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네 번째 이야기-사업의 디테일 1-코리빙 서비스의 요소들
부동산은 여러 가지 관점으로 바라볼 수 있습니다. 사람마다 현재의 위치에 따라 서로 다른 관점으로 바라 볼 것 입니다. 투자자들은 자본주의의 한 요소인 자산으로 볼 것이고 어린이들은 그냥 거기 있는, 눈으로 볼 수 있는 유형의 토지나 건물 같은 물리적인 개념으로 파악할 것이며 여행을 하는 사람들은 의식주의 하나로써 소비재나 상품의 개념으로 볼 수도 있을 것 입니다.
물론 부동산학 책을 보면 몇 페이지에 걸쳐 부동산을 바라보는 관점이 나옵니다. 책에는 없지만 최근에 가장 이슈가 되는 관점 중 한 가지가 as a service, 즉 다른 산업에도 적용되듯이 서비스로서의 관점 입니다. 과거에는 아마존의 AWS 웹호스팅과 같이 무형의 상품 등에 적용되었다면 최근에는 MaaS (Mobility as a Service), Baas(Beauty as a Service)와 같은 유형상품에 적용되는 것 같더니 이제는 아예 모든 것을 서비스화 한다는 EaaS(Everything as a Service)라는 단어로 종결지어 버렸습니다.
이제는 부동산도 as a service 입니다. 과거에는 부동산도 서비스의 일종으로 보는 경우도 있었으나 대부분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한 번 팔고 끝나는 상품, 또는 이후 서비스의 대상이 되지 않는 혹은 매우 한정적 의미에서만 서비스의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은 상품으로써만 인식되어 왔을 뿐입니다.
2016년에 사업을 처음 시작하면서부터 구성요소를 나누고 그 요소별로 디테일을 심는 방법으로 사업을 진행하지는 않았습니다. 아니 그렇게 하지 못했습니다. 코리빙과 관련된 콘텐츠는 물론 그 때도 적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모든 콘텐츠들은 좋은 면만 을 보여 주었습니다. 코리빙에 대한 고민이나 삶에 대한 철학은 찾기 쉽지 않았습니다. 국내에서는 코리빙에 대한 건전한 논의나 혹은 논쟁은 거의 없었으며 외국 사례를 흡수하기도 쉽지 않았습니다. 앞서 시작했다면서 스마트하다고 박수를 쳐 주었고 사회 문제에 대한 대안이라며 착하다는 프레임을 씌어 주었습니다.
먼저 시작한 코리빙 서비스들의 고민은 피상적이고 정제되지 않은 모습으로 다가왔다면 반대편에는 자산 증식 수단으로써의 관점으로 코리빙에 접근한 콘텐츠들이 있었습니다. 결은 다르지만 오히려 고민의 정도가 깊었습니다. 어떻게 하면 수익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수요자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갈 수 있을까 하는 관점 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생각을 제가 하는 서비스에 적용할 수는 없었습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스타트업답게 사업을 진행하면서 가설 수립과 실행, 그리고 그 결과에 기반한 가설 수립을 계속 반복하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우리들 중 누군가는 우리의 행태를 당시 뜨기 시작한 방법론인 코리빙 그로스해킹(growth hacking, 주1)이라고 명명 하였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시간이 지났고 코리빙에 대한 저변도 확대 되었으며 다양한 경로로 콘텐츠도 많이 생산 되었습니다. 그래서 사업 초기에 더 나은 방향을 설정하기 위한 토대는 상대적으로 더 탄탄히 마련되어 있다고 봅니다. 하지만 그 디테일은 여전히 구조화 되어 있지 않아 보입니다. 그래서 코리빙 서비스 전반에 대한 고민 없이 몇 건의 콘텐츠를 읽거나 또는 몇 번의 비싼 강의만을 듣고 사업을 시작하는 사람이 여전히 많습니다. 그래서 불필요한 시간과 노력이 낭비되며 사업의 실패로 귀결되기도 합니다. 이는 그 사업 주체에게도 곤란한 사정이 됩니다만 곧 코리빙 서비스에 대한 인식 저하로 이어지게 됩니다. 이러한 인식 저하는 코리빙 서비스로의 공급 전환과 투자자들의 투자 속도를 늦추게 되고 그 결과들이 누적되면 곧 비즈니스 전체의 부정적 영향이 올 수 있습니다. 분명 주거에 있어 주류가 될 수 있는 잠재력이 풍부한 코리빙 서비스가 이러한 이유로 늦춰지게 되는 사태가 발생하면 안 된다고 생각 합니다.
