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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엔 Feb 09. 2020

16회 베이징 유학생 연극단체

11년 차 유학생의 중국 적응기

16회 -베이징 유학생 연극단체-


  한때 나에게 꿈이 무엇이냐고 물었을 때 나는 연예인이요 , 배우 할 거예요 라고 대답했던 시절이 있었다. 이유는 딱히 없었다. 뭔가 내가 다른 사람이 돼서 그 사람을 연기한다는 게 좋았고 여러 사람들에게 주목받는다는 것도 좋았다. 일단 특이하니까 주목받는 게 쉬웠으니까!  그리고 매일 티브이에 나오는 사람들은 점점 더 외모가 업그레이드되는 거 같아서 나도 배우가 되면 그렇게 관리받을 거라고 생각했다.    

  

어쩌면 되게 허무맹랑한 상상이자 장래희망이었다.

왜냐하면 내가 살고 있는 중국에선 하기가 어렵다고 생각했다. 여긴 중국이고 나 같은 외국인에게 연기할 기회를 줄까?라고  생각했다.


  여긴 내가 공부하러 온 곳인데 연예인의 길로 들어가고 싶다고 생각한 것 자체가 물리적이나 상황적으로 맞지 않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꿈은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내가 처한 상황에서 무언가라도  하고 싶었다. 그러던 찰나 베이징에 있는 한인 연극 극단이 있다는 소식을 들었고 4회에서 말했던 pc방 몰래 가기 사총사 중 한 명이  그 극단에 있다는 소식을 들어서 바로 연락해보았다.     


  연락을 하자마자 그 친구는 특유의 친화력으로 나를 맞아 주었고 그 극단은 마침 다들 오랫동안 활약했던 선배들이 나가서 주축 멤버들이 빠진 상황이라 나 같은 신입을 더욱더 반갑게 맞아 주웠다. 그리고 나름 그 극단을 끌고 가던 주축 멤버들이 모두 나와 동갑 친구들이었고 pc방 탈출기 멤버가 그들과 나의 중간에서 가교 역할을 잘해주어 쉽게 친해질 수 있었다.       


  물론 내가 낮을 가리는 성격이지만 배우를 하기 위해서는 내가 먼저 적극적으로 다가가야 한다는 생각이 날 지배했던 시기였고  먼저 들어왔던 친구들이 나에게 호감적으로 먼저 다가와 주었기 때문에 여러모로 상황적이나 시기적으로 내가 쉽게 잘 적응할 수 있었다.     


  우리는 일주일에 3번을 연습했고 공연이 다 달으면 매일 만나서 연습했다. 매 학기 시험기간을 피해 공연을 올려야 했기 때문에 공연이 끝이 나면 바로 시험공부에 매진했다.


  연습실은 인민대학교 건물의 지하에서 진행이 되었다. 초반 3주 동안은 대본을 리딩 하면서 감을 익혔고 3주 후에는 동선을 짜면서 본격적으로 연습을 했다.  그리고 연습시간보다 더 즐거웠던 건 거기 친구들과 함께했던 간식타임이었다. 항상 끝이 나면 치킨이나 피자, 양꼬치를 시켜 먹었는데 , 맛있는 음식과 술과 함께 아이들과 개인적인 이야기를 나누면서 유학생의 오묘한 외로움을 나누자면 너무 행복하고 외로운 기분이 없어지는 듯했다. 그래서 나도 이들이 너무 좋았다.     

무대를 만드는 중

 나는 이 극단에서 2개의 연극을 올렸는데 그중에 내가 주연으로 참여했던 ‘옥탑방 고양이’가 생각이 난다. 한국에서 하는 옥탑방 고양이를 우리식으로 해석해서 올리는 퓨전연극이었는데 원래는 내가 주연배우가 아니라 총연출로 참여했었다.      


