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 저편의 겨울 2(p.97~p99)
새벽에
누가 나에게 말했다
그러니까, 인생에는 어떤 의미도 없어
남은 건 빛을 던지는 것뿐이야
나쁜 꿈에서 깨어나면
또 한 겹 나쁜 꿈이 기다리던 시절
어떤 꿈은 양심처럼
무슨 숙제처럼
명치 끝에 걸려 있었다
빛을
던진다면
빛은
공 같은 걸까
어디로 팔을 뻗어
어떻게 던질까
얼마나 멀게, 또는 가깝게
숙제를 풀지 못하고 몇 해가 갔다
때로
두 손으로 간신히 그러쥐어 모은
빛의 공을 들여다보았다
그건 따뜻했는지도 모르지만
차갑거나
투명했는지도 모르지만
손가락 사이로 흘러내리거나
하얗게 증발했는지도 모르지만
지금 나는
거울 저편의 정오로 문득 들어와
거울 밖 검푸른 자정을 기억하듯
그 꿈을 기억한다
빛을 모아 던질 수 있을까? 이 시를 읽으면서 레오 리오니의 동화 중에 『프레드릭』 떠올랐다.
프레드릭은 배고픈 생쥐들에게 말한다.
“눈을 감아 봐. 내가 너희들에게 햇살을 보내 줄게. 찬란한 햇살이 느껴지지 않니……”
생쥐들은 프레드릭에게 말한다.
“프레드릭, 넌 시인이야.”
시는 우리에게 빛의 공을 던져준다.
우리는 그 빛을 통해 거울 저편의 나를 들여다본다.
지금 나쁜 꿈에서 깨어나서 또 한 겹 나쁜 꿈이 기다리던 시절에도 우리는 양심이라는 빛의 공을 기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