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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두 Dec 14. 2024

4부 ‘거울 저편의 겨울’

거울 저편의 겨울 2(p.97~p99)

새벽에 

누가 나에게 말했다    

 

그러니까, 인생에는 어떤 의미도 없어

남은 건 빛을 던지는 것뿐이야 

    

나쁜 꿈에서 깨어나면

또 한 겹 나쁜 꿈이 기다리던 시절   

  

어떤 꿈은 양심처럼

무슨 숙제처럼


명치 끝에 걸려 있었다  

   

빛을 

던진다면  

   

빛은 

공 같은 걸까    

 

어디로 팔을 뻗어

어떻게 던질까  

   

얼마나 멀게, 또는 가깝게    

 

숙제를 풀지 못하고 몇 해가 갔다

때로

두 손으로 간신히 그러쥐어 모은

빛의 공을 들여다보았다     


그건 따뜻했는지도 모르지만

차갑거나

투명했는지도 모르지만     


손가락 사이로 흘러내리거나

하얗게 증발했는지도 모르지만   

  

지금 나는 

거울 저편의 정오로 문득 들어와

거울 밖 검푸른 자정을 기억하듯

그 꿈을 기억한다    


 


빛을 모아 던질 수 있을까? 이 시를 읽으면서 레오 리오니의 동화 중에 『프레드릭』 떠올랐다.

프레드릭은 배고픈 생쥐들에게 말한다. 

“눈을 감아 봐. 내가 너희들에게 햇살을 보내 줄게. 찬란한 햇살이 느껴지지 않니……”

생쥐들은 프레드릭에게 말한다. 

“프레드릭, 넌 시인이야.”

시는 우리에게 빛의 공을 던져준다. 

우리는 그 빛을 통해 거울 저편의 나를 들여다본다. 

지금 나쁜 꿈에서 깨어나서 또 한 겹 나쁜 꿈이 기다리던 시절에도 우리는 양심이라는 빛의 공을 기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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