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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꿍꿍이 많은 직장인 Jan 10. 2022

20. 신혼일기_윤딴딴(신혼생활)

나의 신혼생활 이야기

방 2개, 거실 하나 쓰리룸

가전은 냉장고 하나, 세탁기 하나

가구는 화장대 하나, 옷장 두 개


햇빛 한 점 들어오지 않는 습기 많은 어느 쓰리룸 전세로, 우리는 그렇게 시작했다.


아내는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공무원 시험 준비를 했고, 나는 회사를 다녔다.


학원 보내달라는 말 한마디 없이 집과 도서관을 오가며 공부했던 아내. 

욕 안 듣는 날이 없었던, 야근 많던 2~3년 차 나의 막내 생활.

하루하루 버틴다는 생각으로 살던 그때, 우리 부부는 금요일 밤만을 기다렸다.  


드디어 다가 온 일탈의 날,

시장표 떡볶이 & 순대, 과자 2봉 맥주 4캔을 앞에 두고

우리는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이 맥주부터 뜯는다.


'벌컥 벌컥 벌컥 벌컥 벌컥'


500ml 캔맥주 반을 한 번에 삼키고, 떡볶이 한 점 집어먹고 나서야 우리의 대화는 시작되었다.

매주 금요일 우리는 그렇게 정신줄 놓고 함께 울고 웃었다.

나 자전거 타고 집에 가고 있어 날 기다리는 널 보러

이따 밤에 영화 한 편 골라서 맛있는 거 먹으면서 보자

답답한 일이 좀 있었어 솔직한 나의 마음으론

들어가면 한 번만 안아줘 떡볶이 사서 갈게

 <윤딴딴_신혼일기 중>


준비하던 공무원은 한 번에 안됐고, 나의 회사 생활은 어째 더 꼬여만 갔다.


그때 아내는 한결같이 계속 공부를 했고, 나는 회사가 너무 힘들다며 퇴사 얘기를 밥먹듯이 했다.


하루 12시간 이상 근무에, 일주일에 한 번은 새벽 전화가 왔다(새벽 전화는 회사 설비에 일이 생겼으니 당장 출근하라는 말이다). 퇴근 후 집에 와선 푸념하고 새벽 전화가 오면 한숨 쉬며 출근하고...


그렇게 푸념만 늘어놓던 어느 날, 아내가 눈물을 뚝뚝 흘리며 울었다. 

아내는 감정을 속으로 삭이는 편이라 웬만해서는 눈물을 보이지 않는다.

아차 싶었다.


"당신도 힘들었을 텐데, 내가 너무 내 힘든 얘기만 했네. 미안해 미안해."


나는 계속 미안하다 하며 울고 있는 아내 등을 토닥였다. 그렇게 10분이 지났을까... 

그제야 아내는 조금 진정을 했고, 끅끅 거리며 내게 말했다.


"오빠가 너무 힘든 거 아는데, 그렇게 힘들어하는데... 

지금 내가 해줄 수 있는 게 없어서... 너무 미안해......"


라고 말하곤, 다시 울음을 터뜨렸다.


얼마나 슬펐을지... 그 감정을 얼마나 참아왔을지...

아내는 그동안 쌓인 감정을 계속 쏟아냈다.


아내의 그 말 한마디에 나는 자신이 너무나 어려 보였다.

너무 부족해 보였고, 너무 부끄러워졌다.


나는 고맙다며, 그리고 미안하다며 울음을 참으며 아내를 토닥였다.

우리는 서로에게 미안하다 하며 그렇게 밤을 보냈다.




그녀는 나도 힘들다는 말 대신, 

힘들어하는 나를 위해 해 줄 수 있는 게 없어서 미안하다고 얘기를 해주었다.


내가 아내를 좀 더 존경하게 된 순간이다.


그 말 덕분에 나는 어린 모습의 허물을 벗고, 좀 더 성장할 수 있었다.


서로가 서로에게 위해주지 못해서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만 해줄 수 있다면, 못 이길 것이 있을까.


당신에게 그런 말 한마디를 건네줄 수 있는 사람이라면, 

함께 늙어가도 행복하지 않을까?


넌 내게 기대도 돼 난 널 안고

네 이야기를 할래 오늘 어땠지

 늘 나눈다면 못 이길 것도 없네

 이렇게 우리 함께 늙자

 오늘자 우리의 신혼일기 ~~~~ ~~~~ ~~~~

<윤딴딴_신혼일기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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