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세 번째 이야기 - 사업의 디테일 9-3) UX - 시설&생활서비스
사람은 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지만 집이란 곳에서 살았습니다. 형태는 바뀌었겠지만 근본 목적은 바뀌지 않았습니다. 잠을 자고 밥을 먹고 힘들었던 하루를 보상받을 휴식을 취하는 곳. 이렇게 중요한 곳이니 사람들은 엄청난 노력을 투자해 더 좋게 변모시켰습니다. 새로운 기술, 몇 천년 간의 노하우를 아낌없이 투여 했습니다. 그런데 희한하게도 집에는 문제가 많습니다. 아주 먼 과거처럼 집이 무너지거나 방한이 안되거나 하는 등의 큰 문제는 당연히 줄었지만 자잘한 문제는 여전히 많습니다. 독립 또는 분가하기 전, 부모님이 집에 관한 문제를 해결해 주는 경우 이런 문제를 인지하지도 못합니다. 어쩌면 인간이 살아가는 이상 영원히 남아 있을 것 같기도 합니다.
왜 보일러는 가장 추운 날 고장 나는지, 화장실 변기는 왜 바쁜 아침에만 막히는지, 가전제품은 번갈아 거면서 고장 나고 반영구적이라던 조명기구는 왜 이렇게 자주 교체해 주어야 하는지 귀찮은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좋은 아파트에 살아도 마찬가지 입니다. 층간 소음 등 이웃 간 소음 문제는 왜 자꾸 속 썩이는지, 재활용 분리는 왜 이리 귀찮은지, 꼭 아침 출근 시간에 음식물 쓰레기를 들고 엘리베이터를 타야 하는지 등등 최첨단 현대 시대에 이런 문제가 아직도 삶의 질을 깎아 먹는다고 생각하니 다소 신기하기도 합니다.
사람이기에 근본적으로 발생하는 귀찮음도 관점에 따라서는 문제 입니다. 사람도 없는 집이 왜 이렇게 더러워지는지, 왜 항상 입을만한 옷은 빨래통에 있는지, 소파와 커튼은 먼지투성이인지 알면서 모르는 체 하고, 생수를 사 먹기도 귀찮고 정수기를 놓으면 코디님과 일정 맞추기도 번거롭고... 1인 주거나 다인 주거나 이런 문제들 없이 사는 사람은 없습니다. 더 신기한 것은 모두가 문제를 알고 있지만 마치 아침에 일어나 샤워를 하고 배변 문제를 해결하는 것 처럼 짜증은 좀 나지만 당연한 일로 받아 들인다는 것 입니다. 집이, 사람 사는 게 다 그렇지 뭐.
코리빙은 이런 문제를 새로운 관점에서 봅니다. 왜 그러한 문제들을 당연시 하지? 다 해결해 주는 집은 없나? 물론 큰 부자들은 집과 살림을 관리하는 사람이 있기도 합니다만 일반적인 집은 그럴 수 없습니다. 특히 1인 가구는. 하지만 코리빙은 근본적으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공유경제라는 큰 틀에서 운용되기 때문에 앞서 언급했던 문제의 해결을 위한 리소스도 공유경제의 틀에서 움직 입니다. 나만을 위한 서비스는 돈이 많이 들지만 우리를 위한 서비스 중에서 내가 지불해야 할 대가는 그리 크지 않기 때문 입니다.
사실 사업자 입장에서 조금 냉정하게 말한다면 집에 관한 서비스를 해 줄 수 밖에 없습니다. 거실의 조명이 고장 나거나 소파의 먼지는 누가 잘못해서 그런 것이 아닙니다. 누구나 사용하는 장소이기에 엄밀히 말하면 귀책 사유도 거주자들이 조금씩 나누어 가지고 있는 것 입니다. 앞 선 글들에서 이야기했듯 온전히 개인 공간인 침대나 일부 가구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공간은 이런 근본적인 공유 컨셉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는 언제나 어디서나 발생하며 따라서 빠른 시간에 해결되어야 할 숙제들 입니다. 그렇다면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서비스는 어떻게 접근해야 고객이 만족 할까요? 문제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뉩니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하드웨어는 FM의 영역이고 소프트웨어는 생활서비스의 영역 입니다.
