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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두 Dec 12. 2024

2부 해부극장

저녁의 소묘 3- 유리창(p.65~66)

유리창, 

얼음의 종이를 통과해

조용한 저녁이 흘러든다


붉은 것 없이 저무는 저녁


앞집 마당

나목에 매놓은 빨랫줄에서

감색 학생코트가 이따금 펄럭인다


(이런 저녁

 내 심장은 서랍 속에 있고)


유리창,

침묵하는 얼음의 백지


입술을 열었다가 나는

단단한 밀봉을 배운다



얼음의 종이에 저녁이 흘러 들어오면 고요함 속에 차가운 침묵이 시작됩니다. 

저녁은 삶을 빛이 아닌 어둠으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합니다. 

심장을 서랍 속에 넣어 두어서 삶에 대한 걱정을 잠시 멈춥니다.

이 침묵은 내면의 소리를 듣기 위해 입술을 닫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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