  나는 원래 주연배우가 하고 싶었지만 상황상 총연출 자리가 비워있어서 억지로 하게 됐다. 그래도 주의 사람들이 좋아서 이왕 하는 거 잘하자고 생각하여 연출적인 부분을 꼼꼼하게 챙겼다. 원래 기존에는 팸플릿이나 포스터, 음향 등 연기나 연출 외적인 부분을 극단 사람들이 자투리 시간에 하곤 했는데 나는 더욱 전문적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팸플릿이나 포스터 등도 기존 극단의 분위기와는 달리 나는 미대 학생들에게 부탁하여 전문적으로 만들었다. 무대미술 역시 미대에 다는 학생들을 연출로 섭외했었고 무대 음향 역시 신방과에서 광고음악에 익숙한 아이들로 채웠다. 그렇게 극은 일사천리로 진행이 되고 있었다.


  그러던 공연을 2주 남긴 어느 날 , 주연배우로 연습을 하던 형이 스페인으로 지인 결혼식애 참가한다는 이유로 며칠 연습에 나오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래서 그것 때문에 기존 배우들과 연출들의 불만이 장난이 아니었다. 주연 여배우를 맞고 있던 내 친구 가령 이는 자꾸 주연배우를 극을 잘 알고 있는 나로 변경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다른 배우들도 그런 눈치였지만 나는 쉽게 그렇게 할 수 없었다.

 

  하고 있고 연습했던 사람을 어떻게 쉽게 내칠 수 있을까... 그러면서도 속으론 내로 교체할 수 있으면 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며칠이 지났고 스페인에서 오기로 한 그 주연배우형이 오지 않았다. 정말이지 연락도 없이 연습날 참여하지 않았다. 그날 결국 다른 배우들이 터지기 시작했고 결국 애들과 회의 끝에 그 형에게 말없이 주연배우를 나로 교체했다. 마땅히 할 사람도 없었으며 극을 가장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나는 순간 이런 상황이 너무 당황스러웠지만 그러면서도 내심 좋았었다.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주연배우를 나로 바꾸고 나서 조연출을 맡았던 친구들이 총연출 되었고 나는 연기 연습에 매진하게 시작했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생겼다. 실은 나는 총연출을 하면서 극의 흐름만 알았지 대사는 하나하나 외우지 않았다. 나름 이유가 있었지만 가장 큰 이유는 귀차니즘이 가장 컸던 거 같다. 내가 이런 이야기를 한다고 해서 되게 성의 없이 보일 수 있지만 다른 부분에서 채운다고 생각했다. 대본을 외우게 되면 뭔가 기계적으로 판단할 것 같았고 매번 대본을 보면서 배우들에게 피드백을 주면 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건 엄청난 오판이었다. 내가 주연배우로 하게 되니 대사를 알지 못해 상대와 호흡을 맞추기 힘들었다.     

무대 음향장비 모습

  하루는 전에 있었던 극단 선배들이 와서 우리가 준비한 공연을 미리 봐주는 날이었는데 나에게 가장 많은 지적들이 날아왔던 기억이 난다. 솔직히 그날은 나는 반성하기보단 너무 억울했다. 내심 내가 바랬기도 했지만 내가  하고 싶어서 된 것도 아닌데 내가 연기랑 대사가 안된다고 했던 그 선배들이 싫었고 억울했다. 즉 나는 준비되면 잘하는데 준비가 안돼서 그래 라는 나만의 합리화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랬던 그날 일이 또 터지고 말았다. 내가 총연출에서 배우로 넘어가면서 나이 어린 친구들이 조연출에서 총연출이 되었으니 아직 감을 못 잡았던 터라 무대 만드는 시간을 착각했던 것이다. 결국 무대가 공연 전날까지도 엉성하게 만들어져 있었다. 결국 모든 배우들이 연습을 중단하고 무대 만들기에 나섰고 극단 인원 전원이 밤을 새웠다.     