FM은 그 역사도 깊고 범위도 넓습니다. Facility Management의 약자로써 시설물 관리 또는 설비 관리 운영 위탁으로 번역 되지만 실제로 FM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들은 보안관리, 미화관리, 주차관리, 도로관리, 에너지 관리까지 합니다. 집과 관련된 영역이 많지만 집보다 범위가 큰 건설물의 운영까지 한다고 보면 되겠습니다. 맥서브나 삼구아이앤씨, 남부건업 같은 중견 기업들이 큰 빌딩 등 관리 범위가 넓은 곳을 관리 합니다. 그러나 저는 관리의 범위를 집과 관련된 시설물의 관리로 좁혔습니다. 실제로 코리빙에서 일어나는 문제는 그리 크지는 않기 때문 입니다. 아파트 관리실이나 대형 오피스텔 건물의 시설관리팀에서 수행하는 대고객 대상 서비스를 생각하시면 이해가 쉽습니다. 전기등을 교체하고 기계나 수도 문제를 해결합니다. 그러나 집안에서 일어나는 문제는 집의 거주자가 해결해야 합니다. 그래서 코리빙에서 수행하는 FM은 규모는 더 작을 수 있지만 더 디테일하게 운영이 되어야 합니다. 대부분은 문제가 발생했을 때 해결하는 것이 가장 중요 하지만 문제가 발생하지 않게 관리하는 것도 또한 중요 합니다. 다만 고객 경험이 조금 훼손되더라도 문제가 발생하면 움직이는 것이 비용은 조금 더 세이브할 수 있습니다. 이 역시 선택의 영역 입니다.
UX 관점에서 보는 소프트웨어의 영역은 기대 수준 관리라 해도 무방 합니다. 즉, 최초에 너무 기대를 높여 놓지 않되 그렇다고 실망하게 만들어서는 안 됩니다.
시설의 문제는 대부분 며칠의 시간이 소요되어도 무방한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문제 발생 즉시 해결되는 것이 가장 좋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합니다. 언제 발생할지 모르는 문제 때문에 항시 대기 인원이 있을 수는 없기 때문 입니다. 그래서 문제 발생이 겹칠 때는 며칠씩 소요 되기도 합니다. 거주자인 고객은 짜증이 날 상황이기도 합니다. 기대 수준 관리는 이럴 때 힘을 발휘 합니다. 문제가 발생했을 때 최초 접촉자는 무조건 고객 편에 서서 고객의 감정에 동의하고 호응해야 합니다. 가끔은 FM 담당자를 약간 쯤 비난해도 괜찮습니다. 그리고 그 후 실제 해결은 시간이 좀 걸릴 수 있다고 명확히 커뮤니케이션을 하면 문제가 커지지 않습니다. 반대로 최초에 감정이 상하면 아무리 빨리 처리 되어도 좋은 기억으로 남지 않습니다. 어차피 문제가 생겼기 때문에 회사와 접촉이 되었기 때문 입니다.
그래서 최초 접촉은 RM담당자가 하는 것이 맞습니다. 규모가 적은 경우 동일한 사람이 클레임을 받고 일을 처리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경우 고객 경험은 그다지 좋지 않습니다. 거꾸로 RM 활동에 악영향을 끼칠 수도 있습니다. 고객 커뮤니케이션 채널과 실제 FM의 분리, 매우 중요 합니다.
