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카라를 사랑하는 사람들
우선 목만이 아니라 눈까지 따갑게 만드는 카트만두의 탁한 공기와 포카라는 질적으로 다르다. 카트만두가 역주행까지 하는 차와 오토바이의 천국이라면 포카라는 걷는 이들의 천국이다. 어깨를 부딪치며 잰걸음으로 바삐 달려가야 하는 도시와 달리 포카라 사람들의 표정은 한결 여유롭다. 골목을 바라보아도 저절로 웃음이 날 정도이다. 심지어 개마저도 한가로움의 끝을 보여준다. 당신이 포카라에 있다면 길거리를 걸으며 그 느긋함에 푹 빠져 동참해보기를 권한다.
아침 시간대나 점심 무렵, 차 한 잔을 마주하고 대화를 나누는 이들을 발견하기 쉬운 곳도 포카라이다. 그들이 무슨 대화를 나누고 있건 간에 그건 그리 중요하지 않다. 대화 중간에 너털웃음이 들리는 거로 보아 아마도 사는 이야기이거나 일과 관련한 대화겠지만 그조차도 포카라에서는 여유로 보인다.
여행의 마지막은 늘 아쉽다
돌아오지 않을 여정은 아니지만
돌아온 여행이기에 그렇다
떠난 길이 영영 돌아오지 못하는
마지막이 되어버린 이도 있다
그도 자신의 길을 알지 못했을 것이다
다만 떠났을 뿐
- <여행의 끝>
당신의 느긋함을 찾으세요
삶에 지쳐 느긋함을 잊은 이라면 포카라라는 이름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여기서는 아침이면 골목까지도 풍요로운 포카라니까. 포카라에서는 걷는 이들의 표정에서도 행복함이 묻어난다. 걷는 이들의 표정을 보고 있노라면 다른 곳에서는 보기 힘든 그런 여유로움에 한껏 행복한 얼굴이다. 신기한 건 포카라에서는 바삐 걷거나 뛰는 이를 만난 기억이 없다는 사실이다. 항상 바쁘다를 입에 달고 살던 내게 그건 충격이나 다름없었다. 포카라 시민이었던 나 역시 포카라에서는 한 번도 뛰어 본 적이 없다. 왜냐하면 거기는 포카라였으니까.
포카라에서의 시간이 특별하게 느껴졌던 이유는 또 있다. 그건 시간이 느리게 간다는 사실이다. 유독 이곳에서만큼은 때로는 시간이 정지된 듯, 그것도 아니면 느리게 흘러갔다. 내리쬐는 햇살을 등에 지고 걷다 보면 나에게도 사람들의 여유가 온몸으로 전해졌다. 창밖으로 쏟아지는 빗소리를 듣고 있노라면 오후는 풍요로웠다. 그들은 나와 다른 시간대에 살고 있었다. 포카라에서 나는 이방인이었지만 어느 순간 그들의 삶에 조금이라도 가까이 다가갔었고, 그건 또 다른 축복이었다.
포카라의 빛과 어둠
포카라는 아름다운 경치로도 유명하지만 푼힐이나 마르디히말, 무스탕, 안나푸르나 등 트레킹이 출발하는 곳이기도 하다. 이 이름들은 히말라야 트레킹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는 각별한 의미가 있다. 그것은 단순한 지명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꿈이 출발하는 곳이고 새로운 세계가 열리는 장소이며 도전하는 이들이 부대껴야할 삶의 공간이기 때문이다.
9월 몬순이 끝나는 10월부터 3월까지인 트레킹 성수기에 포카라에는 전 세계에서 몰려든 사람들로 넘쳐난다. 그들은 평생 자신의 버킷 리스트로 간직해온 트레킹을 위해 기꺼이 포카라를 찾는다. 이때쯤이면 방마다 손님이 가득하고 거리에는 여행자들로 북적인다. 잘 나가는 롯지의 하루 매출이 200만 원에 달한다니 얼마나 많은 트레킹이 이루어지는가를 알 수 있다. 또한, 성수기 때는 포카라 어디에서건 네팔리들의 영산으로 불리는 눈부신 마차푸차레(6,997m)를 볼 수 있는 시기이자 포카라가 가장 눈부신 시기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