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와 빵이 구실이 된 공간
콜렉트 카운터 뒤에는 커피 머신이 없었다. 대신 모카포트와 작은 오븐, 그리고 가스레인지가 자리를 잡았다. 손에 잡히는 크기의 도구들이었고, 집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것들이었다. 화려하지는 않았지만, 우리가 만들고 싶던 공간과는 더 잘 맞았다. 사람들 앞에 커피 머신이 놓이는 대신, 부엌처럼 편안한 풍경을 남기고 싶었다.
사실 모카포트는 카페에서 쓰기엔 비효율적인 도구다. 그라인더에서 원두를 갈고, 물을 담은 뒤 가루가 넘치지 않게 채워 넣는다. 가스레인지 불 위에 올리면 처음엔 낮게 끓다가, 이내 증기가 차올라 진한 커피와 향이 흘러나온다. 준비된 컵에 담아 손님에게 내놓으면 한 잔이 완성된다. 번거롭고 시간이 걸렸지만, 그 느린 흐름이 Collect의 모습이었다.
손님들은 종종 물었다.
“머신은 없어요?”
“모카포트로 만들어요.”
머신 없는 카페를 낯설어하는 이들도 있었지만, 커피가 추출되는 과정을 직접 보고 향을 맡는 경험은 누구에게나 즐거웠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카페에서의 방식을 집에서도 이어갈 수 있다는 점이었다. 원두와 모카포트만 있으면 Collect의 맛은 다시 재현될 수 있었다.
작은 오븐도 다르지 않았다. 베이커리 카페처럼 다양한 디저트를 만들 수는 없었다. 파운드케이크와 스콘 정도가 전부였다. 하지만 오븐 문이 열리고, 완성된 디저트 냄새가 카운터 너머로 퍼지는 순간이면 충분했다. 앉아 있던 손님들이 향을 따라 오븐 쪽을 바라보곤 했다. 그 반응만으로도 작은 오븐은 제 몫을 다했다.
대단한 기계는 없었지만, 우리가 바라는 방향은 그 안에 모두 담겨 있었다. Collect는 단순히 머무는 공간이 아니라, 집에서도 이어갈 수 있는 커피와 디저트를 소개하는 작은 안내서 같은 곳이 되고 싶었다.
정신없이 바쁜 날도 있었다. 카운터 뒤의 모카포트와 작은 오븐은 효율적이지 않았다. 많은 잔을 한꺼번에 내릴 수도, 다양한 메뉴를 내놓을 수도 없었다. 그래도 그 느린 과정이 Collect를 만들었다. 커피가 추출되는 소리와 오븐에서 퍼지는 냄새가 공간을 채우면, 손님들은 그 공기 속에서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어갔다.
Collect의 하루는 그렇게 흘렀다. 커피와 빵은 구실이었고, 그 위에서 이야기가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