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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씬날 Jan 30. 2023

실체 없는 불안 다스리기- 나를 단단하게 만드는 심리학

무섭다고 덮어두면  또 찾아옵니다. 물론 예고는 없어요.

"엄마, 나 운전하다가 사고 나서 죽으면 어떡해?"

올해는 운전면허를 따볼까 생각하다 엄마한테 한 말이다.

맞다. 죽으면 어떡하냐는 철딱서니 없는 말을 했다.


난 불안이 건드려지면 폭죽이 터지듯, 탄산음료가 폭발하듯, 엄청난 공포가 찾아왔다. 온갖 상상의 나래가 펼쳐지면 잠 못 들기도 한다. 누군가는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쓸데없이 상상한다고 할지 모르지만, 실제든 아니든 중요하지 않았다. 내가 공포를 느꼈으면 다리를 달달 떨게 만들고 손톱을 딱딱 뜯게 만드는 공포인 것이다. 취업준비를 할 때는 이 불안이 더 심각해졌다. 스터디에서 하는 예비 면접에서도 벌벌 떨었다. 나는 너무 부족해, 나는 아무도 뽑아주지 않을 거야. 생각하며 답변을 할 때면, 머리는 백지가 되었다.

 

실제로 공포는 사람을 멍청하게 만든다. 위축시키고, 생뚱맞은 결정은 하게 만든다. 뇌의 입장에서는 너무 무서워서 생존의 위협을 받는다고 느끼는 상황에서 어떻게든 이 상황을 무마시키든 피하는 게 상책이다. 그게 근본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지, 얼마나 합리적인지 알바 아닌 거다. 사자가 바로 뒤에서 침을 흘리며 쫓아오고 있는데 토끼가 "자 A루트가 좋겠어. 거기가 통행료가 싸지." 이런 생각을 하며 시간 허비 했다간 이미 사자뱃속에 있을 테니까 말이다.


그런데 현대사회에서 포식자 동물에게 물리적으로 위협을 받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런 실체 없는 공포는 내가 도대체 어떤 것에 공포를 느끼는 것인지 헷갈리게 한다. 이렇게 나도 모르는 사이 공포는 점점 커지고, 주문하지도 않은 택배 물품처럼 매일 더 자주 더 켜져서 나타난다. 공포를 느끼는 당사자가 해결을 봐야 하는데 해결이 연체되니, 이자가 계속 붙는 것이다.


[나를 단단하게 만드는 심리학]에서는 꽤나 간단하면서도 상세한 해결책을 제시한다.

핵심은 이렇다.

공포를 1) 바라보고, 2) 대면하고, 3) 대체하는 것이다.

천천히 아래 질문들에 답 해보자.


첫 번째, 바라보기

내가 느낀 공포의 실체를 파헤쳐볼 필요가 있다.

* 난 도대체 뭐가 무서운가?

* 공포에 이름을 붙인다면 무엇인가?

* 공포는 어떤 느낌, 온도, 질감, 이미지를 하고 나타나는가?

* 공포는 얼마나 자주, 어떤 환경에서 나타나는가?


두 번째, 대면하기

공포로 인해 내가 어떤 영향을 받았는지 알아보자.

* 나는 공포를 느끼면 어떤 사람이 되는가?

* 공포로 인해 내가 어떤 대가를 치렀는가?

* 내 인간관계에는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

* 공포로 인해 내 주변사람들은 어떤 대가를 치렀는가?

* 공포 때문에 내가 포기한 것은 무엇인가?

* 공포에서 벗어난다면 나는 무엇을 얻을 수 있는가?


세 번째, 대체하기

* 모든 것이 나 한 사람 때문에 혹은 내 안에서 일어나지 않는다. 모든 것을 혼자 해결하려고 하지 말자.

* 회복탄력성을 강화하고, 공포를 이겨낼 친밀한 인간관계를 형성하자. 성인이 된 이후의 인간관계는 노력이 필요하다. 내가 가까워지고 싶은 사람, 그룹, 커뮤니티에는 후회 없이 진심으로 다가가자. 그럴 용기가 친밀감을 만들어준다. 나의 삶을 공유하고 나도 상대를 진심으로 들어주자. 나 스스로 괜찮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면, 너무 숨기고 너무 조심할 필요 없다.

* 내 이야기는 내가 믿는 대로 써진다. 아무리 돈이 많고 먹고살 걱정 없는 사람도, 자신이 외롭고 불행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면, 그는 그저 불행한 사람일 뿐이다. 자신이 가진 것, 세상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것들을 보이지 않을 것이다. 내가 나다울 수 있는 이야기를 의도하여 써 내려가자. 


어쩌면 뻔할게 들리는 방법들 일지 모른다. 진리는 머릿속 저 뒤편에 저장해 둔 것들 아니겠는가. 그럼에도, 실제로 내 공포가 무엇이고, 어떤 영향을 미쳤으며, 내 삶과 영혼을 위해 스스로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 것인지를 차근차근 써 내려가보자. 하얀 줄공책에 써내려 가다 보면 가장 가까운 사람인데도 마음을 몰라봐 줬던 나에게 연민하게 되고 위로도 된다.


해봐야 알 것이다!

무섭지 않은 척, 주먹 꽉 지고 어금니를 깨물고 눈물 흘리며 살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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