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의 재발견 2화
3. 빛 좋은 개살구 서울 강남 한복판에 위치한 사준수의 치과는 북적이는 사람들로 오늘도 활기차다. 개원한 지 얼마 안 됐지만 강남 노른자 땅의 입지 좋은 곳에 자리 잡은 터라 많은 사람들이 오고 갔고 사준수의 실력도 대단했다.
서울대 치과대학을 나온 사준수는 서울대 프리미엄을 가진 도도한 치과의사의 이미지와는 정반대로 언제나 환자들에게 친절했고 다정했다. 또 같이 일하는 부하 닥터들과 간호사들에게도 항상 먼저 미소로 다가갔기 때문에 병원 직원들의 존경과 사랑을 받았다, 또 병원의 미래가 더욱더 희망차 보이는 건 일주일에 한 번씩 열리는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충치 무료진료가 열리기 때문이다.
사준수는 그 어느 시간보다 이 시간을 제일 즐겁게 여겼다. 물론 강남 한복판에 저소득층이 얼마나 있겠냐는 의문이 들지만 무료진료 소식에 항상 지방 각지에서 올라와서 병원은 더욱더 북적였다.
한참 진료를 보고 있던 준수에게 고참 간호사가 말을 건냈다.ㅑ “원장님 사모님 전화 오셨어요” “어 그래요? 근데 나 지금 바쁜데, 이 선생님~ 나중에 제가 전화한다고 아내한테 전달해 주시겠어요?” “저도 진료 중이라고 말씀드렸는데…사모님이 워낙 급한 일이라고 하셔서요” “참…. 알겠어요.” 준수는 하던 진료를 잠시 멈추곤 원장실로 가서 걸려온 아내의 전화를 받았다 “여보 무슨 일 있어?” “그럼 엄청 급한 일이지” “왜 그래 믿음이 어디 아파?”
“아프긴 …그게 아니고 이번에 믿음이 미림유치원 티오 하나 비었다고 아는 언니가 귀띔해 줘서… 지금 가서 거기 원장이랑 만나려고 하는데 엄마, 아빠가 꼭 같이 와야 한데, 지금 빨리 미림유치원 앞으로 와” “지금? 아니… 아직 일도 안 끝났는데” “아 정말, 치과해서 돈 얼마나 번다고!!! 이번에 미림유치원 못 들어가면 우리 믿음이 국제 초등학교 입학에도 문제 된단 말이야. 자기 알지 송도에 내국인도 들어갈 수 있는 국제 초중고 설립된 거, 그 학교 입학 때 어디 유치원 출신인지 엄청 따진단 말이야.! 아아아 긴말 필요 없고 빨리 와”
“여보…믿음이 지금 다니는 유치원도 충분히 좋은데잖아… 믿음이 내성적이라 이제서야 유치원에서 마음 붙였는데… 믿음이가 힘들어하지 않을까?” “아 몰라 이번에 믿음이 당신 때문에 미림 못 들어가면 나 평생 당신 원망할 거야… 우리 집 체면도 있는데 우리 믿음이가 미림유치원 면접에서 아빠가 일 때문에 바빠서 못 갔다고 하면 주위에서 얼마나 비웃겠어!!! 거기 자리 나고서도 뒷돈 퍼다 주면서도 못 가는데야 빨리 와” “여보 그래도 믿음이…나는 아직 어리고 그냥 주위 또래 친구들이랑 잘 지내고 우리가 더 관심 가지면…” “당신 유치원 다녀봤어? 옛날에 아버님 사업 부도나서 유치원도 못 가봤다며 당신은 유치원 안 다녀봐서 그래!!! 아… 미안…내가 선 넘었다. 내가 마음이 급해서 그래 오빠 “ “하…그래 알겠어 빨리 갈게"
아내의 성화에 결국 못 이기고는 병원을 나서는 사준수. 전화를 끊고 주차장으로 내려가서 좋은 외제 세단에 시동을 거는 준수는 한숨을 쉬며 중얼거린다 “그래 이 차도, 병원도, 다 내 것이 아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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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그들의 목적
“샬롬~안녕하십니까! 주님의 은혜로! 주님의 사랑으로! 자선재단 디아스포라 이사장 마기자입니다. 오늘 이렇게 다들 시간 내주셔서 봉사활동 회원으로 들어오신 거 정말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저희 디아스포라 자선재단에서 운영하는 초록 고아원은 총 100여 명의 미성년 아이들과 생활하고 있으며…”
서울 금싸라기 땅에 위치한 자선재단 디아스포라 건물 강당에서 이루어진 초록 고아원 봉사활동 신입 회원들의 입단식이 한창이다. 기독교 재단에서 운영하는 이곳은 수많은 자선활동과 기독교 선교사역을 하며 ‘선한 영향력’이라는 구호로 운영되고 있었다.
