하는 서비스들이 등장했다. 대체 무엇을 카피하냐고? 감히 여기에 다 쓰지 못할 정도로 모든 것을 카피당하고 있다. 크몽에서는 서비스 썸네일, 상세페이지, 서비스소개 글, 자기소개 글 등 밖으로 노출되는 것들이 타겟이 되었다.


여러 가지 중 1~2가지 정도의 카피는 이해하는 편이다. 나도 처음 서비스를 시작할 때 다른 분들을 참고하면서 도움을 많이 받았으니까. 그런데 내 모든 것, 컨셉까지도 모조리 다 베껴서 서비스를 시작하는 분도 있더라. 모를 거라고 생각했다면 오산이다. 나는 거의 매일 크몽을 들여다보고 있다.


다음으로는 내 개인 홈페이지. 나는 노션과 우피의 조합으로 특별한 홈페이지를 만들었는데, 우피를 활용한 홈페이지 제작을 하는 회사에서 내 홈페이지를 그대로 따라서 만들었더라. 뭐 그래도 다른 업종이니 눈감을 수 있다. 그런데 나와 같은 업종에서 내 소개글과 작업 안내글, 포트폴리오를 모두 따라하는 건 도가 지나친 것 아닐까.


처음에는 썸네일이나 상세페이지가 비슷한 경우를 마주하면 흐뭇한 마음도 있었다. 내가 잘 만들어서 참고를 하셨나보다 싶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내 모든 것이 베껴지는 걸 보면서 가만히 있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요즘엔 너무 정도가 심한 케이스를 보면 따로 연락을 하고 있다. 그럼 항상 돌아오는 비슷한 대답들. '너무 잘 만드셔서 참고했는데 불편하셨다면 죄송해요.'


그런데 이런 생각이 든다. 영리하게 벤치마킹 하나 하지 못하는 분들이 PPT 기획과 디자인은 잘하실까?






그래도 앞만 보고 갑니다
이제는 사업자등록을 향해


지금의 나는 사업자등록이 되어있지 않은 프리랜서이다. 요새는 스마트스토어도 사업자등록부터 하고 시작하시는 분들이 많던데, 나에게 사업자등록은 너무나 부담되는 존재였다. 크몽 수수료도 엄청난데 각종 세금으로 이것저것 떼이는 것도 싫었고, 복잡한 세금을 신경 쓰기도 싫었다. 무엇보다 내가 프리랜서로 언제 어떻게 망할지도 모르는 일이었고.


그런데 요즘 부쩍 개인 거래 건수도 많아지고 벌어들이는 금액도 커지면서 사업자등록이 필요한 순간이 왔음을 느끼고 있다. 1년 차에도 비슷한 고민을 여러 번 했었다. 그때는 아직 쭈굴거리는 프리랜서여서 '나중에 돈 많이 벌면 하자' 생각하며 미래의 나에게 미루었다. 지금도 여전히 사업자등록이라는 게 무섭긴 하지만 벌써 이런 시기를 맞이하게 되었음에 감사한 마음도 있다.


회사에 다니면서 국민연금과 건강보험으로 얼마를 떼어가는지 신경 쓰지도 않고 따박따박 나오는 월급에 좋아했던 내가 내 이름으로 사업자를 내게 된다니. 이제 세금과 같은 걸 걱정하게 된다니. 나이로는 어른이 된 지 오래되었지만, 복잡한 세금 같은걸 찾아볼 때면 이게 진짜 어른인건가 싶은 생각이 든다.


만약 사업자등록을 고민하고 있는 프리랜서가 있다면 버틸 때까지 버티다가 나중에 하는 걸 조심스럽게 권해드린다. 패기롭게 사업자등록을 하고 시작했다가 빠르게 프리랜서를 그만두는 분도 많이 봐왔기에.. 스스로 확신이 있을 때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사업자등록을 하고나면 이 과정으로 새롭게 브런치 글을 써봐도 좋을 것 같다.

어쨌든 사업자등록으로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될 나를 기대해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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