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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엔 Feb 06. 2020

14회 관심받는 게 좋았던 농구

11년 차 유학생의 중국 적응기

14회 -관심받는 게 좋았던 농구-   

  

  내가 농구를 좋아하기 시작했던 건 아주 어릴 때부터 일이다. 초등학교 2학년 때 아는 형네 집에서 놀고 있었는데 그때 티브이에서 여자농구 중계를 하고 있었다. 그때부터 농구를 아무런 이유 없이 보기 시작했던 거 같다. 정말 아무 이유 없이 눈에 갔다. 그렇게 쭉 다른 친구들이 축구를 좋아할 때 나는 농구를 좋아했고 중국에 가면서부터 농구에 더욱더 흥미가 들렸다. 왜냐하면 중국은 친구들끼리 농구를 하는 문화였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는 쉬는 시간이나 방과 후 시간에 친구들끼리 운동장에서 축구를 하지만 중국은 농구 코트에서 농구를 한다. 그랬기에 내가 자랐던 중국은  더욱더 농구에 빠쪘던 환경이 조성이 되어주었다.     


  내 키는 181cm인데 이것이 중학교 2학년 때의 키다. 당연히 당시 또래에 비해 큰 키였다. 큰 키여서 그랬는지 항상 농구를 하면 나를 막을 수 있는 적수가 없었고 당연 나는 포지션 중에서도 키가 큰 사람들이 맡는 센터를 맡았었다. 또한 몸이 유연해서 허리를 꺾어 상대방의 수비를 피해 농구했었다. 공을 잡으면 특유의 리듬을 타고 허리를 틀어 골을 넣는 게 나의 주특기였다. 친구들은 나의 그런 농구 동작을 보고 “발레” 하는 모습 같다며 발레라고 불렀고 어느새 나의 이름은 줄곧 발레라고 불리우게 됐다. 나의 중고등학교 친구들을 나의 본명보다는 다들 발레라고 부른다.      


  내가 농구하길 좋아하다 보니 또래 아마추어 친구들 사이에선 잘하게 되었고 그러다 보니 농구를 더욱더 좋아하게 됐다.  농구는 중국에서 유일하게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나의 스포츠 활동이 되었다.

    

  이렇게 농구를 좋아했던 내가 대학교에 가니 더욱더 농구를 취미로 삼고 싶었고 친구들에게 수소문 끝에 북경에 있는 성인들끼리 농구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 리그를 만들어 운영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나는 너무나도 반가운 마음에 취미 동아리 농구 클럽을 들어 들어갔다.     


  나는 대학교 1학년이었고 농구 동아리에 있던 사람들의나이때가 다양했다. 나보다 1살 위부터 많게는 6살 위까지 있었다. 그나마 우리 팀이 나이 차이가 적은 거였다. 나는 숙기 없는 성격이라 처음에 적응하기 좀 힘들었지만 그래도 농구가 좋으니 차차 적응이 되리라 싶었다.       


  동아리에 들어가자 일단 포지션부터 정하기 시작했는데 기존에 있던 형들이 나의 키를 보더니 3번 자리인 스몰 포워드를 하는 게 좋겠다고 했다. 스몰포워드라니... 스몰 포워드라면 외곽 라인에서 끝인 없이 볼을 운반하고 슛을 던지야 하며 필요에 따라 골밑 안으로 들어가 공격과 수비를 해야 하는 움직임이 많은 포지션이다. 항상 골밑에서 몸싸움 끝에 골을 넣어 재미를 맛보던 센터 농구를 즐겨하던 나는 그것이 반가울 리가 없었다.      


  나는 어릴 때부터 키가 컸기에 센터로 익숙해져 있었고 당연히 중고등학교 내내 센터 역할을 했었는데 대학생이 되고 환경이 바뀌다 보니 이제 키가 남들보다 특출하게 크지 않아 제 포지션을 찾은 것이다. 참고로 센터는 그때 리그의 풍토상 185센티부터 했던 기억이 있다.

    

  당연히 재밌을 리 없었다. 내가 하던 농구보다 체력이 달리다 보니 공을 따라갈 수 없었고 금방 지쳤다. 또한 골밑에서 주워서 넣는 것이 아닌 상대를 따돌리고 돌파나 미들슛을 던져야 했기 때문에 성공률도 낮아져서 당연히 주전으로 농구하기가 너무 힘들었다.     


  항상 주전만 하던 내가 주전이 되지 못하니 일주일에 2번 있었던 농구부 모임에도 가기 싫었다. 항상 주류에 있던 내가 비쥬류로 남아 있게 되다니 여간... 견디기 힘들었다. 그동안 내가 해왔던 농구가 우물 안의 개구리 같아 보였다.     

  그러던 어느날 농구동아리 연습을 맞추고 술을 다 같이 마시러 갔다. 나는 술을 원래 싫어했지만 거긴 남자들만 있는 농구 농아리라서 특성상 술 마시는 걸 좋아한다. 그렇게 어쩔 수 없이 술을 마시다가 문득 든 생각이... 농구가 하기 싫어졌다는 것이다.     


  내가 굳이 왜 나의 아까운 시간을 들여 여기에 와야 하나... 생각이 들었다. 꼭 해야만 하는 것인가??? 그런 물음에 나는 갑자기 그다음 날 농구부 형에게 농구를 하지 않는다고 이야기하고 농구부를 나가지 않았다. 그렇게 대학교 생활 첫 동아리를 책임감 없이 끝냈다.   

       

  요즘도 농구를 좋아하냐고 나에게 물어본다면 나는 농구를 좋아한다고 대답한다. 가장 즐겨보는 스포츠 이기 때문이다.


그럼 그때는 왜 그만두었냐고 물어본다면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내가 항상 관심을 받던 농구인데 관심받지 못해 즐겁지 않아서였다고...


  그랬다. 농구가 싫은 게 아니고 관심을 받지 못해 싫었던 것이었다. 농구가 진정으로 좋았던 게 아니라 한국에서 축구를 못해서 체육시간에 즐겁지 못했던 내가 중국에서 잘하는 농구를 해서 즐거웠고 관심받는게 즐거웠었다고 말이다.


  하지만 철저히 반성한다. 내가 관심받지 못한다고 책임감 없이 농구 동아리를 나왔던것...또 술 때문에 싫다고 나 자신에게 합리화했던 그날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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