이곳에 오늘 모인 신입회원들은 직업과 사는 곳도 틀리지만 각자 어려운 아이들을 돕는다는 마음으로 찾아온 사람들이다. 그중에는 나이 든 노부부도 보이고 젊은 청년, 중년의 주부 등등 각기 다른 사람들이 모여 앉아 마기자 이사장의 환영인사를 경청하고 있다. “선한 영향력! 선한 영향력! 전 지역에 펼치리라!” 이사장의 마지막 구호 외침으로 인사말이 끝이 나고 재단 실무자들이 나와 구체적인 봉사활동 방식에 대해 설명을 시작했다 “저희는 매주 토요일에 모여 봉사활동을 진행합니다, 총 네 분씩 30개를 조를 짜서 각조에 아이디어를 내어 이벤트를 만들어주시고요~ 그 이벤트를 통해 저희 초록 고아원의 아이들과 돌아가면서 소통하고 후원해 주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또 아시다 싶이 별도의 회원비는 없습니다만 원하시는 분이 있다는 기부금 형식으로 내주셔도 무방합니다. 그럼 저희가 미리 받아본 봉사활동자 지원서를 바탕으로 임의대로 조를 짰으니 호명하시는 들은 앞으로 나와 조별 사진촬영하시고 조별로 대화하시면서 아이들과 돌아가면서 소통하고 후원해 주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그럼 조별로 대화하시면서 아이들과 어떻게 잘 지내실지 회의해 주시면 되겠습니다. 샬롬~ 선한 영향력!” 사람들은 직원의 샬롬 소리에 맞장구를 쳤고 동시에 모두 누군가를 돕는다는 마음에 흐뭇한 표정을 보였다. 그리고 이름이 호명되자 그들은 앞으로 나가 각자의 조별들과 기념 촬영을 하고 원형 탁자에 앉아 담소를 나눴다.
“자 다음은 15조, 사준수님, 변애심님, 궁마마님, 반농미님 “
이들의 이름이 불러지자 사준수는 웃음을 띠고 앞으로 나갔고 그 뒤에 같이 나란히 앉아있던 초면인 변아심과 반농미는 수줍은 듯 앞으로 나갔다.
“어? 근데 궁 마마님은 어디 계시나요?" 마마가 앞으로 나오지 않자 호명하던 재단 직원이 두리번 거렸고 이내 누군가와 연실 전화를 하는 마마가 눈에 들어온다. “이름도 몰라? 남자인 거만 알면.. 내가 어떻게 찾아 … 한시가 급한데 여기 애들만 100명이래… 나이도 확실하지 않다면서요:” “궁 마마님~~???”
마마는 전화 도중 자신의 이름이 재차 들리자 상황을 파악한 마마는 전화를 황급히 끄고는 멋쩍은 표정으로 앞으로 나아갔고 이내 사준수,변아심,반농미, 궁마마가 서로 처음 만나 가벼운 인사를 주고받으며 기념촬영을 했다. 해맑은 표정의 사준수, 여전히 두리번거리는 궁마마, 카메라를 의식하는 변아심, 결의에 찬듯한 반농미의 사진 촬영이 끝나고 이 네명은 자리에 앉아 서로 첫인사를 건냈다 “안녕하세요 오늘부터 저희 15조 조장을 맡은 사준수라고 합니다. 제가 지원서에 조장을 맡고 싶다고 적었는데 나머지 분들은 조원으로 임하시고 싶다고 하셔서 아마 직원분이 저를 조장으로 뽑아주신 거 같아요. 올해 35살이고요, 청담동에 거주 중입니다. 직업은 서울시민들의 치아를 책임지는 치과의사입니다. 하하 앞으로 많이 도와주세요 “
사준수의 남자답고 용기 있는 소개가 끝이나자 마마, 아심, 농미의 박수가 이어졌고 그들도 그가 조장을 맡는 게 나쁘지 않은 눈치다. 그리고 사준수의 옆에 앉아있던 아심의 일어나 자신을 소개한다.