  그리고 무대 당일날... 총 5회 공연이었는데 첫판의 공연을 시원하게 말아먹었다.  대사를 잊어먹기는 일수였고 연출적인 부분에서도 다들 손발이 안 맞았다. 전날까지 연기 연습이랑 리허설 한 번을 못하고 무대나 고치고 있었으니 말이다. 친구들이 공연이 끝나고 고기나 먹으러 가지고 했는데 나는 가기 싫었지만 나 때문에 망한 것 같아서 그냥  별소리 없이 갔다.     


고기를 한창 먹다가 나와 함께 pc방을 갔던 친구가 처음으로 날 비방하듯 이야기했다. “너 때문에 망한 것 같다” 이렇게 말이다, 순간 그 말을 듣는 순간 모든 걸 포기하고 싶었던 나의 마음에서 불이 마구 솟아났다. 나 때문에 망했다고??? 먹던 젓가락을 내려놓았고 나의 얼굴을 읽었는지 다른 친구들은 나와 그 친구의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하지만 내가 더 이상 할 수 있는 말을 할 처지가 아니었기 때문에 바로 집으로 가서 대본을 씹어먹듯 보기 시작했다. 어차피 극의 흐름은 내가 연출한 것이기 때문에 잘 아니까 대사만 잘 전달되면 돼!라는 오기를 부렸다.     


   잠을 자지 않아도 졸리지 않을 정도로 내가 충격을 받았는지 모르지만 처음으로 나 때문에 구성원들이 피해본다는 죄책감과 초초함 때문에 그랬는지 엄청 열심히 대사를 외웠다.     

 

그리고 다음날 2회 공연 관객 입장 5분 전


  텅 빈 무대를 보면서 다짐했다.  이까짓 거 못하겠냐고 몇 부분 고비만 넘으면 문제없다고, 더 힘든 유학 초반 더 겪었는데 이 중압감이 문제이냐고 , 나를 위해서 이 구성원들을 위해서 잘해보자고 말이다. 또 내가 명세기 총 연출했었는데 나 때문에 망하면 체면이 서겠냐!!!     


관객들이 차오르자 나의 심장을 타오를 것 같았고 그렇게 극이 시작이 되었다. 그리고 다가온 나의 실수가 되는 고비의 부분의 챕터들.. 이번엔 잘하자 잘하자. 실수 없이 끝내야 해!!!          


공연이 끝이 나고 이제와는 없었던 박수갈채를 받았다. 3회도 4회도 5회에도 마찬가지였고 점점 박수소리는 커졌다. 결국 북경 유학생 바닥에서 소문이 나서 3주 후에 앙코르 공연까지 하게 됐다.     

당시 연습 장면

  그날 받았던 박수와 함성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어쩌면 다시 내 인생에서 그런 박수를 받을 일이 올까? 그러게 많은 사람 앞에서 설 기회가 올까? 나에겐 정말 소중한 기억이다.


   또 그때 만났던 친구들이 너무나 소중하다. 주축 멤버들이 동갑들이어서 그런지 다들 편하고 좋았다. 이들과 함께 하고 싶었고 계속 무엇 이인 어떤 작품이든 함께 한다면 다성공할 것 같았다. 하루 만에 공연이 확 달라지는 기적을 맛본 우리들은 너무나도 행복했던 기억이 난다. 나의 갈증을 풀어준 북경 유학생 연극단체 ‘데자뷔’ 내가 7기와 8기에 함께 했었는데 14기를 끝으로 현재는 없어졌다고 한다.       


  가끔 한국에 있을 때 대학로에 가면 생각이 난다. 그때 그들과 함께 했었던 호흡과 온도... 그리고 감정들이 순식간에 내 온몸을 휘감는다. 내성적이었던 나의 다른 모습을 보여준 그때의 기억이 아직도 기억이 남는다. 나는 지금 무슨 꿈을 꾸고 있을까? 예전에 꾸웠던 꿈은 바쁜 현실의 벽에 막혀 내가 이런 꿈을 꾸고 있었구나 하는 돌아봄도 느끼지 못하고 살아가는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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