제가 정의한 코리빙은 “다수의 사람들이 각자의 독립된 공간과 서로 공유하는 공간으로 적절하게 구성되고 제3자가 관리하는 심미적으로 잘 구성된 특정한 공간에서 일정 수준 이상의 정서적 교감을 이루며 살아가는 주거 형태”(주2) 였습니다. 즉 코리빙은 공간 상품이라는 유형성과 고객경험 이라는 무형성이 통합된 것이며 이에 대하여 가격 이라는 가치교환의 잣대로 평가 받아 그 대가를 지불해야 하는 서비스 입니다. 그 유형성과 무형성에는 공간 기획자에 의한 콘텐츠가 녹아 있어야 하며 철학과 영혼 없는 상품과 서비스는 기존의 1인 주거들과 큰 차이를 만들어 내지 못합니다.
그리고 어디까지나 사업이기 때문에 상품과 고객경험, 가격 이외에도 알아야 하고 해야 할 일이 참 많습니다. 대부분 경영의 범주에 포함된 영역인데 코리빙에 특화된 부분을 강조하여 글을 쓸 예정 입니다. 정확히 말하면 경영이라는 영역은 상품과 UX를 포괄하지만 그 중요도가 크기 때문에 별도로 분리하고 그 이외의 요소는 경영이라는 범주로 통합하려고 합니다. 따라서 코리빙의 3요소를 나누자면 상품, UX(User eXperience), 그리고 경영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습니다.
상품의 사전적인 의미는 매매를 목적으로 한 재화이고 이 재화에는 유형적인 것은 물론 무형적인 것 까지 포함 합니다. 여기서는 무형적인 것은 제외하고 유형적인 것만을 상품이라고 재정의 하겠습니다.
향후 상품과 관련된 글에서 다룰 주제는 입지, 공간의 구성, 그리고 공간을 채우는 생활용품으로 구성할 예정 입니다.
UX는 입주자들의 관계를 관리하는 RM(Relationship Management), 커뮤니티를 관리하는 CM(Community Management), 그리고 유형적인 상품의 하자를 보수하고 그 수명을 증가시키는 노동행위로서의 FM(Facility Management)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콘텐츠 생산이라는 난이도 높은 작업들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물론 멤버십과 관련된 글도 준비 중 입니다.
경영과 관련된 영역은 가격, 마케팅, 재무/회계, 법무, 인사 등 개인이던 법인이던 사업을 영위하기 위한 아주 중요한 영역이며 이 또한 필요한 부분은 꼭
자세히 다루고자 합니다.
이후 글 들에서는 각각의 구성 요소들에 따라 코리빙과 연관된 부분을 도출해 내고 그 부분을 어떻게 발전 시켜야 하는지 방법론 위주로 글을 쓸 예정 입니다. 프롤로그에서 언급했지만 특정 사업자의 노하우나 영업비밀로 지면을 채우지는 않을 것 입니다. 그것보다 어떠한 관점으로 해당 요소들을 바라보아야 코리빙에 대한 고민을 더 많이 그리고 잘 할 수 있는지 생각해 볼 것 입니다. 이러한 고민 없이 앞 선 서비스들의 겉모습만 보고 따라하게 되면 단순한 모방 조차 쉽지 않고 설사 따라하는데 성공하더라도 그 다음 단계가 없어 또 다시 앞선 서비스를 찾아 헤매야 하는 굴레에 빠지게 됩니다. 처음부터 서비스에 대한 나만의 관점을 정립해야만 차별화된 서비스를 구성하는데 유리하며 그러한 디테일이 모여 성공적인 전략을 이룰 수 있을 것 입니다.
주1) 그로스 해킹이란 무엇인가, 장재훈, 브런치
주2) 코리빙이 한마디로 뭐냐면요, 필자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