“안녕하세요 변아심입니다. 저는 전업주부입니다. 결혼 전에는 마케팅 회사에서 일을 하던 직장인이었지만 결혼 후에는 집에서 가정을 돌보고 있습니다. 요리하는걸 좋아하고요~ 시부모님과 시누이 2명 그리고 예쁜 딸과 그리고 사랑하는 남편과 지내고 있어요” 준수는 아심의 당차면서도 수줍은 소개가 끝이나자 아심에게 특유의 친절한 얼굴로 되물었다” “반갑습니다~ 대가족이시네요, 요즘 보기 쉽지 않은대… 요리까지 잘하시니 가족들이 너무 좋아하겠어요” “뭐 네~” 아심은 멋쩍은 듯 웃음을 지었다
“그럼 댁은 어디세요?” “네 서래 마을에서 지내고 있어요” “저랑 가깝네요~ 오 그럼 자~궁마마님~ 소개해 주세요” 준수와 아심의 형식적인 인사가 끝이나자 준수는 다음 소개를 마마에게 돌렸다. “안녕하세요 저는 올해 35살이고요, 사는 곳은 혜화동입니다. 대학에서 동아시아 문화를 강의하고 있습니다. 제가 낯을 가려서… 처음엔 무뚝뚝하다고 오해를 사는데요. 아무쪼록 잘 부탁드려요” “자 박수~~우와 그럼 대학교수님이신 거예요?" 마마의 소개가 끝나자 아심의 특유의 친화력으로 자연스레 마마에게 말을 건넸다. “아니에요, 아직은 시간강사에요.” “어머~ 그렇구나~ 아직 젊으시니까~ 반가워요 잘 지내봐요” “네~” 마마와 아심의 가벼운 이야기가 오고 가고 준수도 흐뭇하게 미소를 짓다가 농미의 차례가 되었다. “안녕하세요.. 저는 반농미라고 하고요 저희 다 동갑인 거 같네요. 저도 올해 35살이고 호텔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사적인 이야기지만 곧 결혼하는데 뜻깊은 일 하면서 제 결혼 준비도 뜻 깊이 하고 싶다는 생각에 봉사활동에 동참하게 됬습니다.”
짝짝짝 ~
농미의 이야기가 끝나자 마마와 준수,아심이 손뼉을 쳤고 그들은 같은 조에 묶인 사람들이 다들 동갑이라는 것에 동질감을 느꼈다. “그럼 우리다 서른다섯이에요? 친구네요. 엄청 인연인가 봐요 우리~ 다들 순수한 마음으로 봉사하러 오신 거니까 우리도 점점 친해지면 다들 친구하면 되겠어요” 손뼉을 치며 웃고 있던 아심이 테이블의 과자를 먹으며 이야기를 하며 훈훈한 분위기를 만들었고 이런 분위기가 준수와 마마 그리고 농민도 나쁘지 않은 듯 미소를 띠였다. “그럼 우리 앞으로 재밌게 뜻깊게 지내봅시다.” 준수는 앞에 놓인 콜라 잔을 치켜들었고 마마와 아심 그리고 농민도 자신의 콜라 잔을 마주 치쳤다 그리곤 준수의 주도로 간단하게 앞으로 아이들과 어떻게 지낼까 한창을 이야기하다가 시간이 되어 고아원으로 떠났다.
