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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영무 Jun 21. 2024

아파트 이웃과 인사하시나요?

소심에서 벗어나기

Photo by CHUTTERSNAP on Unsplash


15년을 한 아파트 단지에 살았는데 아는 집이 10곳이 안된다니. 이거 정상이 맞을까요? 게다가 부모님도 같은 단지의 다른 동에서 살고 계신데 말이죠.


우리 집은 3-4호 라인입니다. 엘리베이터를 기준으로 끝자리가 3 또는 4로 끝난다는 말이죠. 우리 집은 1603호, 우리 건너편 집은 1604호가 되겠죠? 1604호에는 중년의 아주머니 한 분이 사시는 것 같아요. 이사 온 지 6개월이 넘었지만 그분 외에는 뵌 적이 없으니 말이죠.


윗집은 한 번도 마주친 적이 없습니다. 아랫집도 아직 한 번도 마주친 적이 없습니다. 8년 전쯤에 층간소음으로 어마어마하게 고통받은 적이 있어서 이렇게 마주치지 않고 모른 척 살아가는 것도 다행이라 생각할 때도 있습니다. 당시에는 도망치듯 이사 나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우리 3-4호 라인 엘리베이터를 탈 때 인사하는 사람은 딱 두 집입니다. 서로 대화를 나눠보진 않았어도 얼굴은 알아서 인사하는 맞은편 1604호 아주머니. 그리고 13층에 사시는 우리 어머니의 지인 부부. 이분들이 같은 라인에 사는 건 최근에 알게 되었어요. 80대 노부부 셔서 뵐 때마다 반갑게 인사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이 아파트 단지로 이사 온 것은 거의 15년이 되었습니다. 그 사이에 다른 동으로 이사를 3번 했지만 계속 살았습니다. 우리 아이들과 같은 초등학교를 다녔던 아이들의 가정 몇몇을 알고, 지난번에 살던 아파트 윗집 아주머니를 알죠. 그 아주머니는 동대표여서 당시에 종종 얼굴을 뵈었거든요.


물론 우리 부부는 그동안 계속 맞벌이를 하느라 따로 동네 활동을 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시골에서라면 이렇게까지 아는 사람이 없지는 않았을 텐데 싶은 생각이 최근에 들었습니다. 아무거나 다 참견해 대는 이웃이 없는 것은 좋지만 이렇게 인사도 안 하는 이웃이 되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요즘 막내를 등교시키느라 아침 8시 15분쯤에 엘리베이터를 탑니다. 일주일에 3번 이상 마주치는 사람이 두 명 있는데, 한 분은 19층의 아저씨, 또 다른 분은 8층의 아가씨입니다. 신기하게도 거의 매일 마주치게 되는군요. 이렇게 마주친 지 2주 정도 된 거 같아요.


언젠가 8층의 아가씨가 엘리베이터에서 전화를 받았는데 웃음이 폭발하는 줄 알았습니다. 세련되게 옷을 입고 출근하는 길일 텐데, 갑자기 완전 심한 사투리로 통화를 하시는 거죠. 자세히 듣지는 않았지만 통영이라는 지명이 대화에서 나와서 그쪽 사투리인가 궁금했지만 모르는 척했습니다.


오늘 아침에는 두 분 다 마주치지 않았습니다. 사실 오늘부터 마주치면 반갑게 인사하려고 생각하고 있었거든요. 제가 내향적인 성격이라 용기가 필요했습니다. 하지만 이게 뭐라고 인사조차 안 하고 살아야 하나 자괴감이 들더군요. 그래서 결심했죠. 오늘부터 인사하자!


오늘 인사하기에 성공하지는 못했지만, 다음에도 이렇게 얼굴이 익을 정도로 자주 마주치는 이웃에게는 꼭 인사하겠다고 다짐합니다. 그 인사를 통해서 상대방이 조금이라도 기분 좋은 하루를 시작할 수 있다면 그 또한 선한 영향력이 아닐까요?


오늘의 결론: 소심을 벗어나 이웃에게 반갑게 인사하기를 시도하자!


나는 행복한 사람입니다.  

당신도 그러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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