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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들 Jun 15. 2024

오타루 운하를 마음에 두는 일

      

내게 오타루는 각별한 공간이다. 삿포로에 처음 갔을 때 오타루 이야기를 듣고 혼자 간 적이 있다. 삿포로에서 기차를 타고 가는 내내 마음이 설렜다. 아마도 그렇게 생각했던 이유가 영화 <러브레터>와 만화 <미스터 초밥왕>의 배경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쌓인 눈을 배경으로 여주인공이 “오겡기데스까?”를 외치던 장면은 패러디 형태로 광고에까지 등장할 정도로 유명하다.       



운하가 있는 낮의 오타루도 좋았지만 밤에는 더 좋았다. 오타루 오르골당을 비롯해서 유리공방 상점까지 돌아다녀도 전혀 피곤하지 않았다. 달달한 초콜릿을 무료로 시식하면서 오타루의 달콤함까지 맛보았다. 저녁 무렵 가로등에 불이 들어오자 오타루는 전혀 다른 세상으로 변했다. 운하에 불빛이 비치는 반영이 그렇게 아름다우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막차를 타고 삿포로로 돌아오는 동안에도 여운은 오래 남았다. 언젠가 다시 오타루를 찾으리라 마음먹었다.      



당일로 삿포로에서 오타루를 방문하다 보면 마음이 바쁘다. 그렇다고 야경을 포기하기에는 오타루의 야경이 너무 매력적이다. 야경을 보기 위해 막차를 탄다고 해도 아쉬움은 여전히 남는다. 이번에는 시간이 넉넉했기 때문에 오타루를 느긋하게 보기로 했다. 이전에는 보지 못했던 골목이며 건물을 천천히 보며 즐겼다.      



여행의 한가함은 마음의 여유에서 나온다. 진정으로 여행을 즐기는 이들은 급하게 서두르지 않는다. 느림을 즐기지 못한다면 여행은 피곤함의 연속일 뿐이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걸 참지 못한다. 특정한 곳에서 느긋함을 즐기는 일이란 그들에게는 시간 낭비처럼 느껴질 수가 있다.      



마음이 급하면 슬렁슬렁 보게 된다. 다음 장소가 눈에 어른거려서 오래 머물지 못한다. 그러니 대충 볼 수밖에 없다. 대개 이런 여행은 기억에 남지 않는다. 물론 바삐 돌아다니는 것도 재미가 있기는 하지만 얄팍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골목길이나 오래된 집들이 건네는 이야기를 소홀히 넘길 수 없다. 나는 이런 공간들이 더 눈길이 간다. 아마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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