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가 프리랜서가 되었습니다_9편
월 천만 원 열풍이 뜨겁다. 아니 뜨거웠다. 그래도 지금은 월 천만 원이 허풍이라는 걸 많은 분들이 깨닫고 있는 것 같다. 월 몇 십만 원을 벌 수 있다는 부업 열풍이 시작되더니 어느 순간부터 월 천만 원을 못 벌면 인터넷에서 바보 취급을 받기 시작했다. 그 '월 천만 원'이라는 단어에 직격탄을 맞은 건 프리랜서이다.
프리랜서가 되면 기본적으로 몇 백만 원씩 버는 줄 안다. 물론, 전혀 그렇지 않다. 상위 몇 퍼센트의 프리랜서는 월 천만 원을 벌 수도 있겠다. 그런데 그건 직장인도 마찬가지이다. 몇몇 고연봉의 직장인은 천만 원에 달하는 월급을 받는다. 하지만 우리 대다수는 그런 상위층에 해당하지 않는다.
자, 내 케이스를 살펴보자. 많은 프리랜서분들을 알지는 못하기에 객관적인 비교는 불가하지만, 나름 빠르게 이 프리랜서 세계에 적응하여 괜찮은 벌이를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나 또한 직장인일 때 받았던 월급보다 약간 더 높은 정도의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
내가 프리랜서를 시작할 때 1차 목표는 200만 원이었고, 2차 목표는 내 월급을 뛰어넘는 거였다. 나는 감사하게도 빠른 속도로 성장해서 프리랜서 1년 차에 이 목표들을 모두 달성할 수 있었다. 여기서 주목할 건 내가 그나마 성공적인 케이스라는 거다. 다른 프리랜서들은 일반적인 직장인의 월급만큼 버는 것이 힘들 수 있다.
그래도 직장인보다 편하게 일하면서 직장인 월급 이상을 버는 거면 더 좋은 거 아닌가요?
위와 같이 생각할 수도 있겠다. 나는 하루 6~7시간 정도 일하면서 큰 스트레스 없이 비교적 편하게 일한다. 하지만 조금 더 세세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다. 프리랜서는 '당연히' 직장인보다 더 많이 벌어야 한다. 왜냐하면 회사가 없기 때문.
직장인이었을 당시 나는 회사에서 주는 작은 복지들을 무시했었다. '이런 게 무슨 돈이 돼' 하면서 말이다. 그런데 회사를 나와 독립적으로 활동하니 그 작은 복지들이 사실은 큰 지원이었음을 절절하게 깨닫고 있다. 일단 직장인들에게 아주 당연한 존재인 월차, 연차부터 시작해 보자.
직장인들은 월에 하루 정도를 쉴 수 있지만, 프리랜서는 쉬는 그 즉시 수입이 0원이다. 근속연수가 긴 직장인들에게는 나름 꿀 같은 존재인 퇴직금도 프리랜서에게는 없다. 국민연금이나 건강보험료도 오롯이 내 부담이다. 인센티브나 스톡옵션 등도 없다. 자잘한 복지 포인트나 건강검진 지원, 식대 지원도 없다. 그냥 아무것도 없다.
직장인들이 당연하게 누리고 있는 것들이 프리랜서에게는 없기에, 프리랜서는 마땅히 직장인보다 더 벌어야만 한다. 그래서 엄밀히 따지면 지금의 나는 직장인일 때보다 조금 덜 일할 뿐 수입 자체는 다를 게 없다. 직장인이라면 매년 연봉도 상승할 텐데.. 이런 것까지 따지면 너무 슬퍼지니 그만하도록 하자.
어느 날 자려고 누워서 핸드폰을 하는데 디자인으로 월 몇 백만 원을 벌 수 있는 비법을 알려주겠다는 인스타그램 광고를 보게 되었다. 클릭해 보니 와디즈로 넘어가 펀딩에 참여하라고 하더라. 기본 옵션으로 PDF 책을 팔고, 비싼 옵션을 구매하면 1:1 컨설팅을 해주겠다고 한다. 이걸 보고 화가 나서 몇 시간 동안 잠을 못 잤다.
이런 광고를 통해 부업을 시작한다면 월 몇 십만 원 정도는 벌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바라는 월 몇 백만 원은 현실적으로 도달하기 어렵다. '누구나 가진 작은 재능'으로는 일정 수준 이상 크는 것이 힘들기 때문이다. 성공하기 위해서는 실력은 기본이고 플러스로 운이 따라줘야 하는데, 돈을 많이 벌게 해주겠다는 이런 식의 광고들은 당장 실력이 없어도 강의에 있는 특급 비법을 알면 된다고 말한다.
프리랜서로 혹은 부업으로 성공할 사람들은 그런 강의가 없어도 잘만 성공한다. 그리고 월 천만 원, 아니 월 몇 백만 원이 그렇게 쉬웠다면 다들 회사를 관두고 집에서 부업을 하지 않았을까. 나는 돈 버는 건 쉬워서도 안 되고, 쉬운 일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살기 팍팍해지면서 말도 안 되는 이야기들이 떠돌고 있다. 월 천만 원도 그중 하나가 아닐까. 프리랜서도 직장인들과 다를게 없다. 굳이 한 가지가 다르다면 정말 일한 만큼 벌 수 있다는 것. 그래서 나도 2차 목표를 달성한 후 3차 목표를 향해 열심히 달리고 있다. 개인적으로 재밌다고 느끼고는 있지만 결코 쉬운 여정은 아니다.
직장인도 프리랜서도 모두 각자의 자리에서 노력한 만큼 벌고 있다.
그리고 돈을 쉽게 버는 방법 같은 건 없다. 그러니 이제 터무니없는 월 천만 원 같은 건 이야기하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