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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꿍꿍이 많은 직장인 Jan 07. 2022

19. 두 사람_성시경(육아 그리고 우리 두 사람)

우리 두 사람 서로의 쉴 곳이 되어주리

아기가 태어났다.


몹쓸 전염병 탓에 제대로 안아보지도 못하고 지켜보기만 했다.


그렇게 아쉬운 마음만 간직하며 지낸 게 스무밤. 

헤어져 있던 우리 세 가족은 햇살 따스한 어느 날 함께 집으로 왔다.

아기는 너무 귀엽고 생각보다 너무 순했다. 이쁘고 착한 우리 아기.

육아가 너무 힘들다는 말은 다른 사람 이야기고, 우리는 행복할 줄로만 알았다.

애기 2주 째 / 5주 째


착각은 길게 가지 않았다.

아기가 집에 온 지 며칠 되지 않아 나는 꽤나 많은 진실을 알게 되었는데,


1. 아기는 본인이 움직이는 팔에 놀라서 울 수도 있는 존재라는 것.

2. 자면서도 먹고 먹으면서도 자는 존재라는 것.

3. 그래서 배고픈 주기가 일정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

4. 방귀가 나오지 않아 화를 낼 수 있는 존재라는 것.

5. 잠 오는데 잠자지 못해 짜증 낼 수도 있는 존재라는 것.

6. 잠꼬대로 짜증을 낼 수도 있는 존재라는 것.

7. 아무것도 할 수 없으니 의사표현이 짜증이라는 것.


등등 을 알게 되었다.


그 정신없던 중에도 어미새는 아기 새에게 모유를 꼭 먹여야 한다며 밤낮 가리지 않고 아기를 보듬었다.


마침 나는 그 시기에 회사 일이 무척이나 바빴고 집에 와서 아기를 보는 시간은 2시간 남짓, 잠자고 아침 일찍 일어나서 아기를 좀 보곤 했다. 내가 젖을 줄 수가 없으니 어찌할 수가 없었다.


그렇게 지낸 지 3주 차, 하루는 어미새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했다. 

우리 어미새는 힘든 내색을 안 하고 혼자 분을 삭이는 편이라 사실 눈물이 그렁그렁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10년 넘게 함께 지낸 세월 덕분일까. 내 눈에는 속으로 눈물을 흘리고 있는 게 보였다.


"여보, 많이 힘들어??"


어미새는 대답하지 않았다. 너무너무 힘들다는 무언의 대답이었다.


"여보, 진짜 고생이 너무 많다. 이제 우리 새벽에는 분유 먹이자.

 새벽에는 내가 볼게. 어서 들어가서 한 숨 자자. 고생했어 고생했어"


나는 위로를 건네며 엉덩이를 토닥였고, 

어미새는 그제야 참고 있던 눈물을 흘리며 울기 시작했다.

그리곤 말없이 안방에 들어갔다.

지친 하루가 가고

달빛 아래 두 사람

하나의 그림자

 눈 감으면 잡힐 듯 아련한 행복이 아직 저기 있는데

 상처 입은 마음은 너의 꿈마저 그늘을 드리워도

 기억해줘

 아프도록 사랑하는 사람이 곁에 있다는 걸

<성시경_두 사람 중>

 

끅끅 거리며 눈물 한가득 흘렸을 거면서...

마치 내가 언제 그랬냐는 듯이 어미새는 아침 일찍 아기 새에게 젖을 물리고 있었다.


그렇게 우리는 혼합수유를 시작했고, 

나는 일찍 자고 새벽 불침번을 담당하게 되었다.


며칠이 지나서야 어미새는 너무 힘들었다며 실토를 했다.


자신은 너무 힘든데 애기 새는 쉴 새 없이 울고, 

배고프다고 보채니 젖은 물려야 하고,

눈물 흘리며 젖을 물리는데 너무 우울했다고.


웃으면 너무 이쁘지만 우는 시간이 길어지면 너무 힘들고 아기가 미워지기도 하는데

그런 자신의 마음이 맞는 건지 혼란스러웠다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주었다.

그렇게 서로의 이야기를 들어준 후, 우리는 서로를 좀 더 이해하게 되었다.


그 일이 있고 난 후 우리는 한 가지 변한 게 있는데


'서현 아빠 고생했어요.'

'서현 엄마 고생했어요'


라는 말을 좀 더 자주 하게 되었다.

때로는 이 길이 멀게만 보여도

서글픈 마음에 눈물이 흘러도

모든 일이 추억이 될 때까지

우리 두 사람

 서로의 쉴 곳이 되어주리

 <성시경_두 사람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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