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부부, 같이 일해요 (20)
안녕하세요.
저희는 학원 강사 3년 차, 사내연애 중인 커플입니다. 이제 곧 사내연애가 중단됩니다. 첫 직장으로 들어온 곳에서 연애도 하고, 결혼도 하고, 내 집마련도 했는데요, 슬럼프도 겪고 너무 힘든 나날들을 보내다가 길고 긴 상의 끝에 퇴사를 결정하게 되었어요. 대형 학원이다 보니, 부원장님 -> 원장님 순서대로 말씀을 드렸고 학원이 점점 커지기 전의 초창기부터 저희 둘 다 입사를 한 케이스다 보니 조금 더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이야기를 할 수 있었습니다.
저희가 '퇴사선언멘트'를 준비했을 때, 어떻게 말해야지 깔끔하게 퇴사할 수 있을지가 가장 큰 고민이었습니다. 이전에 퇴사하신 선생님들을 보면 다 가지각색으로 붙잡히셨거든요. 월급을 올려준다거나, 휴가를 길게 주어서 3주 정도 지난 후에 복귀를 한다거나, 당장 들으면 혹할 법한 여러 가지 '퇴사 미루기 권법'을 제안했다고 하셨어요. 물론 3년 동안 점점 회사에 대한 신뢰도 낮아지고 미워하는 마음이 커져서 퇴사를 선택한 것도 있지만, 감정들은 차치하고 생각해 보면 잠깐 '쉼'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오랫동안 달려온 저희가 잠깐 쉬고 재정비할 시간도 필요하겠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래도 몇 가지 이유는 마련해 가야지만 '붙잡힘 방지권'을 주저 없이 쓸 수 있다고 생각해서 5분 정도 일찍 만나서 해야 할 말을 쭉 정리해서 갔습니다. 부원장님께 처음 말씀드렸을 때, 어느 정도 예상했던 부분이라고 말씀하시면서, 조금은 더 함께 근무할 것 같았는데 8월까지만 한다니 너무 아쉽다고 말씀하셨어요. 저희가 그래도 학기는 끝내고 아이들과도 마무리하는 시간을 가지고 싶다고 얘기를 했거든요. 처음에 하신 말씀이 '아쉽다'였고 뒤에 멘트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생각보다 스무스하게 끝나는 거 있죠? 그래도 지금까지 잘해줬기 때문에 남은 날들도 마무리 잘해줬으면 좋겠다고 하셨습니다. 향후 계획도 물어보시고 훈훈한 마무리가 되었습니다.
제목 그대로 퇴사한다고 말하면 붙잡을 줄 알았거든요. 어차피 붙잡아도 안 된다는 걸 알고 있어서 그러신 건지, 또 어떻게 끊어내야 할지 마음이 많이 무거웠는데 한결 가벼워진 기분이었어요. 원장님과의 면담도 한 차례 남아있지만 서비(남자친구)랑 면담이 끝나자마자 '별 거 아니네~'라고 생각했습니다.
다음날, 원장님과의 면담에서도 20분 정도 간단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안 그래도 부원장님께 소식 들었다고 하며, 도와줄 건 없냐고 먼저 물어봐주셨어요. 그래도 마지막 인상은 이전의 감정을 뒤로하고 좋게 남기려는 거 같아서 감사했습니다. 그리고, 이래서 사내연애는 금지시켜야 한다면서 우려의 말씀도 해주셨죠. 사실 사내연애를 하면서 헤어진다면 둘 중 하나가 나가겠지만 둘이 잘 돼서 다른 길을 찾아보겠다고 하면 둘 다 동시에 보내줘야 한다는 점이 사장의 입장에서는 얼마나 조마조마할지 공감이 되었습니다.
그래도 저희 둘을 잘 봐주셔서 마지막까지 큰소리 나지 않고 잘 끝낼 수 있을 거 같습니다. 첫인상만큼 중요한 것이 마무리라고 생각하는데요, 과정이 어찌 되었든 간에 끝맺음을 잘 해내어보려고 합니다. 해야 할 임무 잘 해내고 마지막이라고 해이해지지만 않으면 반은 성공이지 않을까요? 이제 디데이가 정해졌으니, 그날까지 하루하루 성실하게 쌓아보겠습니다.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