#초록 고아원 대형버스 2대에 나누어 탄 신입회원들은 차에서 내려 고아원의 아이들에게 다가갔고 다들 처음 만나는 데도 불구하고 신입회원들 모두 각자 준비한 선물을 아이들에게 건네며 아이들과 친해지려고 한다. 그리곤 각조별로 서로 맡은 아이들과 이런저런 이 아기를 하며 자리를 잡았다 마마와 준수, 아심, 농민도 역시 15조에게 주어진 초록 고아원 아이들과 만나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혹여나 아이들에게 상처가 되는 말을 무의식적으로 하게 될까 엄청 조심하지만 친절하고 과감하게 아이들과 시간을 보낸다. “저 혹시 사진 좀 찍어주실 수 있으세요?” 아이와 정답게 웃으며 이야기하던 아심은 누구보다 큰 선물 박스를 들고 재단의 전용 사진 기사 겸 홍보팀 직원에게 부탁해 사진을 찍고는 평소보다 밝게 웃으며 특유의 친화력을 발휘한다.
찰칵하는 카메라 소리와 함께 여러 포즈로 사진은 찍던 아심은 나 홀로 고아원 사무 실로 뛰어가는 농미를 발견했다. “농미씨 어디 가요?” “아네 ~ 잠시 사무실에 볼일이 있어서요 잠깐만요” 아이를 돌보다 말고 사무실로 뛰어가는 농지가 의아했지만 아심은 본인의 사진 찍기에 바빴기에 그만두었다. 어느덧 하늘이 점점 붉어온다. 노을이 하늘에 걸쳐 붉은빛 하늘을 만들 때쯤 마마는 운동장에서 남자아이들과 축구를 하며 뛰어노는 모습을 바라보다가 자신이 맡은 여자아이를 벤치로 불렀다 “미영아 저기 혹시 이곳에 고등학교 다니는 오빠들이 몇 명이야?’ “음…. 잘 몰라요 전 초등학생이라 고등부 오빠들 잘 몰라요” “그럼 고등부에는 언니 오빠들이 많아? 대충 몇 명 정도?” “음….. 그냥 밥 먹을 때 보면 많은 거 같은데”
“혹시 여기 들어올 때 원래 알고 있던 이름 쓰는 거지?” “네 대부분이오" “그럼~ 혹시 다음 주까지 고등학교 오빠들 중에 강 씨 성을 가지는 오빠들이 누군지 선생님한테 알려줄 수 있을끼?”
“왜요? 초등학생인 저희는 싫어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자신은 싫으냐는 미영이의 말에 마마는 순간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음……저 피아노 연습해야 하는데…저 나중에 피아니스트가 될 거거든요~" “아 그래~ 꿈이 피아니스트야?” “네~ 뭐 물론 여기서 배우는 거지만 여기서 매주 선생님이 3번씩 오시는데 저희 같은 애들도 열심히 하면 피아니스트가 될 수 있데요 궁 선생님도 그렇게 생각하죠? 열심히 하면 저 같은 애들도 될 수 있겠죠?" 저 같은 아이…라는 말에 마마는 순간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된다. 천진난만한 미영이가 갑자기 너무 안돼 보였던 건가? 초등학생인데 벌써부터 자신의 처지를 너무 빨라 알아버린 걸까…아직은 아무 생각 없이 지낼 수 있을 텐데…라고 생각한 마마였다
“궁 선생님 너무 그렇게 보지 말아요. 원래 고아원에서 지내면 눈치 많이 봐서, 다 알아요 다~ “ “아니 미영아 그게 아니고~ 선생님은" “아 ~ 나 피아노 연습해야 하는데… 고등부 오빠들 강 씨만 찾으면 돼요? 그 오빠들 나랑은 안 놀아주는데…” “미영아 썜이 네가 잘 찾아주면 고아원 말고 밖에서 더 좋은 선생님한테 레슨받게 해줄게, 레슨비는 걱정 말고, 내가 여기 선생님들한테 제안할 거야" “오 진짜요!! 그럼 다음 주 선생님 오실 때까지 알려드릴게요 아싸 진짜죠? 진짜” “그럼 진짜지 약속 꼭 지켜” 마마는 세미에게 자신이 가지고 온 도넛을 건네주었고 미영이를 보며 여러 생각이 들었지만, 혹여나 아이에게 자신이 아이를 동정한다는 얼굴이 보일까 봐 생각을 그만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