FM의 종류와 그에 따른 대처법은 또 하나의 꼭지가 넘을 정도의 분량이 됩니다만 이는 본 글의 취지인 UX관점과 살짝 벗어난다고 생각하여 과감히 생략 합니다. 참고로 대부분의 문제에 대한 해결은 책이나 블로그 등에 아주 자세히 나와 있고 안 나오는 것은 전문가의 영역이라 말 그대로 "사람을 불러야 하는" 상황 입니다. 규모가 조금 되면 내부 인력으로 채용을 해야하지만 대부분은 해당 지역의 지역전문가(보통은 설비 사장님으로 통칭되는)와의 관계 설정이 더 중요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청소, 세탁, 해충 방지, 보안, 이사, 짐 보관 등의 생활서비스 또한 잘 이루어져야 합니다. 해당 서비스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예전에 쓴 저의 다른 글을 참고하시면 됩니다.(주1)
생활서비스를 UX 관점으로 보면 거주자가 필요에 의해 '신청'하는 경우와 문제가 생겼을 경우에 '항의' 하는 경우로 나눌 수 있습니다. 전자의 경우 서비스 본연의 기능인 청결, 편리함이 기본적으로 잘 구비되어 있다는 가정하에 이러한 부가 서비스를 이용하게 해야 하는 것이 숙제 입니다. 이는 마케팅과 세일즈의 영역이므로 신청, 취소, 일정 변경 등 일련의 활동이 잘 될 수 있도록 프로세스를 잘 구성하는 것이 핵심 입니다. 그러나 아직은 코리빙의 규모들이 크지 않아 앱을 개발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잘하고 싶어도 잘 할 수 있는 방법이 딱히 없습니다. 서베이몽키나 구글서베이를 사용해도 되고 일정 양식을 만들어 종이로 해도 됩니다. 물론 전화나 대면 신청도 좋습니다. 고객은 서비스만 마음에 든다면 RM에게 연락하여 어떻게든 신청을 합니다. 중요한 것은 그 서비스를 인지시키고 신청을 유도하는 것인데 이는 일반적인 세일즈나 마케팅 기법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생활서비스는 Subscription 기반이기 때문에 첫 달 무료 이용이 가장 효과가 좋습니다. 또는 하우스의 신청 인원에 따라 할인을 적용하는 방법도 좋습니다. UX를 손상시키지 않고 추가 수익을 잘 얻을 수 있는 방법들 입니다.
하지만 정작 어려운 것은 문제가 생겼거나 문제가 아닌 것 같은데 거주자는 문제라고 생각하는 경우 입니다. 청소가 깨끗이 되지 않는 등 명백한 회사의 잘못이면 앞서 말씀드린 방법처럼 고객의 입장에서 100% 동의하고 공감하되 일정에 대한 부분만 잘 조율을 하면 됩니다. 물론 생활 서비스는 사람이 하기 때문에 그에 대한 퀄리티 컨트롤은 또 다른 영역 입니다. 하지만 일부의 고객은 문제라 생각하는데 다수는 아니라고 하는 경우가 발생 합니다. 이는 기존까지 살아온 생활환경의 차이에서 발생 합니다. 예를 들어 매달 거실의 커튼을 세탁하는 어머니의 모습을 본 사람과 매년 세탁하는 어머니를 본 사람은 그 기준이 다릅니다. 소파 쿠션을 매년 교체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찢어지기 전까지 안 버리는 사람이 있습니다. 코리빙은 일반 가정보다는 다소 엄격한 청결 기준을 가져야 합니다만 매일 청소를 할 정도로 과하게 서비스를 제공할 수는 없습니다.
이 부분에서 기대관리(Expectation Management)또는 기대통제(Expectation Control)의 개념을 이해하고 적용해야 합니다. 서비스업에서는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방법인데 코리빙에서도 충분히 적용 가능 합니다. 기대를 너무 높여 놓으면 실제 서비스가 수행된 후 만족감이 높지 않기 때문에 의도적으로 그 기대 수준을 살짝 낮추어 놓습니다. 그러나 너무 낮춰 놓으면 서비스의 퀄리티를 의심하게 되어 구매 자체를 회피하기 때문에 적당한 선을 잘 찾아야 합니다. 호텔에서 어디에도 명시되지 않은 뜻하지 않은 웰컴 기프트를 받았을 때, 항공권 탑승 시 이코노미 좌석이 풀부킹이라면서 비즈니스 좌석을 줄 때, 렌터카를 반납하는데 시간이 한 시간 오버 되었는데 추가금액을 받지 않을 때 등 독자분들께서도 비슷한 경험을 하셨을 것 입니다.
코리빙의 서비스를 기획할 때도 유사한 스킬을 구사해야 합니다. 서비스 계약서와 실제 서비스는 의도적으로 약간 차이 나게 하는 방법, 문제가 생기면 다른 유료 서비스를 추가로 제공하는 방법(예를 들어 문제가 생기면 개인 룸 청소 서비스 1개월 제공) 등 고객의 마음을 예측하여 준비해야 하는 방법을 충분히 고려해야 합니다. 물론 사전에 비용 시뮬레이션은 꼭 해보고 적용해야 합니다. 결국 아무리 고객이 만족해도 비즈니스적인 가치가 있어야 지속 가능성이 있기 때문 입니다.
다음 글에서는 아직까지 코리빙에서 필수는 아니지만 필수화되고 있는 커뮤니티에 대해서 살펴보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