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떠난 여행 - 네팔편

by 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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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은 그 자체로 낯선 세계를 만나는 일이다. 친숙하던 것들과 잠시 이별하며 편한 것과 멀어지는 연습을 하기도 한다. 여행을 떠나는 순간, 자신도 어쩔 수 없는 일이 벌어져 전혀 예기치 못했던 세상으로 데려가기도 한다. 여행이 끝나고 난 후, 어떻게 다른 모습으로 달라져 돌아올지 그 누구도 알지 못한다. 나는 이 거칠고 고독한 여행이 조금 더 오래갈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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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카라 가는 길

포카라는 파키스탄 훈자,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섬의 토바 호수와 함께 세계 3대 배낭여행의 성지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여행자들에게는 유명한 곳이다. 심지어는 여행자의 무덤으로까지 불린다고 하니 포카라의 중독성이 얼마나 강한지 짐작할 수 있다. 그래서인지 이곳은 단기간 찾는 여행자도 많지만 한 달, 길게는 몇 년씩 머무르는 이도 적지 않다. 스쳐가는 여행자로 시작해서 포카라에 눌러앉은 이도 있을 정도이니 말 다 했다.


세상이 포카라를 다녀온 사람이나 다녀오지 않은 사람으로 나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한 번이라도 포카라를 갔다 온 사람이라면 포카라 앓이를 할 것이다. 네팔의 보석이라 불리는 포카라에 다녀왔다면 당신은 이미 포카라 시민이고, 죽을 때까지 시민으로서의 그 권리를 인정받는다.


카트만두를 찾은 여행자 중에 포카라를 망설이는 이가 있다면 그건 다른 이유가 아닌 만만치 않은 거리 때문이다. 카트만두와 포카라 사이에는 쉽게 넘을 수 없는 장벽이 있다. 거리를 좁히기 위해서는 그만큼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 하지만 대가를 지불한다고 해서 모두 되는 것은 아니다. 특히 포카라는 더 그렇다. 일정이 짧은 여행자들은 포카라를 마음에 품었다가 다음을 기약하곤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카트만두에서 포카라로 가는 방법은 여러 가지이다. 하지만 여행자들이 흔히 택하는 방법은 항공편과 버스편이다. 항공편은 국내선임에도 적지 않은 가격이라는 부담이 크다. 또 다른 문제는 결항이 잦다는 사실이다. 만약에라도 비가 온다면 그날 비행은 없다고 보아도 무방하다. 포카라로 향하는 조종사가 시계비행을 하기 때문이다. 시야가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비행은 목숨을 건 여정이다. 특히, 우기 때라면 그와 같은 섣부른 모험을 할 필요는 없다. 만약 포카라에서 카트만두로 향하는 비행기를 예약해놓고도 뜨지 않는다면 카트만두에서의 비행기를 놓치는 낭패가 발생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조금은 힘들더라도 버스를 더 선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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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트만두의 타멜거리에서 20분 정도 거리에 포카라행 자가담바 버스를 타는 곳이 있다. 사설버스인 자가담바는 네팔 물가를 감안하면 적지 않은 가격이지만 로컬버스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시설이 양호하다. 카트만두에서 포카라까지는 낮에는 8시간, 밤에는 10시간 정도 걸리는 길고 긴 여정이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여정의 거의 2배이니 결코 만만한 거리는 아니다. 실제 거리는 그다지 멀지 않지만 이렇게 오랜 시간이 걸리는 이유는 도로 사정이 안 좋은 까닭이다. 그런데도 오늘도 인도여행에 지친 몸을 이끌고, 복잡한 도심의 피곤함을 피해, 그리고 자신의 민얼굴을 만나기 위한 여행자들이 속속 포카라로 밀려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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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에 포카라로 떠나는 8시 버스는 가는 도중에 사람들을 태운다. 하나둘 자리가 차면 어느덧 버스는 손님으로 가득 차게 된다. 여름철이라고 반팔 차림이나 반바지를 입고 탄 이들은 낭패를 본다. 그 이유는 지독히 세게 틀어대는 에어컨 때문이다. 덕분에 휴게소에서 에어컨을 끄기라도 하면 후덥지근한 여름 날씨가 온몸으로 밀려온다. 홍텔 사장님 이야기로는 장거리 여행을 하는 사람들 가운데 속이 좋지 않은 이가 발생하면 다른 손님까지 연쇄적으로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심할 정도로 에어컨을 세게 튼단다. 물론 장거리를 운전해야 하는 운전자의 안전을 위해서도 충분히 일리가 있는 말이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가는 도중에 너무 추워서 몇 번이나 잠을 깼다. 중간에 휴게소를 들리고, 다시 가다 서기를 반복하면서 버스는 새벽 5시 무렵 포카라에 도착한다. 이 시간이면 포카라가 어둠에서 기지개를 켤 무렵이다. 도착하는 순간부터 당신은 포카라 시민으로 편입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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