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떠난 여행 - 포카라 레이크사이드

by 산들


성수기라면 이곳을 찾는 여행자들로 북적이겠지만 우기인 비수기에는 상황은 다르다. 몬순은 6월부터 8월까지 우기를 만든다. 우기에도 우리나라의 장마철과는 다르다. 그렇기에 비록 우기라고 해도 소수의 여행자만이 누릴 수 있는 느긋함을 즐기기 쉬운 곳이 포카라이다. 우기에 사람들이 포카라를 찾지 않는 이유는 많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설산을 제대로 볼 수 없기 때문이다. 물론 트레킹 과정에서 엉망진창이 되어버린 길과 거머리, 산사태로 길이 끊어지는 위험부담과도 만나야 한다. 그렇게 고생해서 산에 올라가도 구름뿐이라면 쉽게 나서기가 망설여지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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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카라에 찾아온 우기

우기의 포카라는 밤새 비가 오다가도 아침이면 언제 그랬냐는 듯 온종일 맑기도 한다. 우기라는 게 실감이 안 날 정도이다. 그러다가 비 오는 시간대가 오전, 오후로 옮겨가기도 한다. 포카라에 비가 오면 한국의 장마철처럼 쏟아지기 때문에 빗소리를 배경 삼아 좋아하는 책을 읽거나 음악을 들어도 좋다. 달리할게 없으면 호수를 보며 그냥 무작정 쳐다보고 있어도 좋다. 다른 일정에 쫓기지만 않는다면 이 모든 게 포카라에서는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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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지에서 비수기란 힘이 빠지는 일이다. 주인뿐만이 아니라 손님도 그렇다. 손님이 찾지 않는 관광지란 쓸쓸하고 외로운 법이다. 하지만 포카라에서는 그 모두가 여유로움으로 통한다. 그럴 때는 슬슬 시내 구경을 나가 본다. 직접 안나푸르나의 설산까지 올라갔다는 주인 화가의 이야기를 따라 눈 속을 등반하는 이들의 발걸음을 따라가 보기도 한다. 아니면 핸드 메이드로 만들었다는 가방이나 100% 캐시미어라는 스카프에 눈길을 주어도 좋다. 진짜인지는 장담할 수 없지만 구경이야 어떠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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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트만두의 타멜거리를 걸을 때 가장 불쾌했던 기억 중의 하나는 골목을 질주하는 오토바이들이 부딪치고도 아무렇지도 않게 사라지는 모습이었다. 아파서 돌아보면 오토바이가 있었다. 물론 사과는 받아본 적이 없다. 그렇게 느닷없이 몇 번 당하다 보니 뭐 이런 동네가 있나 싶기도 했다. 포카라에도 빵빵거리는 차들과 오토바이가 있지만 적어도 포카라에는 그런 골목도 없고 사람들도 한결 느긋한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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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3대 배낭여행의 성지

포카라가 배낭여행의 성지가 된 이유는 간단하다. 해발 884m, 춥지도 덥지도 않은 날씨, 쾌적한 환경과 저렴한 생활비, 친절하고 따뜻한 사람들 때문이다. 포카라는 주머니가 얇은 여행자들이 머무르기에 최적의 환경을 갖추고 있다. 당신이 호텔이나 한식을 고수하는 게 아니라면 숙박비와 식비를 포함해서 하루 15불이나 20불이면 충분하다. 게다가 저렴한 비용으로 세계 각국의 요리를 골고루 맛볼 수 있으니 배낭여행자가 몰리는 것은 당연한 결과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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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카라에서는 돈이 없어도 마음이 바쁘지 않다. 웬만한 거리는 걸으면 되고, 바쁠 일 없는 여행자는 모처럼 만에 찾아온 선물 같은 여유를 즐기면 된다. 그래서 타지를 여행하느라 고생하던 이들도 여기에 들르면 마음이 편안하고 느긋해진다. 처음에는 어색하지만 자연과 어우러진 풍경을 보는 것도, 사람을 보고 있는 것도 이 동네에서는 그 느낌이 완연히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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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사랑을 확인하고 싶거든 페와호수(Fewa Lake) 사랑의 사원으로

외로움에 힘겨워하는 이라면 페와호수 인근에 있는 사랑의 사원이라 불리는 바라히 사원(Barahi Temple)에 가볼 일이다. 시내 인근의 배 타는 선착장에서 바로 보이는 곳에 섬에 바라히 사원이 있다. 거리라고 해야 100여 미터 남짓. 헤엄 잘 치는 이라면 수영으로도 충분히 갈 수 있는 거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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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섬에는 사람들이 사랑탑이라 부르는 탑이 있다. 사람들은 여기에서 소원을 빌거나 못다 이룬 사랑을 떠올린다. 이 섬에서 인상적인 것은 비둘기이다. 먹이를 주면 비둘기들이 사방에서 몰려든다. 족히 백여 마리는 넘을 듯한 비둘기들이 이 섬의 진정한 주인이다. 아이들은 비둘기를 쫓으며 즐거워하고, 어른들은 그 모습을 보며 덩달아 행복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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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공은 사람들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세상 느긋한 표정으로 배를 젓는다. 이 호수에 어울리는 전형적인 몸짓이다. 아마 저 사공은 하루에도 몇십 번씩, 몇십 년에 걸쳐 사람들을 건네주었을 것이다. 그에게 이 호수는 직장이자 삶의 터전이며 전부일 것이다. 도착해서는 너무 가까운 거리에 100루피 받기가 미안한지 섬을 한 바퀴 돌아서 턱하니 내려준다. 어쩌면 우리는 그 짧은 시간에 사공의 인생과 함께 호수를 건너온 것이다. 비록 그가 말하지 않았지만 우리는 그와 함께하였으므로 잠시나마 그의 인생을 나눈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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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카라 사람들이 사랑하는 페와호수

포카라 사람들에게 페와호수는 어머니와 같은 넉넉함과 동일한 의미이다. 호수를 품고 있는 동네는 넉넉함이 깃든다. 호수는 어린 생명을 거두어 기르고 풍요로움을 제공한다. 그래서인지 호수에 가면 무슨 말이라도 해도 좋을 것 같다. 호수는 먹먹한 사정 이야기를 다 들어주고, 나는 홀가분한 마음으로 돌아올 것이다. 그러니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좋으니 거기 잠시 머물기만 해도 좋겠다. 나는 호수에 머물면서 해가 지는 모습을 가슴에 담아 올 것이다. 눈시울을 붉히지는 않겠지만 붉어진대도 누가 뭐라 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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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카라에서 조금이라도 높은 데에 오르면 어디에서나 페와호수가 보인다. 내가 머물던 홍텔 옥상에 올라가면 호수가 보였다. 해먹에 누워 호수를 보며 시간이 하릴없이 꽃잎처럼 지는 걸 보았다. 오늘도 바라만 봐도 가슴이 뚫릴 것만 같은 페와호수는 낚시하는 사람들, 산책하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워낙 호수가 크기 때문에 몇 명 정도로는 티도 안 난다. 배를 타는 사람들은 타는 사람대로, 낚시하는 사람은 낚시 하는 대로 제 할 일을 한다. 낚싯대를 드리운 사람들은 물고기가 잡히지 않아도 신경 쓰지 않는다. 그들은 지금 세월을 낚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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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자들은 처음에는 포카라 남서쪽인 레이크 사이드에 자리를 잡았겠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호수 북쪽으로 옮겨갔다. 모두가 사람들이 북적대는 걸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호수 북쪽은 아무래도 교통편이 좋지 않은 곳이기 때문에 찾는 이들이 적을 수밖에 없고 은둔하기에는 적당한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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