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부부, 같이 일해요 (22)
안녕하세요, 요즘은 퇴사와 입주가 가장 큰 포인트라서 이번주에는 이 두 가지의 주제로 글을 쓰려고 합니다. 제목을 항상 화끈하게 짓는 편인데, 많은 독자분들이 읽어주셔서 너무 감사할 따름입니다. 물론 공식적인 첫 직장이기에 다 똑같은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대기업이나 공기업이라고 다를 바 있을까요? 교대도 6등급이면 가는 세상에서 이제 공부 잘하는 사람들끼리 비슷한 직장에 몸 담고 있는 것은 어려울 거 같습니다. 오늘도 여느 날처럼 담백하게 제 이야기를 펼쳐보려고 합니다.
저는 이전부터 계속 퇴사를 원했던 사람입니다. 퇴사하는 이유를 콕 집어서 말하기 어려운 이유는 복합적인 상황들이 중첩되었기 때문입니다. 회사를 너무 저랑 밀접한 연관을 시키면 안 되는데, 다음 회사에 가면 똑같이 생길 불만들이겠지만 제가 왜 퇴사를 하게 되었는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더라고요. 다음번의 방향성을 잡을 수 있을 거 같아서 생각 보따리를 풀어보겠습니다.
가장 먼저 출퇴근 시간입니다. 저는 8시간 꼬박 일하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는 사람 중에 한 명입니다. 심지어 작년 한 해 동안에는 토요일에도 6시간 출근을 했습니다. 평일 8시간은 남들도 주 50시간으로 일해서 월급을 받으니 어쩔 수 없다만, 토요일 6시간 동안에는 아무 일도 하지 않고 할 일이 없는 상황에서 출근을 시킵니다. 한마디로 회사가 융통성이 없습니다. 일이 필요하면 어련히 출근을 해서 하겠지만 무조건 와야 한다고 얘기하는 것에서 납득이 되지 않았습니다. 한 해 꼬박 토요일 출근을 하고, 죽을 거 같아서 올해 초에 나가겠다고 하니까 토요일 출근을 없애주겠다고 한 번 붙잡은 것 또한 '이럴 거면 굳이 왜 토요일까지 불렀나' 싶었습니다. 물론 사람들은 월급 루팡하니 좋겠다고 얘기하겠지만 저는 돈은 덜 받아도 좋으니까 차라리 제가 원하는 시간에 일을 하고 싶습니다.
자꾸 발목 묶인 느낌이 들더라고요. 학원 강사라면 수업 준비와 상담 같은 잔업들을 효율적으로 하고 굳이 학원 내부가 아니더라도 수업 준비는 기분 전환한답시고 다른 공간에서 해도 좋단 말이죠. 그리고 저에게는 같은 시간 일을 해도 제가 더 잘 해낼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있어요. 수업준비를 해야 한다는 책임감도 있고요. 그런 저에게 토요일 해질 때까지 콘크리트 건물 속에 갇혀 햇볕도 못 쬐고 지내야 한다는 것이 너무 정신적으로 스트레스로 다가와서 몸까지 안 좋아졌습니다.
그리고 같이 일하는 사람의 중요성을 깨달았습니다. 같이 일하는 나이 든 여성 선생님들이 계십니다. 글로 어찌 다 표현할 수는 없겠지만 자꾸 학원에 대한 불만은 토로하는데 바꿔 볼 생각은 없고, 계속 학원 내에 컴플레인도 들어오고 있는 상황입니다. 인수인계 두세 번은 해드렸던 일을 시간이 지나면 또 물어보고, 왜 하냐, 불평불만에 자꾸 여론을 부정적인 기운으로 조장해서 자기편으로 끌어들이려는 이상한 수법도 씁니다. 학원 일을 하다 보면 보통 중년 여성들은 미혼인 경우가 많은데 '미혼 중년 여성'을 떠올리면 워커 홀릭이라 '일과 결혼했구나'라는 생각이 들지만 이 분들을 보고 그 환상이 깨져버렸습니다.
일을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의 차이도 알았습니다. 보통 출근시간 내로 끝내야 하는 일을 아침 일찍부터 와서 일을 하고서도 다 끝내지 못하는 사람이 있더라고요. 업무의 농도가 짙은 사람이 있다면 그분들은 물을 얼마나 섞었는지, 보고 있는 제가 안타까울 지경입니다. 제목에 추한 어른이라고 해서 나이 든 사람을 생각할 수도 있지만 젊은 어른들도 포함입니다. 어떤 일을 부탁드리면 메모를 하는 대신에 시간이 지나서 '까먹었다'라고 하기 일쑤 거나 계속 탕비실에서 담소를 나누다가 정이 들어서 업무 시간에 연애를 하게 되고 그런 이상한 일도 발생하고요.
같이 일하는 사람들이 이렇게 제 역할을 못해내니, 제가 해야 할 일이 늘어나고 분명히 역할을 분담했던 것이 다 저에게 돌아와 있더라고요. 이렇게 업무에서 받는 스트레스가 하나씩 쌓여서 있었습니다. 만약 일을 잘하는 사람들이 제 주변에 둘러싸여 있었다면 적당한 자극도 되고 더 열심히 해보려고 발버둥을 쳤을 테지요. 제가 지칭한 '추한 어른들'과 함께 일한다고 생각하니 제 일이 더 싫어지고 저도 덩달아 '추한 어른'이 되어있을 거 같은 쓸데없는 걱정이 들었습니다.
두 가지의 이유 중에 전자는 제가 노력하고 포기하는 부분이 있으면 충분히 개선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하면 후자는 '운'의 영역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비슷한 직종의 일을 하게 된다면 꼭 명심해 두어야 할 것이겠지요. 주변사라에게 휩쓸리지 않고 내가 할 일만 묵묵히 하면 스트레스를 덜 받으리라고 확신합니다. 잠깐 쉼을 가지면서 제 주변의 에너지를 부정에서 긍정으로 불안에서 평화로 바꾸는 연습을 하고 모든 것이 제자리로 돌아갔을 때 이직을 해야겠습니다.
간혹 댓글을 달아주시는 분들이 계신데, 너무 감사합니다. 읽어보고 답장 달도록 하겠습니다. 여러분의 퇴사 사유도 궁금합니다. 오늘도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